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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강타한 미세먼지 이게 올해의 마스크패션

바람막이로 몸 감싸고 모자 착용

신체보호용 ‘공해패션’ 눈길 끌어

한복과 현대의 만남 지속적 실험

평창 패럴림픽 선수도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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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앙에 대비하라=쇼 무대 위 옷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패션만큼 현실을 절절히 반영하는 것도 드물다.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심각해진 미세먼지와 공해,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공해 패션’이 2019 FW 서울패션위크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 톨의 먼지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 온몸을 오버사이즈 아우터로 감싸고, 후드·모자·복면을 눌러쓴 암울한 표정의 사람들이 등장한 ‘뮌’ ‘바이브레이트’. 코까지 감쌀 만큼 높이 올라간 검정색 터틀넥과 누빔 원단의 코트와 팬츠, 후드로 전신을 감싼 일명 ‘방화복’ 패션을 선보인 ‘모호’. 고어텍스 외투를 걸치고 검정 터틀넥 스웨터로 입을 가린 채 런웨이를 활보했던 ‘이세’의 모델들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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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형광색 마스크와 헤드기어를 액세서리로 사용한 ‘미스지 콜렉션’ ‘피플오브더월드’, 독특한 커브 디자인의 마스크를 쓴 ‘코트와일러’ 등 올해 서울패션위크 최고의 액세서리는 단연 마스크였다. 엄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마스크 패션이 우리의 현재를 얘기한다면, 또 한편에선 페이크 퍼(fake fur·인조 모피)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낭비 없는)’ 가치를 내건 윤리적 패션이 미래를 얘기했다. FW 시즌이면 으레 등장했던 모피 대신 가짜라서 더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페이크 퍼로 시선을 사로잡은 ‘티백’과 ‘라이’가 대표적이다. ‘뉴-네오프렌’ 한 가지 소재만 사용해 자투리를 남기지 않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미니멀한 미래의 룩을 선보인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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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에서 길을 찾다=이번 패션위크에서 주목할만한 또 다른 특징은 한국적인 요소를 적용한 디자이너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여러 쇼에서 비단 소재, 누빔 바느질, 사군자 프린트, 저고리·두루마기를 연상시키는 실루엣 등 한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옷들을 볼 수 있었다.

2015년 데뷔 초부터 한국의 전통미를 스트리트 패션에 접목하는 시도로 주목 받은 브랜드 ‘이세’의 김인태·김인규 디자이너는 두툼한 누빔 원단을 사용해 겨울용 외투와 트레이닝 팬츠 등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특히 얼굴엔 불빛이 반짝이는 미래적인 분위기의 마스크를 쓰고,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한 트레이닝복 스타일의 상·하의를 입은 모델이 런웨이에 등장했을 땐 여기 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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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공존’을 주제로 삼은 강동준 디자이너는 ‘디그낙’ 쇼에서 한복 두루마기 형태의 코트에 턱시도 칼라를 달거나, 한복 조끼의 깃 모양을 티셔츠에 적용하는 등 동서양 의상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옷을 선보였다. ‘모호’의 이규호 디자이너는 여러 겹의 누빔 원단을 사용해 길이가 긴 남성용 한복 조끼 ‘쾌자’를 연상시키는 외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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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브랜드 론칭 40주년을 맞은 지춘희 디자이너는 사군자를 연상시키는 꽃 그림을 그려 넣어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여성복을 만들어 냈다. ‘뮌’ 한현민 디자이너는 런웨이에 오른 모델들의 손에 가방 대신 화려한 비단 보자기로 감싼 커다란 상자를 들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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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유명 패션 편집매장 ‘브라운즈’의 티보 애치버리 바이어는 “보통 서양의상에 민속적인 요소를 사용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위험이 있는데,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본 한국적인 옷들은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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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을 넘어서다=한편, 서울패션위크 마지막 날인 24일엔 평창 패럴림픽 동메달 수상자인 아이스하키 선수 한민수씨가 런웨이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를 패션 무대 위로 이끈 사람은 ‘그리디어스’ 박윤희 디자이너다. 박 디자이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융합과 소통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한 선수와 함께 쇼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환경 보호 모임에서 한 선수를 처음 만난 그는 “어린 시절 침을 잘못 맞아 한쪽 다리를 잃게 됐지만 꿈을 접지 않고 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 선수 생활을 해온 스토리를 듣고 한 선수의 삶 자체가 예술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패션 무대에 설 것을 제안했다. 한 선수 역시 그 제안을 한번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쇼가 끝난 후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난생 처음 해보는 패션모델이 부담스러웠지만 이 또한 못할 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미 내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이 기회에 장애인 아이스하키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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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쇼에 흑인 모델이 다수 등장했던 점도 눈에 띈다. 흑인 남성 모델 1명, 여성 모델 3명을 쇼에 기용한 ‘두칸’ 최충훈 디자이너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모델 또한 인종·문화를 넘어선 다양성을 시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두칸 쇼에는 베트남 ‘도전 슈퍼모델’ 1위 수상자가 모델로 서기도 했다. 덕분에 베트남 국영 TV 방송 팀과 패션지 보그·바자 베트남판 기자들이 서울패션위크를 취재해 갔다. 역시 흑인 모델을 기용했던 ‘데일리 미러’ 김주한 디자이너는 “SNS로 ‘서울패션위크 기간 동안 서울에서 활동하고 싶다’며 연락해오는 모델들이 많아졌다”며 “그들만의 유연하면서도 파워풀한 분위기 때문에 디자이너 역시 흑인 모델 기용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서정민·윤경희·유지연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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