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쇼크 나몰라라, 홍대앞 헌팅포차엔 수십 명 대기줄
코로나 감염으로 클럽들 문 닫자
규제서 빠진 업소로 사람들 몰려
손님 대부분 마스크 안 쓴 채 대화
“합석 안해 괜찮아”“걸릴 사람은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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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다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지난 주말 홍대 앞은 불야성이었다. 9일 밤 10시쯤 서울 홍대입구역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2번 출구 앞에는 지인을 기다리는 20여 명의 청년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인근의 어울림마당로에는 보슬비에도 ‘불토’를 즐기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시는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27명을 발표하며 방역에 고삐를 조였지만 현장에선 이런 지침이 무색해 보였다.
클럽처럼 낯선 이들끼리 즉석 만남이나 합석이 가능한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이 밀집해 있는 잔다리로는 밤 11시가 넘자 불야성을 이뤘다. 한 유명 헌팅포차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 5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가게 안에 있는 대다수가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친 채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중간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출입문을 오갔다. 최모(20)씨는 “친구 생일파티를 하러 왔다. 합석하면 코로나 감염 위험이 1% 정도는 늘겠지만 우린 합석도 안 했고 믿을 수 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괜찮다”고 했다.
다른 헌팅포차도 비슷했다. 밖에서 대기 손님을 관리하던 가게 직원은 “코로나19에도 손님이 줄어든 적이 없다. 항상 이 정도 된다”며 “클럽이 문을 닫아서인지 오늘은 특히 더 많은 편”이라고 했다.
포차에서 나온 백모(25)씨는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걸릴 사람은 걸린다. 가게 안은 테이블이 떨어져 있어 전혀 감염 위험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백씨와 그의 지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어 가방을 뒤지던 백씨는 “술을 먹다가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홍대 거리에서 기자가 본 10명 중 4명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친구 2명과 함께 홍대를 찾은 20대 이모씨는 “마스크를 쓰다가 한 번만 내려도 아무 의미 없다고 하더라. 주머니에 있긴 한데 어떻게 계속 쓰고 있냐”고 했다. 이씨는 ‘코로나19가 염려되진 않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이태원에 갈 수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손님이 북적이던 포차나 주점과 달리 이날 홍대 부근의 클럽 41곳은 전부 문을 닫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후 2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유흥시설은 영업을 중지해야 하고, 위반하는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무기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포구청 위생관리과 4명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홍대 인근의 클럽을 점검하며 ‘집합금지명령서’를 부착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집합금지명령 불이행 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에 따라 영업주와 시설 이용자를 고발 조치하고 확진자 발생 시 치료비와 방역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감성 주점과 헌팅포차 등은 서울시 규제 대상인 ▶유흥주점(접대부 有) ▶단란주점(접대부 無) ▶춤 허용 업소에는 포함되지 않아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마련한 생활방역 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데 클럽, 노래방, PC방 등은 이를 잘 지킬 수 없는 환경이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과 유사한 사례들이 앞으로 시한폭탄처럼 터질 것”이라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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