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악몽의 날 … 오른팔·왼팔 동시에 ‘유죄’ 받았다
트럼프 성추문 돈 주고 막은 코언
형량 줄이려 법원서 혐의 인정
‘러시아 스캔들’ 핵심인 매너포트
유죄 평결 받아 특검 수사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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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방송은 “트럼프에게 재앙의 시간”이라고 보도했고, “끔찍한 하루”(블룸버그), “최악의 시간”(가디언), “악몽 같은 뉴스”(복스) 등의 헤드라인이 올랐다.
2006년부터 올초까지 트럼프의 법률·정치 고문을 했던 최고 측근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52)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 ▶선거자금법 ▶금융사기 ▶탈세 등의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다. 코언은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46~63개월의 형을 받기로 검찰과 합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코언의 유죄가 트럼프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건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접촉 및 포르노 배우 ‘입 막음’을 직접 집행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코언은 “과거 트럼프와 성관계했다”고 주장하는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의 입을 막기 위해 13만 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코언은 당시 “내 개인 돈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측은 돈의 출처가 러시아이거나 트럼프 대통령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 4월 코언의 뉴욕 사무실과 호텔방을 급습해 상자 10개 분량의 문건과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조사하면서 코언의 개인 비리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코언은 검찰에 적극 협조하고 감형을 받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언은 이날 법원에서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연방정부 후보자’(대통령을 지칭)의 지시로, (그와) 조정해 움직였다.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이 일에 참여했다”고 폭로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코언이 앞으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인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코언의 유죄 인정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도 이날 버지니아 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금융·세금사기 등 8건의 혐의에 대해 배심원단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CNN은 “매너포트가 최대 8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이 재판에 가장 먼저 올린 ‘1호 기소’ 인물이다. 지난 대선에서 조직 기반이 없었던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 공신 중 한 명이다.
이날 유죄 평결을 받은 혐의는 뮬러 특검 수사의 핵심인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내통 혐의나 사법방해 혐의는 아니다. 그러나 첫 기소 대상이 유죄가 된 만큼 향후 특검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평결 후 “매너포트는 좋은 사람이다. 매우 안타깝다. 매우 슬픈 일이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다. (유죄 부분이) 러시아 공모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너포트는 현재 특검 수사의 핵심인 ‘러시아 측 인사와 트럼프 캠프 최고위 간부 간 트럼프 타워 회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당사자다. 따라서 향후 특검수사나 재판에서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에 관여했다는 폭탄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 정치권에선 “아직 현재 수준에선 탄핵으로 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열쇠는 트럼프의 모든 걸 알고 있는 코언이 각종 의혹과 혐의에 대한 진술 및 물증을 내놓을지 여부다. 이 경우 특검이 트럼프를 소환조사할 수밖에 없고, 탄핵론도 거세어질 수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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