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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리는 서편제 그 섬…노란 유채꽃, 시간도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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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만발한 전남 완도 청산도. 4월 내내 노란빛 장관이 이어질 전망이다.

꽃구경해보겠다고, 애오라지 봄기운 한번 느껴보겠다고 차로 5시간, 또 배로 1시간 가까이 달려 섬에 들어갔다. 한반도 남쪽 끝 전남 완도에서도 먼바다에 홀로 떠 있는 청산도.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불리는 외딴 섬이다. 섬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유채와 청보리가 춤추는 시골길을 하염없이 거닐다가, 부둣가 식당에 들러 한가득 전복이 쌓인 비빔밥을 먹고, 해변에 누워 뜨고 지는 해를 멍하고 바라봤다. 봄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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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진산리 갯돌해변에서 만난 해돋이.

되찾은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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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청산도는 섬 전체가 유채꽃에 점령당한다. 당리 언덕이 인생 사진 찍기 좋은 명당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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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는 자잘한 오르막이 많은 섬이다. 섬의 삶은 예부터 녹록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밭뙈기라도 하나 일구려면 어떻게든 비탈을 다지고 돌담을 세워야 했다. 그 땅에서 이제는 계절마다 릴레이 하듯 꽃이 피고 농작물이 자란다. 삶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풍경화나 다름없다. 2007년 청산도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배경이다.


청산도의 풍경을 가장 완전하게 하는 계절이 요즘 같은 봄이다. 노란 유채꽃과 초록의 청보리가 파란 바다와 절묘하게 대비를 이루는 시기여서다. 특히 유채꽃은 봄날 섬 전역을 노란 물결로 점령하다시피 한다. 항구 인근의 도락리와 당리 마을을 비롯해 16만㎡(약 4만8000평)가 유채로 덮여 있다.


코로나 역풍은 저 먼 청산도에도 닿았다. 유채꽃 만발한 봄 성수기면 주말 하루 5000명 가까운 관광객이 들곤 했지만, 지난 2년간은 사람 구경조차 쉽지 않았단다. 올봄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방역지침 완화 분위기를 타고 섬이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슬로걷기축제(4월9일~5월8일)’도 3년 만에 재개했다. “작년에는 단체 손님을 거의 받지 못했는데 지난 토요일(9일) 하루에만 손님 700명을 받았다”고 여행사 ‘청해관광’ 유영준 대표가 전했다.

걸어서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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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편제’의 롱테이크 장면 촬영지로 유명한 당리 언덕 ‘서편제길’. 유채꽃이 만발한 돌담길 사이로 거닐 수 있다.

청산도에 관한 가장 선명한 기억은 임권택 감독의 1993년 영화 ‘서편제’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롱테이크로 꼽히는 장면을 바로 청산도 당리 마을의 고갯길에서 찍었더랬다. 보리밭 돌담길을 따라 걸어오는 아버지와 오누이가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대목이다.


청산도는 무엇보다 ‘길’이다. 정겨운 돌담길,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안길, 유채밭 사이로 난 시골길이 굽이굽이 아무렇거나 휘어지고 또 뻗어 있다. 청산도가 걷기여행자나 자전거 라이더 사이에서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 이유다.


섬의 느긋한 분위기를 닮은 ‘슬로길(11개 코스, 약 42㎞)’이란 이름의 걷기여행 길이 섬을 크게 감싸고 돈다. 관광객 대부분이 ‘서편제’에 등장한 고갯길 주변에서만 머물다 돌아가는데, 그 너머에도 걸출한 이야기와 풍경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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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남쪽 끄뜨머리의 범바위.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를테면 5코스는 청산도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나다는 범바위(274m)로 이어진다. 호랑이를 닮은 바위 곳곳으로 진달래가 피어있고, 그 너머로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진다. 신풍리‧부흥리로 접어들면 이른바 계단식 ‘구들장논’에서 바람결에 춤을 추는 청보리를 원 없이 만나게 된다. 자투리땅 하나도 놀리지 않는 섬 사람의 고단한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풍경이다. 상서리는 마을 전체가 구불구불한 돌담으로 이어져 운치가 남다르다. 서쪽 끝 지리 해수욕장은 노을 풍경으로, 동쪽 끝 진산리 갯돌해변은 해돋이 명당으로 통한다. 자동차로 40분이면 일주가 가능한 작은 섬이지만, 두 발로 천천히 돌아보려면 꼬박 이틀은 걸어야 한다.

섬의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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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앞바다 위로 전복 양식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섬 어디서나 전복 양식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청산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바다 위에 점점이 펼쳐져 있는 전복 양식장의 모습이다. 하여 청산도에 들었다면 전복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전복 양식은 사계절 쉬는 시간이 없다. 전복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까지 함께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복은 보통 먹성이 아니라서, 고깃배에 먹이를 산처럼 쌓아다가 양식장에 뿌리는 일을 일주일 한 번씩 반복해야 한다. 양식장에서 보통 3년이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란다. 위혁 지리 어촌계장은 “미역과 다시마만 먹고 자란 놈들이라 자연산보다 식감도 부드럽고 영양가도 높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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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특산물인 전복과 김을 넣은 전복뚝배기김국. 속풀이에 그만이다.

도청항 앞 식당가에 전복을 다루는 식당이 널려 있다. 특산품 김을 곁들인 전복뚝배기김국은 현지인 사이에서도 명성 높은 속풀이 음식이다. 전복을 푸짐하게 썰어 올린 전복해초비빔밥도 좋다. 인심 좋은 식당은 전복장을 기본 찬으로 올린다.


‘서편제’ 촬영지 인근 당리 언덕에 초가집이 하나 있다. 마을 주민이 직접 빚은 막걸리와 전을 맛볼 수 있는 전통 주막이다. 일대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명당이기도 해,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청산도 유채밭 일대를 굽어보는 봄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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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 서편제 주막에서 마을 부녀회에서 만든 전과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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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지도

청산도로 드는 길은 뱃길뿐이다. 완도항 여객터미널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6번 여객선이 뜬다(청산도 슬로걷기축제 기간에 한해 토‧일요일은 하루 10회 운항). 어른 기준 왕복 14700원. 청산도까지는 약 50분이 걸린다. 여객선에 차량을 싣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으나 만차를 피하려면 최소 출항 1시간 전에 터미널에 도착해야 한다. 청산도 주요 관광지(‘서편제’ 촬영지, 상서마을, 진산리 갯돌해변)를 둘러보며 섬을 일주하는 투어 버스(2시간, 1만원)가 3년 만에 운항을 재개했다. ‘청해관광’에서 광주 송정역을 출발해 완도 청산도와 생일도 등을 둘러보는 1박2일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청산도(완도)=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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