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vs 렉서스 RX, 한일대결 승자는?
고급차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브랜드와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입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미국의 캐딜락이나 링컨 같은 브랜드가 오래전부터 고급차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죠. 독일의 아우디는 벤츠나 BMW보다는 늦게 고급화 전략을 펼쳤지만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링컨이나 캐딜락은 명성이 예전만 못해서, 요즘 고급차를 대표하는 브랜드 하면 주로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를 가리킵니다.
벤츠, BMW, 아우디(출처: 각 제조사) |
후발주자는 주로 일본차 브랜드입니다. 대중차를 만들다가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수익 확대와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죠.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아큐라가 후발주자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후발주자라고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나온 시기는 1980년대 중후반입니다. 벌써 30년이 넘었죠. 이중에서는 렉서스가 자리를 잡았다고 인정받지만, 독일 3사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고급차 브랜드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렉서스, 인피니티, 아큐라(출처: 각 제조사) |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제네시스 역시 후발주자입니다. 대중차 브랜드이면서 고급 브랜드를 추가한 일본차 회사와 같은 길을 걸어가죠. 제네시스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도 일본 고급차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일본 고급차 브랜드는 유일하게 렉서스만 진출했습니다(인피니티는 철수). 제네시스와 렉서스가 후발 고급차 브랜드로서 정면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죠.
제네시스(출처: 제네시스) |
가장 최근에 국내에 선보인 렉서스 모델은 RX입니다. 아직 공식 출시 전이고 사전 예약을 받고 있죠. 1998년 처음 선보인 RX는 지난해 5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 공개됐습니다. 도심형 고급 SUV 시장을 개척한 의미 깊은 모델인 RX는 25년 동안 고급 SUV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 올렸습니다. 5세대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렉서스 신형 RX(출처: 렉서스) |
이전 세대의 큰 틀을 유지하는 형태
완전 변경 모델이지만 형태의 큰 틀은 이전과 비슷합니다. 옆모습의 비례나 C필러 아래쪽을 지나는 유리창 역시 이전 분위기를 이어가죠. 차체 전반을 아우르는 날카로운 선, 쿠페처럼 경사진 뒷유리, 크로스오버처럼 낮아 보이는 차체 등 이전 세대의 RX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길이도 4,890mm로 그대로입니다. 완전 변경이 아니라 변화 폭이 큰 부분 변경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렉서스 RX 이전 세대(위)와 최신 세대(아래)(출처: 렉서스) |
표현 방식을 달리한 스핀들 그릴
전체적으로 이전 세대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앞모습은 변화가 큽니다. 렉서스의 디자인 정체성인 스핀들 그릴이 사뭇 달라졌죠. 그릴의 구분이 명확했던 이전과 달리 차체와 보닛에 녹아들었습니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표현 방식이 달라져서 차의 인상을 확 바꿔 놓습니다. 앞부분만 놓고 보면 뾰족한 이미지에서 뭉툭하게 바뀌었습니다. 후면부는 분리형이던 테일램프를 연결하고 범퍼 디자인에 변화를 줬습니다. 아랫급인 NX와 분위기가 비슷해서 통일감이 느껴집니다.
렉서스 RX 이전 세대(왼쪽)와 최신 세대(오른쪽)(출처: 렉서스) |
한층 간결해진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실내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버튼을 비롯한 요소를 줄여서 한층 간결해졌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맞게 대시보드 위에 분리되어 솟아 있던 디스플레이를 계기판 옆으로 이어 붙였습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4인치로 커져서 시원스러운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표시합니다. 커다랗고 길쭉 솟은 변속 레버도 짧게 바꿔서 공간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렉서스 RX 이전 세대(위)와 최신 세대(아래)(출처: 렉서스) |
늘어난 휠베이스와 넓어진 공간
신형 RX의 길이는 이전과 같지만, 새로운 GA-K 플랫폼을 사용해 휠베이스는 오히려 60mm 길어졌습니다. 늘어난 휠베이스만큼 앞뒤 좌석의 커플 디스턴스(엉덩이 포인트 사이의 거리)를 늘려 2열 공간도 넉넉해졌고요. 트렁크 공간 또한 838L로 넓어졌고,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도록 적재 높이를 낮췄습니다.
렉서스 신형 RX(출처: 렉서스) |
4기통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파워트레인은 큰 폭으로 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3.5L V6 가솔린 엔진을 없애고 4기통 가솔린 엔진으로만 구성했습니다. 엔진은 두 가지입니다. 2.4L 터보는 350과 하이브리드인 500h, 2.5L는 하이브리드인 350h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450h+에 들어갑니다. 출력은 246~366마력 대에 분포합니다.
렉서스 신형 RX(출처: 렉서스) |
신형 RX의 국내 도입 모델은 하이브리드인 RX 350h와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RX 450h+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요. RX는 준대형급에 속합니다. 준대형급 고급 SUV는 경쟁 상대가 많죠. 그중에서 고급차 브랜드 후발주자의 모델로서 렉서스 RX와 제네시스 GV80이 근접한 경쟁 관계를 이룹니다.
브랜드 개성이 확실한 디자인
디자인은 호불호의 영역이라 어느 쪽이 낫다고 결론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두 차 모두 개성이 확실하다는 점이죠. GV80은 커다란 방패 모양 그릴과 두 줄로 구성한 램프 구성이 눈에 띕니다. RX는 스핀들 그릴이 특징인 전면부와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날렵한 차체가 눈에 띕니다.
렉서스 신형 RX(위)와 제네시스 GV80(아래)(출처: 렉서스, 제네시스) |
크기에서 앞서는 GV80
길이는 GV80이 4,945mm로 4,890mm인 RX보다 55mm 깁니다. 휠베이스는 2,955mm와 2,850mm로 GV80이 105mm 앞섭니다. 휠베이스 수치만으로 판단한다면 실내 공간은 GV80이 더 여유로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두 차 모두 간결한 분위기를 추구합니다. RX가 신형으로 바뀌면서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구성으로 바뀐 반면에 GV80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RX의 이전 세대와 비슷한 분리형 구성입니다.
렉서스 신형 RX(위)와 제네시스 GV80(아래)(출처: 렉서스, 제네시스) |
하이브리드에 특화된 RX
파워트레인은 차이가 큽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만 구성한 RX와 달리 GV80은 가솔린과 디젤 구성입니다. RX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다양합니다.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밀어 온 렉서스와 전동화 모델이 없는 GV80의 파워트레인 구성이 대비되죠. 겹치는 모델은 2.5L 터보를 사용하는 GV80 2.5T와 2.4L 터보를 얹은 RX 350입니다. 출력은 304마력과 275마력으로 GV80이 앞섭니다. 최고 모델은 GV80 3.5T와 RX 500h인데, 가솔린 터보와 하이브리드로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참고로 두 모델의 출력은 각각 380마력과 366마력(시스템)으로 수치만 놓고 보면 제네시스가 앞섭니다.
렉서스와 제네시스 모두 독일 고급 브랜드를 뒤쫓아 가는 후발주자이지만, 브랜드 역사를 보면 1989년에 나온 렉서스가 2015년에 생긴 제네시스보다 내공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후발주자 중에서도 신참에 속하죠. 제네시스가 신참이기는 해도 후발주자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고급차 시장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네시스가 빠르게 입지를 굳혔죠. 고참의 관록과 신참의 패기가 맞붙은 고급차 브랜드 후발주자 사이의 경쟁에서 어떤 차가 승자가 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