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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중앙일보

"아들아, 넥타이 이렇게 맨단다" 230만명 울린 美 랜선 아빠

넥타이 메고, 수염 깎고, 차 고치는 법

자녀에 알려주 듯 일상사 자상히 설명

'아빠의 조언' 뜻하는 '대드바이스'에

두달만에 구독자 230만명 넘겨

"아빠의 부재 아픈 경험에 영상 만들어"


인터넷상에서 '유튜브 아빠'로 인기를 끄는 50대 중년의 미국 남성이 있다. 채널을 만든 지 두 달 만에 230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모일 정도로 반응은 열광적이다. '아빠다운 아빠의 부재' 가 빚어낸 시대적 현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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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사는 인기 유튜버 롭 케니(56)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4월 '아빠 이건 어떻게 해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매일 일상에서 부닥치는 문제에 대해 아빠가 자녀들에게 알려주듯 자상한 조언을 해주는 채널이다. 이른바 '대드바이스'(Dad+advice)다.


20여개 동영상에는 선반 만드는 법·막힌 배관 수리법·면도법·자동차 수리법 등이 소개돼 있다. 얼핏 보기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고 비슷한 유튜브 채널에 비해 전문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튜브 아빠'에 열광한다. "다 큰 내가 이걸 보면서 훌쩍훌쩍 울고 있다"는 댓글도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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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아픈 경험 때문이다. 롭 케니는 "내가 동영상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했던 것, 그래서 아버지가 가르쳐주길 바랐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케니의 부모는 그가 어릴 적 이혼했다. 친권자인 아버지는 양육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케니는 "자식은 필요 없다"는 무정한 말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는 14살, 여동생은 9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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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는 형 집에서 얹혀살았다. 다행히 형은 케니를 잘 보살펴 주었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긴 어려웠다.


케니는 "내 자식에겐 이런 아픔이 없도록 하겠다고 그때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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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두 아이의 부모다. 큰딸의 적극적인 권유에 유튜브용 동영상을 만들게 됐다.


특히 면도법과 넥타이 매는 법을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됐다. 성 소수자(LGBT)들이 단 댓글도 많았다. 트랜스젠더인 한 구독자는 "우리 아버지는 내가 커밍아웃하고 나서 아버지 노릇을 그만두셨다"면서 "그래서 누구에게도 면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썼다.


여성 팬도 상당수다. 남성들이 가르치듯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이른바 '맨스플레인'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여성 미용사는 "남성들 머리를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알게 해준 좋은 영상"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최근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힌 한 여성은 "우리 남자애들한테 어떻게 면도법을 알려줄지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라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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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케니는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넥타이 매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며 갑작스러운 인기에 놀라워했다. '유튜브 아빠'의 인기 비결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이 아빠를 잃었거나 혹은 아빠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 "아마도 아버지와의 강한 유대감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많은 데 현실에서 채우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동영상은 조회 수 99만회에 2만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NPR은 "부모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반응도 압도적"이라고 해석했다.


한 구독자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은 아시아인이라면 부모에게 평생 한 번 듣기를 소망하는 말"이라고 적었다. 자식 칭찬에 인색한 현실의 부모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NPR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구두 닦는 법, 악수하는 법 뿐 아니라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보는 법 같은 것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단지 무언가를 수리하고 고치는 것 이상의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선 자기와 같은 '랜선 아버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진짜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중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케니 자신도 친아버지를 용서했다고 했다. 201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꾸준히 만났고, 결국엔 관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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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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