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우정 믿고 100억 빌려줬는데···대학 동아리 후배의 배신
[사건추적] 현대인베스트먼트 부실 펀드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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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의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가 대학 동아리 선배한테 100억원을 빌려 자신이 조성한 부실 펀드 대금을 상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100억원을 갚지 않고 재판에 넘겨졌다가 법정구속 됐다.
20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조모(46)씨를 지난달 28일 사기(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현대해상화재보험 계열 자산운용사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에서 팀장으로 재직했다.
법원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16년 3월 ‘현대인베스트먼트 유류유통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1호’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 펀드는 에너지세븐의 채권에 투자하는 2년 만기 채권형 펀드다. 에너지세븐은 정유사 등에서 대규모로 기름을 구입해, 다시 주유소·유류도소매업체에 판매해 이익을 남기는 유류 유통회사다. 이 과정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서 에너지세븐은 13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는 S제약사(30억원)·J연금재단(1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이 사모사채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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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에 투자한 펀드 부실해지며 사건 시작
사건은 에너지세븐의 130억원 정도던 신탁계좌 잔고가 불과 2년 만에 10억1978만원으로 쪼그라들면서 발생했다(2018년 3월 30일·사모사채 만기일). 나머지 약 120억원은 에너지세븐이 기름을 제공한 도소매상(E오일·H석유·H오일)과 주유소(S셀프주유소) 등에서 받아야 채권이었다. 그런데 이중 40억원은 허위 채권이고, 나머지 80억원도 변제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채권이었다는 게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결과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에너지세븐의 잔고가 바닥나다시피한 건 김모(47) 대표가 돈을 헤프게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씨가 돈을 쓸 때는 조씨의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에너지세븐은 결국 펀드 만기일에 투자자(S제약사·J연금재단)에게 투자금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 대표는 만기 대금 상환을 위해 한국투자파트너스 같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 구멍난 돈을 메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은 펀드 만기 사흘 전(2018년 3월 27일) ‘에너지세븐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투자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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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부실해지자 대학 선배에게 98억 빌려
에너지세븐의 만기 대금 상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펀드 운용자인 조 팀장은 20년 이상 친분이 있던 대학 동문·동아리 선배 정모(48) 씨에게 손을 벌렸다. 조씨는 정씨한테 100억원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면(브릿지론) 1개월후 이자(2억원)를 합쳐서 갚겠다고 약속했다. 정씨가 내 준 돈은 에너지세븐 대주주 측이 마련한 돈(30억원)과 함께 펀드 투자자에게 만기 상환 자금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1개월 후 조씨는 정씨에게 빌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정씨는 조씨와 김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조 팀장에게는 징역 7년을, 김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조씨는 펀드 운용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었지만 부실화를 초래했고, 정씨에게 빌린 돈(100억원)을 대부분 안 갚았다”며 "다만 개인적으로 횡령한 것이 아니라, 전액 투자자에게 변제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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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 투자 관련 3명 입장 제각각 갈려
정씨는 1심이 끝난 후 금융감독원에 현대인베스트먼트가 회사 차원에서 부실 펀드 관리를 잘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정씨 측은 “1심 판결문이 현대인베스트먼트의 임직원 여러 명이 사건에 공모했다고 적시했고, 현대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018년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내부조사를 의뢰하는 등 (조씨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펀드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과 현대해상화재보험 측은 “정씨의 진정 관련 2심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며 “다만 펀드에 대한 내부 통제는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진정서를 접수하고 검토 중이며 민원 처리 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조씨 측의 변호사는 “에너지세븐 김 대표가 주범이고, 조모 씨는 종범일 뿐”이라며 “1심 판결은 주범과 종범이 바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전했다. 또 김씨 측의 변호사는 “정모 씨에게 펀드 자금을 투자받은 것은 조모 씨”라며 “김모 씨는 정모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사기 사건은 조씨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검찰과 피고측은 모두 항소했거나 항소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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