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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에서 비전을 발견했습니다

“20년 전에 진작 시작할 걸 그랬어요.” 청소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해수 대표에게 지금 일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묻자 단박에 이렇게 대답했다. 퇴직 전 30여 년간 자금·경영 지원 업무로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퇴직 후 할 일을 고민하다가 청소업체를 창업했다. 진작 시작하지 않은 게 후회될 만큼 이 일이 만족스러운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청소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이제 9년 정도 됐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했는데, 퇴직할 무렵에 누구나 그렇듯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고민하긴 했으나 저는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고 퇴직 후 바로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원래 청소 관련 일에 관심이 있었나요?

관심이 있었죠. 사실 한창 직장 생활 중이던 2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주변에 청소일을 하는 지인이 몇 명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일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뉴스나 신문에 청소업과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을 해두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젊기도 하고 직장도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어서 앞으로 이런 일을 하게 될까 긴가민가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요즘은 ‘아이고, 진작 20년 전부터 할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웃음).

이 일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무엇보다 청소는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일이에요. 요행이나 꼼수를 바랄 수가 없고, 정성을 들인 만큼 결과가 달라지죠. 그런 건 고객이 먼저 알아요. 그리고 그날 일이 끝나면 퇴근 후에 더 신경 쓸 일이 없어요. 당연히 몸 쓰는 일이니 고단하긴 한데, 머리는 아주 개운하죠(웃음).


직장 생활을 할 때 담당했던 업무가 경영 지원이었어요. 줄곧 자금 파트에서 일했죠. 당시에 저는 사람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나는 하루 24시간밖에 일을 못 한다”라고 했어요. 그만큼 일이 많았어요. 사실 돈이 여유 있는 회사는 몇 안 되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항상 돈이 부족하죠. 제가 하는 일은 그런 돈을 메우고 해결하는 일이었어요. 잘 때도 일하는 꿈을 꿨어요. 실수하면 회사에 막대한 피해가 가는 일이다 보니 직장 생활 내내 압박감을 느꼈죠.


그런데 청소 일은 그렇지않아요. 그날 하루 열심히 일하면 그걸로 끝이고, 다음날 또 힘내서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이 일의 정직함과 단순함이 좋아요. 나이가 들다 보니 정신적인 여유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청소도 사업으로 하려면 나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텐데요.

시작하기 전에는 이쪽 일을 하고 있는 지인들을 따라다니면서 배울 생각이었는데, 막상 창업하려고 하니 제대로 배우려면 학원에 가는 게 낫겠더라고요.


도구나 구역별 기술 등 청소에 대해 깊고 폭넓게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퇴직 후에 청소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했어요. 보통 2~3주 코스로 운영합니다. 이론과 실기 모두 배우는데, 교육과정 마지막에 실습도 있어서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창업 이후 안정화될 때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현장에서 감을 익히기 위해 5~6개월 정도 일하고 지금의 업체를 차렸습니다. 학원에서 이론 수업을 마치고 처음 현장 실무에 나갔을 때는 일이 서툴다 보니 버벅거리기도 하고 쉽지 않았죠.


직접 업체를 차리기 전에는 그런 식으로 전문가를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저는 나이가 많다보니 업체 사장님들이 잘 안 데리고 다니려 해서 고생이 많았지요(웃음).


일하러 나갈 기회가 생기면 정말 열심히 했어요. 대부분 저보다 어리니까 그들보다 더 열심히 뛰었죠. 그러다 보니 일이 꾸준히 들어왔고, 반년 정도 지나서 따로 업체를 차릴 정도가 됐어요.

창업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이 일의 또 다른 장점은 투자비가 적다는 거예요. 청소 도구라고 해봐야 부담될 만큼 비싸진 않거든요. 몇백만 원이면 돼요. 기술만 빨리 습득하면 쉽게 안착할 수 있어요. 창업 비용도 많이 안 들고, 위험 부담도 크지 않아서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편입니다. 물론 성실함과 기술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정확한 금액은 공유하기 어렵지만, 괜찮은 편이에요. 직장 생활을 30년 했는데, 퇴직 전까지 받던 월급보다 조금 더 많이 버는 정도입니다. 집에 생활비 주고 적금, 보험료, 용돈 쓰고도 조금남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요.

꾸준히 고객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청소 일은 입소문의 힘이 굉장히 세요. 한 번 만족한 고객의 소개로 다음 영업이 이어집니다. 저는 1년에 평균 400건 이상 청소를 하는데, 소개로 늘어나는 영업 건수가 1년에 약 100건이에요. 그럼 고객 리스트가 500명이 되는 셈이죠. 이게 해마다 축적된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거든요.


지금은 제가 따로 영업을 안 해도 일의 3분의 1 정도가 소개로 들어올 만큼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숨고’라는 재능 공유 매칭 플랫폼도 이용합니다. 그 플랫폼을 통해 일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요(웃음).


그런 웹사이트를 비롯해 고객들의 평가와 입소문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을 허투루 할 수 없어요.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요. 스스로 조절해야 할 만큼 일이 많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죠.

그 정도라면 쉴 틈 없이 일이 들어올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는 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코로나19가 막 시작되고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리모델링을 하거나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등 집에 공을 많이 들였잖아요. 그 시기에는 하루도 못 쉬고 일한 달도 있었어요(웃음).


예전에는 봄가을이 이사철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구분이 없어요. 신축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특정한 달이 없고, 한겨울 아니면 수요는 항상 있는 편이에요. 입주 청소뿐 아니라 빌라, 사무실 등 청소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니까 쉬지 않고 일하려면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몸 생각해서 휴식은 꼭 필요하죠.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요?

몸이 고단한 것 말고는 특별히 힘든 게 없어요. 이 일은 몸이 재산이니까 항상 안전을 생각해야 해요. 의자나 높은 곳에 올라가서 청소할 때도 조심하고요. 넘어지기라도 하면 예전과 다르게 회복도 더디고, 무엇보다 당장 일을 못 하게 되니까요. 그런 게 걱정이지, 다른 건 정말 걱정 없이 늘 감사하게 일하고 있어요.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지금이 참 좋아요.

그렇다면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일하다 보면 고마운 분을 많이 만납니다. 언젠가 한 번은 입주 청소를 마치고 복귀하는데 고객에게 전화가 왔어요. 일처리를 미흡하게 했나 싶어 긴장했는데, 이사하느라 경황이 없어 저녁 식사를 못 챙겨드렸다고 연락하신 거예요.


식사까지 안 챙겨주셔도 된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고 했는데 고객의 어머니까지 한사코 챙겨주고 싶다고, 청소를 잘해 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굳이 계좌로 식사비를 보내주시더라고요(웃음). 그럴 땐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죠.

앞으로 이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제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정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거든요. 거듭 말하지만 일하고 나면 머리가 아주 개운해요. 젊을 때 왜 직장 생활만 고집했나 후회가 될 정도로요.


당시에는 직장이 전부이고, 끝까지 직장 생활만 할 거라는 생각밖에 못 했습니다. 그런데 퇴직 후에 바로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넓힌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분명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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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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