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한 수염이…’ 여장 남자에 속아 파혼한 한 청년의 충격 고백
1991년 12월 <레이디경향> 에 실린 ‘여장 남자에 속아 파혼한 한 청년의 충격 고백’ 수기 |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죠. 바로 남현희 펜싱 전 국가대표 선수와 예비 신랑 행세를 했던 전청조 씨 얘기입니다.
남현희 펜싱 전 국가대표 선수와 예비 신랑 행세를 했던 전청조 씨. 두 사람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옛날잡지> 가 취재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
지난달 23일 종합월간지 <여성조선>은 단독 인터뷰를 보도합니다. ‘펜싱 남현희·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 만남·열애·결혼 풀 스토리 최초 공개’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전씨는 ‘재벌 3세’ ‘시그니엘 거주’, ‘글로벌 IT 기업 임원 재직’ 등 화려하게 포장된 이력으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곧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실은 그가 ‘여성’이고 ‘사기 전과가 있다’는 내용의 증언들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31일 법원은 ‘자칭’ 재벌 3세에게 체포 영장과 함께 통신과 압수 영장을 동시에 발부했습니다. “출석 요구에 불응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법원은 31일 전 씨에게 체포 영장과 함께 통신과 압수 영장을 동시에 발부했습니다. |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한 방송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한다면 당하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의문도 든다”라며 “남현희 씨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상황이 진짜이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면, 일반인이라면 당하지 않을 어설픈 연극도 믿고 싶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명백한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참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와 같은 사기 사건이 꾸준히 존재해 왔다는 점입니다. 특히 성별을 속인 혼인 빙자 사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주 <옛날잡지>에서는 전청조 사건의 취재 뒷이야기와 유사한 사기 사건을 전합니다.
2007년에도 재벌 2세 행세를 한 남장 여인의 사기극이 발생했습니다. |
첫 번째 사건은 2007년, 재벌 2세 행세를 한 남장 여인의 사기극입니다.
당시 피의자 박 모씨는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 A양을 만났습니다. A양은 고작 14살의 중학생이었습니다. 박모씨는 재벌가의 외아들 행세를 하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학교까지 찾아와 선물 공세를 하는 등 A양의 환심을 샀죠. 주변인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치밀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주술로 A양이 누군가를 죽였다고 믿게 하고 사건 처리 명목 등으로 수년간 가족에게 6억 4천여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호주에서 잘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A양. 진실은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박씨의 소굴에서 탈출하면서 밝혀집니다. A양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991년 12월 <레이디경향> 에 실린 ‘여장 남자에 속아 파혼한 한 청년의 충격 고백’ 수기 |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991년 12월 <레이디경향>에는 ‘여장 남자에 속아 파혼한 한 청년의 충격 고백’ 수기가 실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스물아홉 살 청년 B씨는 구로공단에서 캐비닛 만드는 일을 하는 사업가였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식당 옆 테이블에 앉아 혼자 식사를 하던 정아 씨를 처음 만나게 됐고, 호감을 느끼게 된 두 사람은 함께 드라이브하며 데이트를 합니다.
노란 원피스와 검은 물방울무늬의 옷. 남성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모습이었습니다. 몇 번의 만남을 이어가며 그녀가 작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다는 것과 시골에서 올라와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됐죠.
첫사랑에 실패했던 B씨는 자신과 공통점이 많았던 정아 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던 형님 내외의 조언에 따라 조촐한 약혼식까지 진행했습니다. 시골에 있는 정아 씨의 부모님이 참석하지 못해 약식으로 반지만 주고받은 의식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녀, 그러나 B씨는 단 하나의 의문을 풀지 못했습니다. 종종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였죠. B씨는 경계심을 풀기 위해 그녀와 여관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 입술을 정아의 입술에 가져갔다. 내 품에서 작은 흔들림으로 마다하는 몸짓은 나에게 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아의 입술을 비비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깔깔한 수염의 촉감이 순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울음이 터져버린 정아 씨를 보며 B씨는 부끄러움 탓이라 생각했고 더 이상의 ‘진도’를 나가지 않은 채 관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약혼식을 치르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경찰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1991년 12월 <레이디경향> 에 실린 ‘여장 남자에 속아 파혼한 한 청년의 충격 고백’ 수기 |
경찰이 밝힌 그녀의 정체는 정승현. 바로 ‘여장을 한 남자’였습니다. 정아씨는 B씨를 만나기 전, 다른 남자에게 여장 행세로 돈을 빌렸다 갚지 않고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신고로 체포된 것이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까요? 잡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옛날잡지>에서 확인하세요.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