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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도 쓴 ‘토끼 모자’…정작 만든 사람은 재미 못봤다

SNS 입소문 나며 올 겨울 빅히트

개발자, 인기 예상 못해 특허 안 내

“사람들이 예쁘게 쓰고 좋아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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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초히트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이하 토끼 모자)’다. 말 그대로 길게 늘어진 손잡이를 꾹 누르면 귀가 쫑긋 올라간다. 서울 강남역·홍대 앞·가로수길 등 사람이 모이는 거리는 물론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앞다퉈 파는 인기 상품이다.

토끼 모자로 검색되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만 5만2000여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는 올 한해 인기 검색어 15위에도 올랐다. 이제는 토끼만이 아니라 곰·표범·강아지 등 이미 다양한 동물 버전도 나올 정도다.


이 토끼 모자를 처음 만든 주인공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완구 가게 ‘월리샵’의 권용태(30) 대표다. 매장을 내기 전에도 한 달에 한 번 일본 여행을 다닐 만큼 캐릭터 매니어였던 그는 지난해 9월, 공기 펌프를 이용한 토끼 모자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바로 중국 공장에 생산을 의뢰했다. 하지만 석 달 뒤 첫 물건이 나왔을 때 반응은 그저 그랬다. 물건을 떼다 판 남대문 시장 상인 사이에선 “아무리 캐릭터 상품이지만 너무 유치하고 귀여워서 누가 사겠느냐”는 말이 오갔다. 권 대표 가게에도 수 백개가 쌓였다.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대박을 노린 게 아니었어요. 종종 참여하던 10~20대 위주의 팝업 매장에 내놓을 신제품 정도로만 생각해서 큰 기대는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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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는 많은 연예인이 방송·시사회 등에서 착용하며 화제가 됐다. 배우 하정우. [사진 중앙포토]

그러다 지난 4월 기회가 왔다. KBS 로비에서 팝업 행사가 열렸는데, 때마침 가수 아이유의 컴백 무대가 같은 날 있었다. 팬들이 몰리면서 덩달아 토끼 모자를 단체로 사 갔다. 이를 계기로 소셜 미디어(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져 나갔다. 개그맨 이국주가 자신이 출연하는 ‘코미디 빅리그’에 쓰고 나가겠다며 구매 문의를 직접 해 오기도 했다. 이후 토끼 모자는 연예인 팬 사인회는 물론이고 방송이나 영화 시사회에서도 분위기를 살리는 소품으로 등장했다. 아이돌그룹 트와이스부터 배우 마동석·하정우 등까지 이 모자를 쓴 모습을 공개하면서 초등생부터 2030까지 구매하는 ‘핵인싸템(무리 내에서 적극적으로 어울려 지내는 사람이 쓰는 물건)’으로 꼽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지금껏 그가 판 모자는 1만여 개에 불과하다. 시장 전체 규모를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제품을 만든 한 업체가 한 달 동안 13만 개를 팔아치웠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되는 숫자다. 그가 만들었다지만 딱히 브랜드가 없는 데다, 공장에서 물건을 바로 떼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저가의 유사 제품 역시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히트할 줄 몰랐던 탓에 특허나 상표 출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일본·러시아에서 1000여 개씩 주문이 들어오지만, 제조 기반이 딱히 없기에 공장을 직접 연결해 주는 데 그치고 있다. “이걸로 정품이다, 원조다. 식으로 따지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예쁘게 쓰고 좋아하면 만족해요.”


다만 토끼 모자를 통해 전략을 찾았다. 히트할 만한 캐릭터 상품을 남보다 먼저 만들어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놀잇감도 사이클이 엄청 빨라졌어요. 슬라임·피젯스피너도 지금은 한물갔잖아요. 앞으로는 시즌별로 ‘핵인싸템’을 기획해 보려고요.”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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