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하는 예능속 정치인…값싼 정치인가 대중화인가
오세훈·김한길·박원순·표창원 등 잇따른 예능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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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된장찌개에 두부를 썰어 넣고, 계란 프라이를 하며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뒤늦게 일어난 아내는 남편이 준비한 아침 식사를 먹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관찰 예능 속 연예인이냐고? 아니다. 지난 2일 TV조선의 예능 '아내의 맛'에 출연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모습이다.
오 전 서울시장은 이날 아내 송현옥 교수와 함께 방송에 나와 가정적인 모습을 어필했다. 15개월 손주의 재롱에 넋 놓고 손뼉 치는 손주 바보로서의 인간적 면모도 더했다. 이날 방송을 계기로 '아내의 맛'은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으로 시청률 4%를 넘기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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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제작발표회에서 김 전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24시간 아내가 챙겨줬는데 건강이 회복돼 홀로서기 해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할 때 섭외가 들어왔다"며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새로운 삶인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이재명 성남지사는 '동상이몽2'에 출연해 '명블리'라는 애칭을 얻었고 프로그램 또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정치인과 새 인물을 찾아 화제를 끌려는 제작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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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테이너(politician+entertainer)'란 개념이 처음 정립된 미국에서도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흔한 일이다. '폴리테이너'는 1998년 인기 영화배우 제시 벤추라가 미네소타 주지사로 당선된 일을 계기로 미국 햄린대 데이비드 슐츠 교수가 정립한 개념으로 정치계로 진출한 연예인을 지칭했다. 정치계와 연예계의 경계 자체가 희미해진 지금은 '폴리테니어2.0' 시대로 지칭되기도 한다.
2015년에는 당시 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명 코미디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SNL)'에 바텐더로 출연해 자신을 패러디한 코미디언 케이트 매키넌과 정치적 농담을 주고받았다. 다만 미국은 정치인들이 주로 토크 쇼를 중심으로 출연한다.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토크쇼는 지지도를 높이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위트를 함께 발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가 돼 왔다. NBC '투나잇 쇼', CBS '데이비드 레터맨 쇼'와 그 후속 '스티븐 콜베어 쇼'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JTBC '썰전' 등 예능적 성격이 가미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정치인이 출연하기도 하지만 관찰 예능 등 오락성 짙은 예능에 출연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지난 4월에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현역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나 지자체장에 대해 "방송·신문·잡지나 그 밖의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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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며 "그렇게 치면 국회 방송이 제일 훌륭한 방송이어야겠지만 아무도 안 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성적으로 정보를 얻으려면 우선 관심이 가야 하는데 정치인이 출연하는 예능이 그런 관문 역할을 한다고 본다"며 "실제 '100분 토론' 같은 시사 프로그램보다 '썰전'처럼 예능이 가미된 프로그램이 의견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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