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찾아 맨손으로 땅 파헤쳐"…고유정 법정 선 유족 오열
법원, 고유정 6차 공판…유족들 증언대
유기장소 거짓…‘시신없는 재판’ 꾸며
수색작업 매번 허탕…"골든타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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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와 한 공간에…가슴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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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로 시신 없는 재판을 만든 살인마(고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주십시오.”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고유정(36)에 의해 살해된 전남편 강모(36)씨 어머니는 “(범행 후) 속죄는커녕 내 아들의 시신 일부조차 찾지 못하게 입을 닫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 심리로 열린 6번째 공판에서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저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시신도 못 찾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알겠느냐”라고 울부짖었다.
고유정에 의해 살해된 강씨 유족들이 고유정에 대한 사형 선고를 재차 호소했다. 유족들은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고유정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온갖 거짓말로 (재판을) 더럽히고 있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특히 유족들은 참혹하게 살해되고도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심경을 간절하게 표현했다.
강씨의 친동생은 이날 “형님의 시신이 완도, 김포에서 훼손되어 낱낱이 유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형님의 시신을 찾아) 하천, 들을 돌아다니며 맨손으로 땅을 파헤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례만큼은 번듯이 치러주고 싶어 고유정 측에 ‘시신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 설득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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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유기장소 밥먹듯 거짓말
이날 유족들이 강씨의 시신 문제를 강조한 것은 고유정이 구속된 후 재판을 받는 현재까지도 시체를 찾지 못해서다. 고유정은 체포 직후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이틀에 한 번꼴로 번복하면서 ‘시신 없는 재판’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6월 1일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 “시신이 든 봉투를 완도항 인근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후 고유정은 6월 4일 구속된 후에는 “완도 인근 해변에 버렸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완도항에 이어 완도 해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시신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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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난다” 말한 후엔 진술 거부
이틀 뒤인 6월 6일에는 고유정이 돌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고유정은 시신의 행방 등에 대해 아예 입을 닫았다. 검찰에 송치된 뒤로는 “기억이 파편화됐다”며 진술 자체를 거부해왔다. “경찰이 고유정의 허위 진술을 믿는 바람에 ‘시신 없는 재판’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프로파일러들은 자신이 주장해온 우발적 범행을 입증하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고유정이 체포된 후에도 진술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의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5)의 사망 사건은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고유정의 구속만료 기한(12월 31일) 이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던 재판이 추가로 병합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청주지검으로부터 A군 사망사건을 넘겨받은 뒤 추가 수사를 거쳐 이번 주 내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고유정은 지난 3월 2일 수면제를 넣은 음식 등을 먹여 A군과 현남편이 잠든 사이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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