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뭘 그렇게 넣었니···밀레니얼 세대도 푹 빠진 가래떡 맛
웰빙 트렌드에 건강 간식으로 부상
바질 맛에, 추로스 모양으로 재미 줘
SNSㆍ온라인 판매로 유통 채널도 변화
지금은 떡집과 방앗간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며칠 뒤 있을 설날을 맞아 떡국 떡과 선물용 떡을 만드느라 쉴 틈이 없다. 가장 주문이 많은 것은 역시 떡국용 가래떡이다.
가래떡은 멥쌀을 물에 불려 곱게 갈아낸 쌀가루를 고슬고슬하게 쪄낸 뒤 이를 반죽해 길쭉하게 뽑아낸 떡이다. 설에 먹는 떡국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길게 뽑아낸 모양 때문에 '복(福)과 수명을 길게 늘인다'는 무병장수 기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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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슷하게 잘라 국이나 라면에 먹는 토핑의 일종으로 사용했던 가래떡이 요즘은 20~30대가 좋아하는 생활 속 간식으로 부상했다. '젊은 세대가 가래떡을 먹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가래떡은 떡 중에서도 '만들기 가장 쉬운 떡'으로 불리지만, 그냥 구워 먹어도 좋지만, 떡꼬치·떡꾹·떡볶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특히 최근엔 건강한 간식을 찾는 웰빙 트렌드와 질리지 않는 담백한 맛의 간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래떡의 인기가 높아졌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가래떡’ 해시테그로 올라온 게시물만 6만개가 넘는다.
마켓컬리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떡 다섯 가지 중 세 가지도 가래떡이었다. 대표적인 상품은 '현미 가래떡'과 '현미 들깨 가래떡'. 주재료인 현미에 들깨와 소금·물 외엔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아 건강식으로 인기다. 이곳의 이현경 팀장은 "떡은 크림치즈떡, 과일모찌 등 트렌디한 간식떡과 식사용 떡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최근엔 식사용 떡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G마켓에서도 2016년 대비 지난해 가래떡 판매가 133%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레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떡은 물론 옛날 과자 등의 먹거리를 찾는 젊은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맛과 모양, 종류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떡의 인기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절 시즌에는 떡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평소 대비 70% 이상이 더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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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가래떡은 개성이 강하다. 일반적인 백미 가래떡 외에도 현미·들깨·흑임자 등 다른 재료를 섞은 가래떡은 기본이고 바질향이 나는 가래떡, 안에 여러 가지 소를 넣은 가래떡도 등장했다. 가래떡을 구웠을 때 찍어 먹기 좋은 소스로 송로버섯 맛이 나는 트러플 조청(아우어 인절미)을 개발해 신세대 입맛을 저격하기도 한다.
특히 현미 가래떡은 다이어트를 하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의정부에서 ‘집에서방앗간’을 운영하는 박완준 대표는 “처음엔 백미 가래떡만 만들었는데 꽤 많은 수의 사람이 현미를 가져와 가래떡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지난해 봄 출시했는데 지금은 이게 핵심 제품이 됐다”고 말했다.
안에 팥소를 넣은 일명 '앙꼬 가래떡'은 인스타그램에 많은 사진이 올라오는 대표적인 떡이다. 굳지 않는 떡을 개발해 2018년 가을부터 안에 팥소를 넣고 앙꼬 절편과 앙꼬 가래떡을 만들고 있는 '아리울떡공방'의 윤현식 대표는 "1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데 주로 20~30대 여성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판매는 모두 온라인으로 하는데 1일 매출액 2억원을 찍는 날이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
가래떡 모양을 추로스처럼 별 모양으로 바꾼 ‘쌀 추로스 가래떡’도 등장했다. 외식잡지 기자 경력을 가진 김미연 대표가 만든 한식 브랜드 ‘솜씨로운’이 출시한 것으로, 이곳의 주력 제품인 떡볶이용 떡이나 구이용으로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원형이었던 가래떡을 별 모양으로 만들었더니 떡볶이 양념이 더 잘 버무려지고 또 단면으로 자르면 꽃 모양으로 보이는 등 맛과 재미, 두 가지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쌀 추로스 가래떡은 간식을 찾는 20~30대와 아이에게 재밌고 건강한 간식을 주고 싶은 엄마들이 주로 찾는다. 김 대표는 "테스트 차원에서 공구 형식으로 한 번씩 추로스 가래떡을 판매하곤 했는데, 재구매 요청이 많아 올해부터는 정규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떡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서양 요리 재료인 바질을 넣은 '바질 가래떡'. [사진 아우어 인절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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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판매 방식도 바뀌었다. 30~40대 중심의 젊은 세대가 떡집을 운영하면서 SNS와 포털사이트 쇼핑몰이 주요 유통채널이 됐다. 온라인으로 받은 주문은 배송일에 맞춰 당일 생산하고, 택배 시간에 맞게 떡이 완성될 수 있도록 방앗간 운영 시간을 조절하는 등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열심이다.
주문 단위도 소포장으로 바꿔 주문자의 부담을 줄였다. 집에서방앗간의 박 대표는 “통 가래떡은 15cm 길이로 잘라 이를 2개·4개씩 진공 포장하고, 자른 가래떡은 200g 내외로 작게 포장했더니 한꺼번에 5~10개씩 주문해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먹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포장에 사용하는 포장재 역시 깔끔하고 세련되게 만들고, 택배 박스 안에 감사 인사 카드를 넣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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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은 만든 당일에 바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냉동했다가 불에 굽거나,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 두르고 노릇하게 굽거나,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먹어도 된다. 단, 이때는 반드시 실온에서 해동했다가 구워야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쫄깃한 가래떡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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