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한정판 별미 도다리쑥국, 주인공은 도다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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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먹거리 풍성한 경남 통영에서 3, 4월 딱 두 달 주인공 행세를 하는 음식이 있다. 도다리쑥국이다. 갈치조림이나 매운탕을 주메뉴로 하는 통영 강구안 일대 식당들도 이 계절만큼은 '도다리쑥국 개시' 간판을 걸고 식도락가를 맞는다. 도다리는 전국 바닷가에 흔한 고기고, 쑥이야말로 아파트 정원에서도 자라는 흔한 풀이다. 흔하고 뻔한 것들끼리 만났는데 뭐가 그리 대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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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다리에 관한 상식부터. 우리가 도다리라고 통칭하는 생선은 사실 다양하다. 주로 양식을 하는 '강도다리', 서해안에 많이 사는 '돌가자미', 통영·거제에서 많이 잡히는 '문치가자미'를 모두 도다리라 부른다. 통영에서 쑥국용으로 쓰는 도다리가 바로 문치가자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가을에는 서해 쪽에 살다가 겨울이 되면 남해로 내려오며, 산란기인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금어기"라고 설명한다. 통영 식당들이 2월부터 도다리쑥국을 내놓는 이유다.
금어기만 피하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음식의 맛을 책임지는 게 도다리가 아니라 초봄 강렬한 향을 내는 쑥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도다리쑥국을 내는 집이라면, 통영 앞바다 섬에서 자란 노지 쑥만 쓴다. 통영 사람이 추천해서 가본 식당 두 곳(터미널회식당, 팔도식당) 모두 '한산도 쑥'을 쓴다고 말했다. '팔도식당' 탁성호 사장은 "도다리쑥국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 최근에는 6월에도 도다리쑥국을 판다"면서도 "그러나 3, 4월 여린 섬 쑥으로 끓인 국에 비하면 맛과 향이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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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을 마친 도다리(문치가자미)와 어린 쑥을 넣는 것 말고는 특별한 레시피가 없다. 쌀뜨물에 도다리를 끓이다가 쑥을 넣으면 끝이다. 간은 소금으로 하는데 된장을 조금 푸는 집도 있다. 식당에 따라 무를 넣기도 하는데 이번에 가본 식당 두 곳 모두 안 넣었다. 국물을 낼 때만 무를 쓰는지는 모르겠다.
도다리쑥국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황홀하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진한 향을 내뿜는 쑥은 억센 구석이 전혀 없다. 산란을 마친 봄 도다리는 맛이 형편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꼭 그렇진 않다. 숟가락으로 살점을 떠낼 수 있을 만큼 보드랍고 담백하다. 어차피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쑥이니, 조연 역할로 부족할 게 없다.
현지인이 추천한 식당은 밑반찬 맛도 준수했다. '터미널회식당'에서는 방풍나물과 멍게 무침, '팔도식당'에서는 방풍나물 장아찌와 대구 아가미 무침 맛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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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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