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래엔 단풍… 발 위로는 가을 하늘…단양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패러글라이딩
앞만 보고 뛰라는 ‘조교’ 말대로 했더니, 어느새 허공 속…
귓가를 스치는 바람, 눈 앞에 펼쳐진 남한강 풍광에 빠져든다
새 명소 ‘스카이워크’에서 120m 높이 유리바닥 걸어보고
집와이어·알파인코스터 타면…하산길도 짜릿
남한강과 소백산맥을 품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
서울에서 차로 2시간이면 닿는 충북 단양은 레포츠 천국이다. 10개 이상 업체가 성업 중인 패러글라이딩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2017년 개장한 전망대 겸 체험형 관광시설인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는 집와이어, 알파인코스터 등 산악 지형을 십분 활용한 신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작은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과 굽이굽이 흐르는 남한강을 배경 삼아 허공을 가로지르는 동안 뒷목을 뻣뻣하게 만들던 스트레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단풍잎처럼 하늘을 날아볼까
단양에는 단양군청을 내려다보는 양방산과 고수동굴에서 멀지 않은 두산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해발 500~600m의 산 정상에서 뛰어내리며 S자로 굽이치는 남한강 수맥과 옹기종기 자리 잡은 주변 마을의 그림 같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건 양쪽이 비슷하다. 지난해에만 13만여명이 하늘 위에서 그 경치를 즐겼다.
몇 차례 방송을 타며 유명해진 두산 활공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 산자락을 타기도 전에 공중을 점령한 색색의 비행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에 울긋불긋 단풍잎을 흩뿌린 모양새였다. 열기구로 가득한 터키 카파도키아의 하늘처럼 단양의 가을 하늘은 온통 패러글라이더의 차지였다.
1989년 문 연 국내 최초 패러글라이딩 업체라는 ‘단양패러마을’에 도착했더니 성수기를 맞아 이미 1시간의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활공장이 있는 정상 부근엔 카페와 캠핑장, 펜션 등이 있고 수시로 이륙 장면을 구경할 수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업체가 준비해둔 근사한 공군 파일럿 같은 비행복을 고르고, 비행대기소 주변에 널린 액자 모양의 설치물이나 아기자기한 의자 등 소품을 활용해 기념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간다. 업체에서 키우는 강아지 ‘바람이’도 널찍한 이륙장을 뛰어다니며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차례가 와서 이륙장 활주로에 섰다. 교육이랄 것도 특별히 없었다. “멈추라고 할 때까지 앞만 보고 계속 뛰세요.” 몇 걸음 달린 것 같지 않은데 금세 다리가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가뿐하게 하늘로 솟은 뒤엔 편안하게 앉아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눈앞의 풍경을 즐겼다. 숙련된 교관이 조종을 맡는 2인승 탠덤 비행을 하면 누구나 특별한 준비 없이도 이렇게 하늘을 날 수 있다.
단양은 활공장 주변을 둘러싼 소백산맥이 비구름과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와 달리 연 300일 이상 패러글라이딩 비행이 가능하다. 상승기류를 만날 경우 이륙한 장소로 다시 돌아와 착륙하는 ‘톱랜딩’도 가능하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분 내외의 기본 비행 요금은 11만원 정도다. 급회전과 급강하 등 묘기 비행을 하거나 비행 시간을 늘리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1만~2만원의 추가 요금을 내면 고프로로 동영상을 찍어주는데 착륙 즉시 휴대전화로 파일을 전송해줘 편리하다.
숲속을 질주하는 쾌감
단양의 새로운 명소가 된 만천하스카이워크. |
만천하스카이워크는 2017년 여름 개장 후 지금까지 2년여 동안 180만명이 넘게 찾은 단양의 새로운 관광명소다. 남한강과 단양 읍내를 굽어보는 산꼭대기 절벽에 들어선 만천하스카이워크는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기막히다. 나선형으로 된 길을 올라 타워 형태의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면 소백산, 월악산, 금수산 등 주변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만 개의 골짜기와 천 개의 봉우리’란 뜻의 만학천봉에서 따온 ‘만천하’라는 이름값을 한다.
단양강 수면에서 120m 높이에 설치된 전망대 끝에는 길이 15m, 폭 2m로 만든 세 개의 ‘하늘길’이 비죽 튀어나와 있다. 바닥을 삼중 강화유리로 만든 하늘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 흐르는 남한강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전망대(입장료 3000원)는 매표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수양개 선사유적지로 알려진 적성면 애곡리 일대에 들어선 만천하스카이워크는 집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 등 레포츠 시설도 갖추고 있다. 알파인코스터는 놀이공원에서 타는 롤러코스터의 ‘산악 버전’이다. 열차가 아니라 1인용 카트를 타고 산속을 달린다는 점이 다르다. 전체 구간 960m 중 산을 오르는 340m는 레일이 자동으로 끌어올려주고 내려오는 620m는 탑승객이 레버를 움직여 원하는 대로 속도를 조절하며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짜릿하게 숲속을 질주하는 알파인코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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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을 구입하기 전 건강 상태와 질환 여부를 묻는 탑승동의서를 작성하고 탑승 전 동영상으로 안전교육도 받았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리 요란하게 준비를 하나 싶었다. 40m씩 앞 사람과 간격을 두고 출발한 카트는 금세 산 정상부에 올랐다. 다리 사이에 놓인 레버를 앞으로 밀자 카트가 아래로 미끄러지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울창한 숲 사이로 질주하는데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부딪힐 듯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재빨리 커브를 돌면서 사라졌다. 맹수가 먹이를 좇아 산속을 달리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최고속도 40㎞/h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자동차로 달리는 40㎞/h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몸 전체가 밖으로 노출된 카트에서 안전벨트에만 의지해 내리막길을 내달리다 보니 속도감과 스릴이 배로 느껴졌다. 직각에 가까운 회전코스에선 몸이 카트와 함께 레일을 이탈해 숲으로 튕겨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워낙 빨라 레버를 몸쪽으로 당겨 속도를 줄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5분이었다.
바람을 가르는 해방감
집와이어를 타면 1㎞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
집와이어는 고정된 와이어로프를 타고 무동력으로 활강하듯이 내려가는 놀이기구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환승장을 잇는 1코스(680m)와 환승장에서 주차장까지의 2코스(300m)로 구성돼 있다. 매일 선착순 350명 탑승 후 마감이라 오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다.
헬멧을 착용하고 안전장비를 확인하며 대기했다. 별 느낌이 없었는데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출발이 임박하자 괜스레 긴장이 됐다. 철커덕 철문이 열리고 신호와 함께 출발하는데 몸에 와닿는 촉감이 더없이 시원하다. 바람을 가르며 하강하는 동안 와이어에 매달린 줄을 꽉 잡고 있던 손에 스르르 힘이 풀렸다. 고개를 돌려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여유도 부렸다. 발도 앞으로 쭉 뻗으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매주 월요일엔 시설 점검으로 휴장한다. 음주자는 집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를 탈 수 없다. 사전 예약도 불가능하고 당일 현장 발권만 한다. 집와이어는 만 70세 이하, 알파인코스터는 만 65세 이하로 나이 제한도 있다. 신장 120~130㎝ 이상, 몸무게 92~100㎏ 미만이어야 탈 수 있다. 요금은 집와이어 3만원, 알파인코스터 1만5000원. 집와이어나 알파인코스터를 타면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 요금은 면제다. 집와이어를 타면 단양사랑상품권 5000원권을 제공한다.
단양 | 글·사진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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