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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손녀도 즐겨 먹어요, 잘나가는 장수 브랜드 비결 뭘까?

복고 트렌드 속 팝업스토어, 지속적 제품 리뉴얼 등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하루가 멀다고 신상품이 쏟아지는 F&B 업계는 매일이 전쟁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름 한번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중에도 짧게는 40년, 길게는 60년 넘도록 사랑받는 제품들이 있다.


강산이 몇번이나 바뀌어도 꾸준히 사랑받아,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3대가 즐겨 먹는 이들의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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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트렌드에 따라 스핀오프 상품을 내놓고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사진은 초코파이하우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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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 커피믹스. [사진 각 업체]

‘세 살 입맛 여든까지’의 공식이 제대로 통한 업계가 바로 제과 분야다. 유난히 장수 브랜드가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3년 스낵과자류 소매점 누적 매출 1위는 새우깡(1971년)이고, 포카칩(88년)과 프링글스(68년), 꼬깔콘(83년), 오징어땅콩(76년), 맛동산(75년), 허니버터칩(2014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2000년 이후 출시한 과자는 허니버터칩뿐이다. 대부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70년대 업체들이 앞다퉈 출시한 ‘스낵’ 제품들이다. 당시 과자의 주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제품들은 살아남아 과자의 표준이 되었고, 여전히 베이비붐 세대의 사랑을 받으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세대도 약과·양갱·오란다 등 ‘어른들의 간식’에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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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비자 유입 툴로 활용되고 있는 팝업스토어. 사진은 ‘정통크림빵’ 60주년을 기념해 운영된 ‘크림 아뜰리에’로 오픈 2~3시간 만에 당일 입장 가능한 인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SPC삼립]

여기에 최근 복고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기존 소비자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고, 동시에 새로운 소비자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아이큐코리아의 이두영 상무는 장수 브랜드의 인기 비결로 ‘복고 트렌드의 흥행’을 꼽았다.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한 ‘뉴트로(newtro)’에 이어, Z세대(10대 중후반~20대 초반) 사이에서 Y2K가 인기를 끌면서 이효리 메이크업을 따라 한 ‘텐미닛 챌린지’가 유행하고 2008년으로 타임슬립 하는 내용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등이 화제가 되는 등 문화 전반에서 2000년대 감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젊은 세대의 호응은 유통 업계에도 확인할 수 있다. 약과·양갱·오란다 등 ‘어른들의 간식’으로 여겨지던 전통 디저트가 약켓팅(약과 티켓팅)이나 할매니얼(할머니 밀레니얼) 디저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특히 82년 출시돼 올해로 마흔두살이 된 오리온 ‘땅콩강정’의 매출은 흥미롭다. TV 광고나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매출 규모가 2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9% 성장했다. 이에 업체들은 과거에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장수 제품을 리뉴얼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8년 만에 립파이를 ‘립파이 초코’로 재출시했는데 50일 만에 100만갑 이상 팔리기도 했다.


유통업계가 공들이고 있는 팝업스토어도 새로운 소비층의 유입이나 흥행을 끌어낸다. 팝업스토어는 재미와 함께 색다른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툴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제과부터 라면, 주류까지 식품업체들은 꾸준히 팝업스토어를 열며 소비자와 만남을 시도한다. 최근에도 농심은 짜파게티, 빙그레는 투게더 팝업스토어를 열여 젊은 층의 호응을 끌어냈다.


SPC삼립이 정통크림빵 60주년을 맞아 성수동에서 열흘간 운영한 팝업스토어 ‘크림 아뜰리에’는 오픈 1시간 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오픈 2~3시간 만에 당일 입장 가능한 인원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은 대부분 20~30대였다. 팝업스토어의 흥행엔 제품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알리며 방문객의 참여를 끌어낸 전략이 있었다. 정통 크림빵의 핵심인 크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히스토리존과 크림 마스터가 제안하는 크림을 맛볼 수 있는 레시피존, 크림 선호를 투표하는 투표존으로 구성했다. 레시피존에서 맛보고 싶은 크림 3가지를 맛보고 선호하는 맛을 투표하면, 이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크림빵을 6월 출시하기로 하면서, 단순한 체험을 넘어 소비자의 로열티를 높이며 의미를 더했다.


꾸준한 스핀오프 제품 출시를 통한 브랜드의 확장도 장수 비결이다. 이두영 상무는 “장수 브랜드의 인기를 마케팅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리뉴얼과 시기에 맞는 라인의 확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2017년부터 시즌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며 MZ세대 사로잡기에 적극적이다. 그간 봄마다 딸기&요거트, 피스타치오&베리, 해피베리쇼콜라 등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2월엔 소비자들이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3년여의 연구 끝에 크림을 넣은 ‘초코파이 하우스’를 출시했다. 가성비를 겸한 디저트로 인기를 얻으며 출시 80여일 만에 2000만개 이상 판매됐다. 오리온 정성훈 마케터는 “초코파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끊임없는 품질 관리와 맛 개선을 진행해 왔다”며 “특히 초코파이의 스핀오프 제품인 초코파이하우스는 핵심 공정인 크림과 잼의 최적의 비율을 찾아 풍부한 마블링 크림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등 3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취향 반영해 끊임없는 품질 관리와 맛 개선

커피 시장의 대표적인 장수 제품 꼽히는 동서식품의 커피믹스도 대표적인 사례다. 동서식품이 87년 출시한 커피믹스는 한국의 커피 시장과 함께 성장했고 2023년 한해에만 약 80억개(스틱 기준) 팔리며 꾸준히 인기다. 여기엔 매년 소비자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숨어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며, 트렌드에 따라 제품과 디자인, 소비자 메시지를 바꾸는 ‘리스테이지’를 진행해왔다. 최근엔 2017년 6차 리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커피 향을 강화했다. 또한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두영 상무는 “동서 커피믹스의 경우 모카골드 외에도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반영한 화이트 골드를 내고, 프리미엄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슈프림 골드로 확장하는 등 소비자 니즈를 충실히 반영한 제품 등으로 라인을 확장하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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