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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4G·5G 장비, 혈액처럼 타입 다르면 같이 못쓰나

화웨이 4G장비와 다른 회사 5G

작동방식 달라 실제로 호환 안돼

전부 교체하려면 비용 수조원

호환용 솔루션 개발도 비현실적


5세대(G) 이동통신에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가장 곤란한 처지에 놓인 국내 이통사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 측은 “LTE(4G) 때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에 5G에서 비(非)화웨이 장비를 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혈액형에 빗대 설명한다. “B형 혈액형(화웨이 장비)에 A형(비화웨이 장비)를 수혈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화웨이의 LTE 장비와 다른 장비사의 5G장비가 호환이 안된다는 의미다. 화웨이 5G 장비와 관련된 여러 주장들을 팩트 체크해 봤다.


◆ LTE 화웨이-5G 비(非)화웨이 안맞아(O)=일단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의 논리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 5G는 ‘논-스탠드얼론(NSA·Non-Stand Alone)’ 방식이어서 LTE와 5G의 장비사가 다를 경우 상호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논-스탠드얼론이란 말 그대로 혼자 자립하지 못하고 다른 것에 의존해 작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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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5G는 전송 과정의 핵심 구간을 LTE 망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통신 과정을 계주(이어달리기)에 빗대서 설명해 보자.

스마트폰 단말기를 통해 5G 데이터가 송수신되려면 스마트폰→기지국→교환국→인터넷 데이터센터→교환국→기지국→스마트폰의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현재 국내 5G는 앞뒤 일부 무선 구간만 5G 망을 이용하고, 유선 구간은 대부분 LTE망을 이용하고 있다. 즉, 앞뒤 일부 선수만 새로 영입한 빠른 선수(5G)를 배치하고 중간 부분은 기존 선수(LTE)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LTE와 5G의 제조사가 다르면 전송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장비사가 국제 표준에 따라 장비를 제조한다고 해도, 장비에 대한 운용·관리는 장비사의 자체 솔루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호환이 어렵다”며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안드로이드 폰을 쓰던 사람이 갑자기 애플 폰을 쓰면 잘 쓰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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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화웨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X)=그렇다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화웨이 배제’가 100%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LTE 때 화웨이 장비를 쓴 기업이 ‘탈 화웨이’를 할 수 있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화웨이의 LTE 장비를 걷어내는 방법이다. LTE를 다른 장비사의 제품으로 설치한 뒤, 5G 장비도 해당 장비사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두 번째 방법은 화웨이의 LTE 장비와 다른 장비사의 5G 장비 간에 호환이 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일이다. 세번째는 차세대 표준인 스탠드얼론 방식(SA·LTE 망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5G 데이터를 송수신) 방식이 도입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스탠드얼론 방식은 일러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완성된 국제 표준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결국 셋 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첫 번째 방식은 기업에 조 단위의 돈을 들이부으라는 것이고, 두번째와 세번째 방식은 경쟁사가 5G 가입자 수를 늘릴 때 LG유플러스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셋 다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힘든 방안”이라고 말했다.


5G 상용화 아직 안된 일본, 한국보다 ‘화웨이 배제’ 부담 덜해


익명을 요청한 한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LTE 장비 도입시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제품을 선택한 LG유플에게 이제 와서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을 하라고 하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본도 같은 상황서 화웨이 배제(△)=그렇다면 한국처럼 논-스탠드얼론 방식의 5G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LTE 때 화웨이 장비를 구축했던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5G에서 화웨이 제품을 배제했다. LTE 장비를 뜯어내거나 아니면 호환이 되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G 화웨이 장비 교체에 약 4600만 달러(약 543억원)의 들어갈 것이라고 지난 2월 밝혔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미국 자회사인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 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원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상용화를 시작한 한국과 경우가 다르다”며 “소프트뱅크는 다른 장비사의 5G 장비와 호환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유플러스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다. 아베 총리의 분명한 친트럼프 기조와 미·일 동맹이 소프트뱅크의 선택을 도왔을 거란 해석도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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