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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중앙일보

열대야가 단 하루도 없는 마을··· 대통령상 수상한 ‘여름 낙원’


행복농촌③거창 빙기실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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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없는 마을이라면 대관령 같은 강원도 고산지대가 떠오른다. 그러나 강원도보다 한참 아랫동네인 경상남도에도 지난해 열대야가 단 하루도 없던 지역들이 있다. 경남 거창군이 그랬다. 거창에서도 가장 오지라 할 만한 ‘빙기실마을’을 지난 17일 찾아갔다. 덕유산 깊은 계곡, 해발 530m에 자리한 마을은 여름 낙원이라 할 만했다. 옥빛 계곡물에 발 담그고 높고 푸른 산을 우러르니 청량한 기운이 온몸에 깃든 기분이었다.



보부상 다니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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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기실은 덕유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전북 무주를 지나 덕유산을 끼고 한참 꼬부랑 산길을 달려 마을에 도착했다. 점심시간, 마을회관 앞이 떠들썩했다. 연세 지긋한 어른 60여 명이 삼겹살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이랬다. 방문객은 경남 밀양 죽월마을 주민이었다. 2019년 농림부 행복농촌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빙기실마을에 견학을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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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비결을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기세 좋게 소리치며 흐르는 빙기실계곡과 병풍 같은 덕유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마을에서는 계곡에 달빛고운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갓진 평일, 캠핑장을 찾은 가족 여행객이 전세라도 낸 것처럼 계곡을 독차지하고 물놀이를 즐겼다. 대구에서 온 강성호(43)씨는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이런 곳만 찾게 된다”며 “여기는 시원한 여름뿐 아니라 단풍 근사한 가을도 좋아 여러 번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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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기실’이 무슨 뜻일까. 일제가 붙인 행정명 ‘병곡(並谷)’을 지금까지 쓰고 있지만, 빙기실이 훨씬 오래된 지명이다. 덕유산에서 나란히 흘러내린 계곡 사이에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빙기실계곡은 예부터 보부상이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계곡 안쪽에 보부상 상대하던 주막 터가 남아 있다.



깡통열차 타고 마을 질주


빙기실 주민이 체험마을을 시작한 건 2012년이다. 부녀회에서 폐교가 된 병곡초등학교 터를 캠핑장으로 꾸몄다. 그러나 빼어난 자연만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진 않았다. 부실한 관리로 방문객의 발길은 점차 뜸해졌고, 수익이 악화하면서 주민 사이에 갈등도 빚어졌다.


김인생(59) 이장과 박주영(42)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주민 40여명(현재 42명)이 다시 의기투합한 건 2017년 들어서다. 영농조합을 만들어 특산물을 함께 팔고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해 방문객이 알차게 놀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2700여 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2017년 1만명, 2019년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코로나 탓에 단체 방문객이 줄었지만, 캠핑장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40~50% 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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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깡통열차가 단연 인기다. 트랙터에 플라스틱 통을 열차처럼 연결한 놀이기구다. 박 사무국장이 “트랙터가 움직일 때는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시큰둥하던 어른들도 소리치며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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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놀리는 땅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방문객이 소소한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연꽃밭, 해바라기밭을 가꿨다. 아이들이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알파카·양·염소가 사는 동물농장도 만들었다. 김 이장은 “어릴 적엔 벽촌에 산다는 게 서글펐지만 지금은 마을이 자랑스럽다”며 “천혜의 자연이 가장 큰 재산인 만큼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며 체험마을을 가꿔가겠다”고 말했다.


■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거창 빙기실마을까지 260㎞, 약 4시간 거리다. 달빛고운캠핑장은 8월 15일까지 성수기다. 캠프 사이트 1박은 4만~5만원. 깡통열차 체험은 1인 5000원, 여름 인기 체험 프로그램인 무지개송어 맨손 잡기는 1만원, 페달 보트 체험은 5000원.


거창=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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