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 스포츠카 911 카레라 T, 고작 40kg 감량? 포르쉐도 다이어트는 힘들어!
포르쉐가 911 카레라 부분변경 모델 992.2를 기반으로 순수한 주행 감각을 강조한 경량 스포츠카 911 카레라 T를 공개했습니다. 911 카레라 T에서 ‘T’는 투어링(Touring)을 상징하는 이니셜인데요. 포르쉐가 1968년 엔트리급 911로 내놨던 911 T를 기원으로 삼습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911 카레라 T는 맞춤 제작 장비로 완성한 경량 차체, 민첩한 핸들링, 감성적인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포르쉐의 듀얼클러치 변속기 PDK가 아니라 6단 수동변속기를 엔진에 맞물렸다는 점입니다. 또한 신형 911 카레라 T는 최초로 카브리올레 모델로도 나옵니다. 911 카레라 T의 매력을 분석해 보고, 순수한 주행 감각에 초점을 맞춘 경쟁 모델 로터스 에미라, 애스턴마틴 밴티지와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1. 가장 순수한 911 표방. 고전적이고 단순한 아름다움 추구. 수동변속 로고 스티커 및 젠티안 블루 포인트로 특별함 강조
911 카레라 T는 911 라인업에서 가장 순수주의적인 모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요소로 꾸몄습니다. 차체에 과격한 칼질을 더해 공기 통로를 내는 대신 매끈하고 우아한 911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낸 차체가 특징입니다. 삼각형 측면 뒷유리에는 수동 변속 패턴 로고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911 카레라 T는 또한 911 카레라 GTS에서 립 스포일러를 가져와 뛰어난 공기역학 성능을 이어갑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차체 뒤쪽 그릴 부분, 사이드미러 덮개, 기계로 연마한 알로이 휠을 바나듐 그레이 메탈릭 컬러로 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용 디자인 패키지를 고르면 포르쉐의 클래식 색상인 젠티안 블루를 카레라 T 데칼, 수동변속 스티커 등에 사용해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모델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911 카레라 T는 그동안 쿠페로만 나왔는데요. 이번 모델은 처음으로 카브리올레로도 나옵니다. 911 카레라 T 카브리올레는 911 카브리올레의 특유의 화려한 매력에 카레라 T의 단순하고 가벼운 감각을 더해 오묘한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카브리올레 (출처: 포르쉐) |
2. 호두나무 수동 시프트레버로 개성 드러내. 바나듐 그레이 바탕에 젠티안 블루 포인트로 헤리티지 강조
실내는 911에 기대하는 그대로입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선택해 대시보드 위에 스톱워치를 달 수 있는 점도 카레라와 동일합니다. 911 카레라 T 실내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요소는 아무래도 짤따란 수동 시프트레버입니다. 동그란 레버 상부에 호두 라미네이트 목재를 둘러 전설적인 슈퍼카 카레라 GT의 시프트레버를 떠오르게 합니다.
시프트레버 앞에는 수동변속기 로고를 새겨 이 차가 순수한 주행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델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기본 장비 목록에는 주행 모드 스위치가 장착된 가죽으로 덮인 열선 GT 스포츠 스티어링휠이 포함되고 레이스 텍스 스티어링휠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의 장식은 바나듐 그레이 색상으로 꾸렸고, 내부 도어 패널은 검은색 브러시드 알루미늄으로 처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검은색이고 옵션으로 바탕과 대조되는 스티치를 추가해 색상 포인트를 줄 수 있습니다. 기본 블랙 스티치 대신 젠티안 블루 스티치를 선택하면 푸른 줄무늬로 실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젠티안 블루 색상 안전벨트, 센터콘솔 트림, 도어 패널, 헤드레스트 911 로고 자수에 추가할 수 있죠. 911 카레라 T는 4방향 전동 조절이 가능한 스포티한 스포트 텍스 시트가 기본입니다. 18방향 조절 가능한 스포츠 시트 플러스 역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의 타탄 패브릭 패턴은 911 카레라 T의 독점 요소입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3. 최고출력 394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6단 수동변속기로 다스려 뒷바퀴만 굴려. 수동 변속으로 가장 순수한 배기 사운드 연주
911 카레라 T는 무게 감량 조치, 역동적인 튜닝, 6단 수동변속기로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한 카레라로 거듭났습니다. 가벼운 창문을 사용하고, 단열재를 줄이고, 듀얼클러치 변속기 대신 6단 수동변속기를 더해 신형 카레라 T는 가장 가벼운 구성 기준 차체 무게가 1,478kg에 불과합니다.
현행 911 카레라와 비교해 40kg 이상 가벼운 셈이죠. 엔진은 911 카레라와 같은 수평대향 6기통 3.0L 트윈터보 유닛이 들어가고 6단 수동변속기로 최고출력 394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다스려 뒷바퀴만 굴리죠.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운전자의 수동 변속이 완벽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다운시프트 시 오토 블립 기능이 엔진회전수 보정을 해주기 때문이죠.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한 카레라 T 쿠페는 제로백 가속을 4.5초 만에 마치고 카브리올레는 4.7초 만에 끝냅니다. 최고시속은 쿠페가 295km, 카브리올레가 293km입니다.
이전 모델에 비해 출력이 증가한 만큼, 브레이크 디스크 직경 350mm, 앞 6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한 더 큰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밤음재를 줄이고 오토 블립을 더한 결과, 기본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감성 짙은 사운드를 연주합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출처: 포르쉐) |
4. 주행 순수주의로 완성한 스포츠카, 로터스 에미라 V6, 애스턴마틴 밴티지와 비교
2,000마력 전기 하이퍼카, 1,000마력 대 하이브리드 슈퍼카가 즐비한 오늘날엔, 스포츠카,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출력이 무한정 높고, 제로백 가속 성능이 0으로 소급할수록 더 큰 운전 재미를 누릴 수 있을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숫자는 이름 모를 부호의 만족감과 소장 가치를 위한 상징에 불과할 뿐, 진정한 자동차 마니아라면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 자동차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노면을 느끼고 속도를 이해하며 달리는 과정에 의미를 둘 것입니다.
이러한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완성한 모델이 바로 911이고,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의 에미라와 애스턴마틴 스스로 브랜드 역사상 가장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 결실이라고 선언한 모델 밴티지 역시 같은 지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세 모델을 비교하며 911 카레라 T의 매력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겠습니다.
(위부터) 포르쉐 911 카레라 T, 로터스 에미라, 애스턴마틴 밴티지 (출처: 포르쉐, 로터스, 애스턴마틴) |
지향점은 같지만 세 모델의 생김새는 차이가 큽니다. 세 브랜드의 디자인 헤리티지가 사뭇 다른 점도 큰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 모델의 엔진 배치가 완전히 달라서인데요. 911 카레라 T는 엔진을 뒤차축보다 뒤에 얹는 독특한 구조이고, 에미라는 엔진을 앞뒤 차축 사이에 싣는 미드십 구성입니다. GT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은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어 앞코를 길게 구성한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차체가 특징입니다.
(위부터) 포르쉐 911 카레라 T, 로터스 에미라, 애스턴마틴 밴티지 (출처: 포르쉐, 로터스, 애스턴마틴) |
측면 실루엣을 보면 엔진 배치에 따른 차체 형태 및 비율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 흥미로운데요. 차체 길이는 4,528mm로 911 카레라 T가 가장 깁니다. 밴티지가 4,493mm로 그 뒤를 잇고, 4,413mm인 에미라가 가장 짧습니다. 차체 높이는 1,226mm인 에미라가 가장 낮고, 1,275mm인 밴티지가 두 번째입니다. 1,290mm인 911 카레라 T가 가장 높습니다.
순수한 주행 경험에 중요한 요소인 차체 무게는 911 카레라 T가 1,478kg으로 가장 가볍습니다. 경량 스포츠카의 상징 로터스 모델보다 가볍다니 놀라운데요. 에미라의 차체 무게는 1,495kg입니다. 밴티지는 1,605kg으로 세 모델 중 가장 육중한 차체 무게를 드러냈습니다.
(위부터) 포르쉐 911 카레라 T, 로터스 에미라, 애스턴마틴 밴티지 (출처: 포르쉐, 로터스, 애스턴마틴) |
브랜드 개성이 뚜렷한 세 모델은 실내 분위기도 사뭇 다른데요. 911 카레라 T는 정교하고 깔끔하고 완고한 인테리어로 주행에 집중할 수 있으면서도 편의성을 놓치지 않는 독일식 프리미엄 감성을 잘 살렸습니다. 로터스 에미라는 단순하다 못해 초라하던 예전 로터스 실내를 벗어나 세련미와 편의성을 한층 챙긴 실내 구성이 인상적이지만, 다른 두 모델과 비교해 여전히 20년쯤 전 자동차 같아 보입니다.
밴티지는 호화로운 GT카 브랜드 모델답게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실내를 꾸렸습니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두툼하게 올라서 공간을 가르는 센터콘솔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911 카레라 T와 에미라는 실내 중앙에 배치한 수동변속 시프트레버가 이 모델의 개성 및 특징을 강력하게 드러냅니다.
(위부터) 포르쉐 911 카레라 T, 로터스 에미라, 애스턴마틴 밴티지 (출처: 포르쉐, 로터스, 애스턴마틴) |
세 모델은 파워트레인 구성도 제각각입니다. 911 카레라 T가 포르쉐 특유의 수평대향 6기통 3.0L 트윈터보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한 반면, 에미라는 V6 3.5L 슈퍼차저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맞물렸습니다. 밴티지는 V8 4.0L 트윈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었습니다.
최고출력 및 최대토크는 배기량이 가장 큰 밴티지가 665마력, 81.6kg.m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911 카레라 T는 394마력, 45.9kg.m, 에미라 V6은 400마력, 43.8kg.m로 두 모델은 대체로 비슷한 힘을 발휘합니다. 제로백은 힘이 센 밴티지가 3.5초로 가장 빠릅니다. 에미라 V6가 4.3초로 뒤를 잇고, 911 카레라 T는 4.5초로 가장 느립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T 카브리올레 (출처: 포르쉐) |
하지만 제원 수치는 이들에게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실제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휠을 쥐고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감각이 이들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로터스 에미라 V6는 국내에서 1억4,900만 원에 판매 중입니다. 밴티지와 911 카레라 T는 아직 국내 출시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밴티지는 미국 기준 19만4,086달러(2억7,900만 원)로 상당히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습니다.
911 카레라 T는 미국 기준 13만5,995달러(1억9,550만 원)으로 두 모델의 중간 정도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의사소통하며 스스로 변속기를 다루며 달리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전기차 시대에 나온 이 세 모델은 온전히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모델이기에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내연기관의 끝자락 단 한 대의 순수주의 스포츠카를 선택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 모델인가요?
KB 차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