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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타면 50만원 쓴다…'무착륙 비행' 내릴땐 트렁크 한가득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 무착륙 관광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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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금지된 시대, 무착륙 관광비행이 ‘유사 해외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오는 방식이어서 ‘해외 가는 척 여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창밖으로 외국을 구경하고, 면세 쇼핑도 할 수 있어서 제법 인기다. 한데 궁금한 게 많다. 기내식은 주는지, 모든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는지. 지난 20일 인천에서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하는 비행편을 체험하고 왔다. ‘무착륙 관광비행’의 모든 걸 정리했다.



기내식? 물 한 잔도 못 마셔


무착륙 관광비행은 지난해 10월 시작했다. 당시엔 두세 개 항공사만 비행기를 띄웠는데, 올 3월에는 7개 항공사가 관광비행을 운항 중이다. 처음엔 약 2시간 국내 상공만 선회했다. 저공비행을 하며 국토를 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내식을 주는 항공사도 있었다.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을 띄운 아시아나항공은 비즈니스석 승객에게 호텔 코스요리에 맞먹는 음식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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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12월 많은 게 바뀌었다. 정부가 해외 영공을 나갔다 올 수 있게 한 거다. 당연히 면세품 구매가 가능해졌다. 대신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기내식은커녕 물 한 잔도 줄 수 없게 했다. 실제 체험 비행을 해보니 건조한 기내에서 갈증이 느껴졌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항공료는 저비용항공 9만~10만원 선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일반석 15만~20만원, 비즈니스석·일등석 35만~50만원을 받는다. 여러 항공사가 경쟁을 벌이면서 항공료는 낮아지는 추세다. 좌석은 한 칸씩 띄워 앉는다. 티웨이항공 윤성범 홍보팀장은 “매달 두 차례 관광비행을 띄우는데 탑승률이 90%에 달한다”며 “비행 체험과 쇼핑도 중요하지만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는 승객이 많다”고 말했다.



엄연한 국제선, 여권 꼭 챙겨야




무착륙 관광비행은 대부분 가까운 일본 상공을 선회한다. 엄연한 국제선 비행이어서 출입국 절차를 거친다. 여권도 꼭 챙겨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 3층 항공사 카운터에서 수속을 밟는다. 비대면 수속을 원한다면 키오스크를 이용해도 된다. 수하물은 기내용만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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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를 마치면 면세구역으로 들어선다. 시내 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을 수령하거나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면 된다. 항공사의 기내 면세점도 이용할 수 있지만 사전 주문만 가능하다.


면세점 이용 기준은 해외 출국을 할 때와 같다. 구매 한도 5000달러(약 566만원), 면세 한도 600달러(68만원)다. 기본 면세 한도와 별도로 술 1병(1ℓ 이하, 최대 400달러), 향수 1병(60㎖), 담배 1보루는 면세 혜택을 준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무착륙 비행 이용객 1인의 평균 소비액은 50만~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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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한도를 초과해 쇼핑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면세점마다 경쟁적으로 할인을 해줘 입국 시 세금을 내더라도 상품 가격이 매력적인 까닭이다. 이를테면 185만2000원짜리 가방·지갑은 간이세율 20%를 적용해 세금 37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185만2000원을 초과하면 개별소비세가 적용돼 세율이 50%로 뛴다.



트렁크에 가득 채운 면세품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티웨이항공 TW200 편에는 107명이 탑승했다. 8번 게이트 앞, 승객 대부분이 두 손 가득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챙겨온 캐리어에 면세품을 욱여넣는 승객도 많이 보였다. 출발 1시간 만에 기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후쿠오카 상공입니다. 하지만 비구름 탓에 하강할 수 없어 바로 서울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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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굽어보는 ‘일본 구경’은 실패. 그러나 아쉬워하는 승객은 많지 않은 듯했다. 승무원은 승객들이 사전 주문한 면세품을 전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승무원에 따르면, 이날 승객이 사전 주문한 기내 면세품 금액은 약 8000달러였다. 1인 평균 74달러를 쓴 셈이다. 티웨이항공도 여느 항공사·면세점처럼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는 중이었다.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236달러(26만2000원)에 팔았다. 한 승객은 “부부가 고급 위스키 두 병을 사면 비행기 값을 뽑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발렌타인 30년산 양주의 정상가는 394달러(44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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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시간 만에 비행기는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세관을 통과하려는 순간, 놀라운 장면을 마주쳤다. 면세 한도 600달러를 초과해 구매한 승객을 위한 신고 구역이 따로 있는데, 여기에 긴 줄이 서 있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객 가운데 보따리상도 많다”고 귀띔했다.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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