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맛집이 인도음식점?…시골친구의 ‘또간집’ 전격 공개
문경의 시골친구 박현희씨가 추천 맛집 인도음식점 ‘봄베이스낵바’의 빠니뿌리&더히뿌리. 박현희씨·업체 제공 |
‘맛집’을 찾는 키워드 중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던 ‘현지인 맛집’도 ‘꾼’들의 유입으로 그 힘을 잃어가는 요즘 거부할 수 없는 막강 검색어의 조합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시골친구’의 ‘또간집’. 지역에 거주하는 시골친구들이 ‘애정하는’ 맛집 리스트를 공개했다. 시골을 알고 싶고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골 안내 플랫폼&뉴스레터 <안녕시골>의 아이디어다.
안녕시골 제공 |
‘안녕시골’의 채하림 팀장은 “지역에 가서 맛집을 찾으려고 할 때, 유명한 식당이 아니면 정보 찾기도 어렵고 인터넷에 있는 리뷰만 보고 갔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 않으냐”며 “실제로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골친구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직접 소개해 준다면 그걸 본 사람들이 그 지역에 가서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소개했다.
‘시골친구의 또간집’은 향후 지역의 맛집뿐만 아니라 책방, ‘핫플’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로 운영할 예정이다.
문경의 두 번째 추천맛집 ‘새재산버섯식당’의 전골 요리. 박현희씨 제공 |
경북 문경의 청년커뮤니티 ‘달빛탐사대’ 박현희씨의 첫 번째 추천 맛집은 인도음식점 ‘봄베이스낵바’다. 사장님이 “문경 사람들에게 빠니뿌리를 맛보여주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차린 만큼 대표메뉴도 빠니뿌리&더히뿌리다. 메뉴판은 ‘인도의 길거리 음식으로 동그란 볼(뿌리)에 감자와 콩이 들어가며 민트소스(빠니)와 요거트(더히), 타마린드 소스를 뿌려 먹는 스낵’이라고 소개한다. 박씨는 “마살라 짜이 한 잔과 문경의 지역술 문경바람으로 만든 하이볼까지 들이켜면 마치 여기가 인도”라고 극찬했다. 빠니뿌리 외에도 버터치킨커리, 사모사 등 다양한 향신료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두 번째 추천 맛집은 버섯과 나물이 좋은 산촌 문경의 제맛을 볼 수 있는 ‘새재산버섯식당’이다. “문경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나면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는데 바로 그때 추천하는 천연 보양식이 산버섯 한우싸리전골”이라며 “반찬으로 나오는 제철나물까지 버릴 게 하나 없는 야무진 밥상”이라는 추천평이다.
요즘 빼놓을 수 없는 핫플의 요건 중 하나. 바로 논밭뷰다. 토성식당의 뷰와 맛도 ‘또간집’이 될만 하다. 이혜승씨·블로거 최금주씨 제공 |
충남 아산에서 책방모랭이숲을 운영하는 이혜승씨는 “논밭뷰가 아름답고 정겹고 푸근한” ‘토성식당’을 꼽았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주변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꼭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애’ 메뉴는 “겨울에 텀블러에 넣어 들고 다니고 싶을 만큼” 녹진하고 고소한 국물이 일품인 들깨수제비다. 메뉴판에는 없으나 사장님께 요청하면 수제비와 칼국수를 섞은 ‘칼제비’를 먹을 수 있다는 건 단골의 팁.
쫀득한 감자피 만두가 밀면의 맛을 배가시킨다. 이혜승씨·업체·블로거 조준투어 제공 |
여름을 앞두고 솔깃한 두 번째 추천 맛집은 ‘국제밀면’이다. “양지를 직접 끓여 만든 고소한 온육수로 손을 달래고 아삭하고 시원한 열무김치로 입맛을 돋우고 있으면” 나오는 살얼음 동동 물비빔밀면은 “매콤 새콤 달달하고 감칠맛이 좋아 누구나 좋아할 맛”이란다. 여기에 쫀득한 감자피 만두를 함께 먹어야 한다고.
이름도 정겨운 얼룩배기보리밥의 인기메뉴. 박누리씨 제공 |
보리밥 맛집이 여럿인 충북 옥천에서도 농촌잡지 ‘월간옥이네’를 만드는 박누리씨가 꼽는 곳은 교동저수지 인근의 ‘얼룩배기보리밥’이다. “직접 농사지은 신선한 채소가 한가득 상에 오르고 찐한 된장찌개가 구수한 냄새로 입맛을 자극하는 보리밥”이 평범함 속에 비범한 맛을 낸다. 여럿이 간다면 보리밥정식에 부추해물전을 추가해야 한다.
3명 이상 모일 때 가면 좋을 푸른농원연입밥의 인기메뉴 연잎밥과 정식. 블로거 지혜로운피글렛 제공 |
박씨가 “조금 더 정성스레 차려진 상을 받고 싶어지는 날” 찾는 곳은 ‘푸른농원연잎밥’이다. “밤, 대추, 흑미 등이 아낌없이 들어간 연잎을 펼치는 순간 코끝으로 확 달려드는 향기에 벌써부터 취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연잎밥에 잡채, 코다리찜, 연근샐러드, 모둠버섯전, 콩고기볶음 등이 나오는 연잎밥 정식이 추천 메뉴다. 3인 이상 주문 가능하며 예약 필수.
아스타팜 없이 사장님이 직접 빚은 막걸리에 피자의 조합! 의성의 이현숙씨의 또간집 무원칙주의 오두막의 시그니처다. 업체 제공 |
경북 의성에서 저렴한 안주와 수제막걸리를 찾는다면 문화기획사 두두랩의 이현숙씨가 추천하는 ‘무원칙주의 모두막’이 있다. 아스타팜 없이 물, 누룩, 쌀로만 직접 빚은 ‘아이보리 콤플렉스’는 “은은한 바닐라향과 단맛, 약간의 멜론향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쌀막걸리”다. 추천 안주는 김치전 혹은 피자.
찹쌀수제비와 대추차, 그리고 황토방이 있는 이현숙씨의 두 번째 추천 맛집 다샘이다. 이현숙씨 제공 |
이씨의 두 번째 추천맛집은 미역이 들어간 찹쌀수제비를 맛볼 수 있는 ‘다샘’이다. 미리 예약을 해두면 노곤할 때 마당에 있는 황토방에 들어가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빈티지소품과 도자기로 채워진 찻집에서 정성껏 끓인 대추차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깔끔한 맛을 내는 고산의 어탕. 임경수씨 제공 |
“묵은지의 깊은 맛과 닭고기의 달달한 맛이 어우러져 호호 불면서 뜯어먹고 매콤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맛이란….”
만경강을 바라보며 어탕과 묵은지닭도리탕을 먹을 수 있는 곳, 전북 완주의 ‘동락가든’이다. 완주의 시골친구 임경수씨(이상한나라폴)가 “손님이 오면 항상 가는 집”이다. 보통 “전라도의 어죽은 걸쭉하지만 고산의 어탕은 깔끔하고 시래기가 들어 있어 시원하게 얼큰한” 맛을 낸단다. 마지막에 나오는 누룽지까지 빼먹지 말아야 한다.
5천원의 행복이라 할만한 초원국수의 칼국수와 비빔국수. 시골친구들이 사랑할만하다. 임경수씨 제공 |
“여름방학, 외갓집에 왔는데 비가 와 밖에 나가지 못할 때 아무말 없이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었던 그런 국수….”
같은 고산면에 있는 초원국수의 칼국수는 시원칼칼한 국물로 동네 주민들의 해장음식으로 통한다. 상추가 듬뿍 들어간 비빔국수까지 각각 5000원에 즐길 수 있는 ‘손맛’ 가득 음식이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