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정 떨어지는 남편,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부가 오랜 세월 함께 하면 서로에 대해 잘 알까? 여전히 모르는게 많다. 화성에서 온 남편과 금성에서 온 아내가 가까워지는 관계 솔루션에 관하여.
Q. 결혼한지 30년이 흘렀는데, 점점 말이 없어지는 남편 때문에 속상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퇴직해서 많이 우울한데, 남편까지 저러니 더 우울해지네요.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퇴직 후에 우울감이 있으신데, 남편도 통 말씀이 없으시다니, 적적하고 외로우실 것 같네요. 알콩달콩 살지는 않아도 그래도 한두마디씩 나누면서 가족의 온도가 있기를 기대하셨을텐데 말입니다.
지금, 오랜 시간 부부가 맞벌이를 하셨다가 이제 부부가 함께 제 2의 삶을 시작하는 때라 적응이 쉽지 않을 때로 보입니다. 일할 동안에는 귀가 후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기에 서로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막상 부부의 일상은 퇴직 후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조정과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요. 이 시기 조정은 감정과 기대를 조정하고 역할조정도 함께 합니다.
적응은 대개 긴 여가시간에 대한 적응과 예상치 못하게 발견하게 된 배우자의 성격에 적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걱정하시는 대로, 남편께서 말이 없는 분이 아니었다면 남편께서도 독자님처럼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30년 세월은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다만 생애 전환기에는 낯선 길에 접어든 기분이 들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요. 길었던 세월만큼 두 분이 함께 들어섰던 위기의 길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기억해 보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두 분이 함께이건 따로건 정기적인 활동을 하나씩 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퇴직은 갑작스런 인생의 정지화면처럼 느껴지기에 활력을 줄 만한 주기를 다시 만들면 조금 더 적응이 쉬워지고 빨라집니다. 이때 30년지기 친구인 배우자의 격려와 제안은 새로운 시작과 적응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두 분의 일상에 에너지바람이 불기를 기원합니다.
Q. 별 이유없이 남편이 귀찮고 싫어졌어요. 권태기일까요?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놀랍게 대부분의 부부가 그런 때가 옵니다. 말씀대로 그런 때를 권태기라고 하지요.
부부의 감정은 싸이클이 있어서 감정이 올라갔다가 다시 바닥까지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세월이 흘러갑니다. 감정이 긍정적으로 상승할 때는 별 걱정이 없고 행복감도 크게 느낍니다. 반면, 감정이 바닥까지 떨어질 때는 만정이 떨어지거나 이유없이 화를 낼 때도 있지요.
심각하고 분명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따로 떨어져 지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감정이나 상태를 가까운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의 부부가 권태기와 위기를 겪은 경험을 갖고 있으니까요.
다만, 가장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권태기를 이겨낸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기를 바랍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때로 수다라고 불리지만, 심정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정리하는 기능을 합니다. 남편이 충분히 공감적인 분이라면, 남편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생각노트를 써보는 방법입니다. 남편에게 특정한 유책사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내 감정은 어떤 것인지, 이런 생각이 들 때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지 나름대로 내 생각과 감정, 그리고 나만의 방법들을 글로 적어보는 겁니다. 이 과정은 혼란스런 생각을 정리하고, 때로는 생각의 방향을 돌리게 하고, 남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들을 찾는 지름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Q. 요즘 남편이 부쩍 화가 많아져서 걱정입니다. 저도 첫째를 출산하기 전까지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기에 회사생활이 힘든 건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힘들었던 감정을 집에 와서, 특히 아이들에게 표출하는 남편을 보면 너무 힘이 듭니다. 대화를 나눠도 그때뿐입니다. 계속 반복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가장의 감정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민감한 주제이자 때로는 걱정스런 주제이지요.
여러 번의 대화를 나누셨다고 하니, 최선을 위한 노력도 이미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직장 경험을 했기에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크지요. 그리고 가장은 스트레스를 무게로 경험합니다. 벅찰 때는 속상할 때처럼 화가 날 때가 있지요. 울지못하는 자들이 화를 내곤 합니다.
회원님께서 여러 번 대화의 노력을 하신 것은 매우 훌륭합니다. 아내의 노력과 접근이 남편에게 때로는 경고로,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애원으로 들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남편을 보면서 심경이 복잡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남편에게 화를 내지 말라는 말은 이미 여러 번 해서 크게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집에 오면 화를 내게 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일 수 있고, 습관은 늘 새로운 습관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먼저, 남편에게 집에 오면 어떤 상황이었으면 좋겠는지 물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2~3가지 중 최소한 1가지부터 먼저 실천 해보겠다고 아이들과 함께 약속도 하고 칠판에 적어 놓기도 하면서 노력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분노는 불과 같아 천천히 잦아듭니다. 시간을 두고 아이들의 노력과 사랑스러운 면, 그리고 아빠를 매우 사랑한다는 점을 자주 남편에게 의지적으로 인지시키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가족의 노력을 남편이 기특하게 생각해주기를 바라면서 저도 회원님과 가족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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