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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후 요단강 헤엄친대" 괴담 떠도는 얀센, 직접 맞아보니 [영상]

중앙일보 기자 ‘코로나19 얀센 백신’ 맞아보니


“주사 열라 아프다던데?”


“진짜? 죽는 거 아니야.”


“그래서 타이레놀 두 알 먹었지.”


“혼자 먹지 말고 나눠줘 봐.”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병원. 친구 사이로 보이는 30대 남성 두 명이 조용히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은 미국 정부가 한국에 공여한 코로나19 얀센 백신을 접종하는 첫날이다.


이 병원에선 오전 9시에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문을 연지 불과 5분쯤 접종 대기석은 15석 중 5석이 차 있었고, 이상반응 관찰 대기석(20석)과 예진표 작성석(5석)은 만석이었다. 병원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한 듯 입장 대기자·예진표 작성자·접종자 등 유형별 동선을 서로 다른 색깔로 표시해 바닥에 붙여놨다. 동선이 겹치는 곳마다 안내 직원이 배치돼 있었다.


얀센 백신 접종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속칭 ‘예비군 말투’로 대화를 나눴다. ‘타이레놀을 미리 먹어야 안 아프다’며 초면인 사람들끼리 타이레놀을 나눠 먹기도 했다. 백신 접종이라는 ‘전투’를 앞둔 예비군들의 훈훈한 전우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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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삿바늘 빼고도 2분여 근육통


접종 장소에 들어가면 우선 손소독제로 손을 닦고 체온을 잰다. 그 다음엔 10가지 항목의 예진표를 작성한다. 잠시 대기 후에 순서대로 의사와 문진을 진행한다.


기자는 백신 접종 전에 타이레놀을 복용해도 괜찮은지 물었다. 이 병원 조윤상 원장은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는 발열·근육통 등 증상 발생 이후 복용하라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추천”이라며 “타이레놀은 다른 소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항체 형성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정부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리 타이레놀을 먹는다고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부작용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진 과정에서 기자는 일부 국소마취제에 알레르기가 있고, 최근 발목을 다쳐 약을 복용 중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조윤상 원장은 “기저 질환으로 복용하던 약은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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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친구와 과음한 것도 살짝 마음에 걸렸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과음 자체가 백신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추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음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백신 접종 전에 음주를 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실로 이동해 얀센 백신을 맞았다. 주삿바늘을 왼쪽 팔뚝 상완 근육에 꽂고 약물 0.5mL를 쭉 밀어 넣는데 걸린 시간은 약 3초였다. 얀센 백신 주사는 일반 독감 주사보다 다소 묵직하게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기 전에 마취 주사를 맞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엄살을 피우며 못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주사를 맞고 나서도 약 2분간 얼얼한 느낌이 팔에 남아 있었다. 일반 주사가 주삿바늘을 근육에서 뽑는 순간 따끔한 느낌이 곧 사라지는 것과 비교됐다. 하지만 2분여가 지나자 근육통이 사라졌다.


접종을 마친 사람에겐 15분짜리 타이머를 준다. 두드러기나 붓기, 호흡 곤란 등 즉각적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이 시간 동안 확인하기 위해서다.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병원을 나가도 된다.



미국서 버리는 백신? “유효기간 이내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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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은 순식간에 끝났다. 걱정만큼 아프지도 않았고, 기자가 병원에 1시간쯤 머물려 접종하는 사람 100여 명을 살펴봤으나 이상 반응이 나타난 사례도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힘들었던 건 얀센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 접했던 온갖 루머였다. 기자가 얀센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 1일 오전이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불과 30초 만에 예약할 수 있었다. 출근해서 사내에 백신 예약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회사 동료들이 “얀센 백신이 다른 백신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던데”라며 우려와 위로(?)를 건넸다.


임상시험 결과 얀센 백신의 효과는 66%로, 모더나(94%)·화이자(95%) 대비 다소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임상 진행시점이 다르다는 점이 백신의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또 변이 바이러스에는 오히려 얀센 백신(64%)이 노바백스(55%)보다 더 효과적이다.



5일 들어왔는데 4일 쓴 후기…‘백신 괴담’ 난무


얀센 백신을 맞을 경우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에서 희귀 혈전증을 경험한 사람은 100만 명 중 1.4명 수준이다(0.00014%). 타이레놀 진통제를 복용해도 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0.01%다. 평소 누구나 복용하는 타이레놀보다 혈전증이 발생할 확률이 적다면 백신을 맞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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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엔 소셜미디어(SNS)에서 얀센 백신 접종 후기가 확산한 적이 있다. 주한미군 소속 회사에 다닌다는 후기 작성자는 “오한·발열이 북극에서 사하라 사막을 오가는 느낌”이라며 “요단강에서 헤엄쳤다”고 표현했다. 무시무시한 후기에 공포가 엄습했다.


그런데 미국 메릴랜드에서 출발한 백신이 캘리포니아를 거쳐 서울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5일 0시50분이라는 사실을 이튿날 알게 됐다. 4일 얀센 백신을 맞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시중에서 얀센 백신은 ‘아재(아저씨의 낮춤말)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제(AZ) 백신’으로 불린다. 미국 정부가 얀센 백신을 공여한 대상은 한국군 관련 종사자인데, 혈전증 우려로 30대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다. 실제로 이날 접종 대기실에서 마주친 100여 명은 전원 30~40대 남성이었다.


다만 여성이라도 지원예비군·지원민방위대라면 얀센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여성은 1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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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엔 외신에서 ‘미국 정부가 얀센 백신을 대거 폐기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인들이 얀센 백신 접종 예약을 취소하면서, 백신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만료했기 때문이다.



유효기간 6월 23일 “안전해”


이날 기자가 접종한 백신의 유효기간은 6월 23일이었다. 접종일로부터 정확히 2주일 후다. 간호사에게 유효기간에 관해 묻자 “유효기간은 통계적으로 백신의 안정성·효과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23일 전에 맞으면 안전하다”고 안심시켰다.


백신 휴가 혜택도 못 누리고, 심지어 아재를 인증하는 백신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기자가 백신을 맞은데는 사연이 있다.


실은 지난해 초 베트남행 여객기를 예약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여전히 대기예약 상태다. 비행기를 타려면 코로나19 백신을 꼭 맞아야 했다. 그런데 40대 남성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다소 소외돼 있다. 얀센을 포기하면 다른 백신 접종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기자는 꼭 베트남 여객기에 탑승하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또 얀센 백신은 사망 예방 효과가 100%라는 결과도 백신을 접종한 이유다. 얀센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숨질 확률이 없고(0%), 집중치료실(ICU) 치료나 인공호흡기 장착이 필요한 중증으로 고생할 확률을 85%나 줄일 수 있다.


어쨌든 기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민방위로서 자부심(?)을 느끼면서 병원 문을 나왔다. 주사를 맞은 지 3시간여가 지난 현재, 약간의 두통을 빼곤 특별한 이상 증세는 없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 ☞얀센 백신


미국 화장품·소비재 기업 존슨앤드존슨의 제약부문 산하 백신전문계열사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35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조건부 허가를 하거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 4월 7일 얀센 백신 수입품목허가를 결정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권장하는 백신이며, 50세 미만 여성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이 발생한다는 부작용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발병 확률이 극히 드물고 백신 접종에 따른 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미국질병통제센터(CDC)·유럽의약품청(EMA) 등은 백신 사용 재개를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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