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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볶음밥은 불맛과 손맛

정신없이 돈가스를 튀기다보니 어느새 휴식시간입니다. 보통은 이 시간을 이용해 직원들과 늦은 점심을 먹는데, 오늘은 제가 짬뽕 국물이 곁들여진 달걀볶음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달걀볶음밥은 7세기 초 수나라 황제인 양제(煬帝)에 의해 유명해졌다고 전해집니다. 수양제는 자신이 건설한 대운하를 따라 순행에 나섰다가 강소성 양주에 도착했을 때 이 요리를 처음 접했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나머지 순행을 떠날 때면 항상 이 요리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대운하를 따라 중국 각지로 퍼져나간 이 요리는 ‘양주볶음밥’으로 알려지게 되죠. 한편 이 요리의 또 다른 이름은 ‘쇄금반(碎金飯)’인데요, 노랗게 코팅된 밥알이 마치 금 부스러기로 밥을 지은 것 같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달걀볶음밥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길래, 중국 전역을 호령했던 수양제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첫 번째 비결은 화력입니다. 요리는 식재료의 변화를 통해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을 얻는데, 이러한 변화에는 열에너지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가해지는 에너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습니다. 물론 탈 정도가 되면 안 되겠죠.


한편 화력을 전달하는 그릇 또한 중요한데요, 바로 웍이라 불리는 속이 움푹 들어간 커다란 냄비입니다. 주방 도구가 크면 사용에 큰 불편이 따르지만, 웍을 이렇게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큰 웍은 자체적으로 많은 열에너지를 지니게 되어 식재료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습니다. 조리 도중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일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볶음밥 경우는 보통 웍 표면의 온도를 200~300도 정도로 유지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핵심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요리사입니다. 아무리 좋은 웍을 사용해 강한 불로 조리를 하더라도 요리사의 솜씨가 형편없다면 맛있는 볶음밥이 만들어지지는 않겠죠.


경향신문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혹시 요리사가 웍을 이리저리 흔들며 요리하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손놀림을 토싱(tossing)이라 하는데, 웍 안에 담긴 식재료를 마치 던지듯 요리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습니다. 이 토싱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 웍의 표면을 따라 밥알을 미끄러지게 하는 ‘병진운동’, 둘째 밥알을 공중으로 던져 한 바퀴 회전시키는 ‘회전운동’입니다. 그리고 숙련된 요리사들은 평균적으로 1초에 3번 정도 밥알을 혼합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온에서도 밥알을 태우지 않고 훌륭한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게다가 밥알과 여러 재료들이 균일하게 섞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쇄금반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황금색 달걀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골고루 코팅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만든 볶음밥은 영 신통치 않습니다.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을 볶다보니 제대로 웍질을 하지 못한 것이죠. 불맛을 내려면 역시 손맛도 중요한데 욕심이 너무 과했나봅니다. 그럼에도 맛있게 먹어준 직원분들, 고맙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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