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혁명의 추억을 내다 파는 쿠바의 딱한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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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접시·티셔츠·책·포스터·시가박스·열쇠고리 등등 게바라 얼굴로 도배된 기념품 가게의 풍경은 진즉에 각오한 바였다. 아바나 혁명광장의 내무부 건물 외벽에 거대한 게바라 얼굴이 걸려 있는 것도 사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네 이발소와 과일가게도 게바라를 모시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바라가 그려진 쿠바인 화폐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팔리는 현실도 어처구니없었다(쿠바는 내국인과 외국인 화폐가 따로 있다). 게바라는 외국인에게 돌하르방처럼 흔한 기념품이었고, 쿠바인에게는 꽃보다 뻔한 인테리어 장식이었다. 체 게바라 테마파크. 쿠바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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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가지자.’
스무 살 적 노트 구석에 받아적었던 게바라의 문장이다. 한 시절 뭇 청춘이 게바라의 삶을 동경했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았던 남미 청년의 짧은 인생을 생각하며 청춘들은 밤늦도록 소주잔을 비웠다. 불굴의 의지? 뜨거운 열정? 글쎄다. 시가 문 모습이 그저 멋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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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인상적인 대상은 자연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국의 관광객을 바라보는 쿠바인의 무심한 표정이었다. 그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1쿡이 필요했다. 1쿡만 건네면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작정하고 꾸미고 나온 모델 할머니도 많았다. 1쿡만 있으면 금지된 장소에서도 촬영이 가능했다. 현장 직원이 먼저 제안했다.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데리고 들어가 사진을 찍게 해주거나, 그들이 대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산타 끌라라의 체 게바라 추모관에서만 1쿡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아바나 시내의 작은 공원에 존 레넌 동상이 있다. 누가 가져갔는지 안경이 없는데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쿠바인이 나타나 안경을 끼워준다. 1쿡을 노린 틈새 서비스다. 문득 존 레넌의 안경을 쿠바인이 치웠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카메라에 담은 쿠바인 대부분도 실은 1쿡 모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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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투어에서도 진실의 일단이 얼비친다. 경적 울리며 아바나 시내를 질주하는 올드카는 미국 신식민지 시대의 유산이다. 쿠바혁명 이후 미국인 부르주아가 미처 챙겨 가지 못한 적산(敵産)이다. 미국 자본주의가 흘렸거나 빠뜨린 1950년대 미제 자동차가 외국인을 싣고 아바나 혁명광장을 달리는 장면은 가히 쿠바적이라고밖에 묘사할 수 없다. 올드카를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지만, 올드카에 올라타면 희한하게도 기분이 좋아진다. 올드카 투어는 외국인 관광객이 제일 선호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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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으로라도 소비되는 게바라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것인지 모르겠다. 20년쯤 전 러시아에서 나는 반쯤 허물어진 레닌 동상을 향해 오줌 누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을 목격했었다. 기억은 때로 아프다. 아니 잔인하다.
쿠바=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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