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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배곯는 직업' 옛말···연봉 4억, 판도 바뀐 웹소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2018년 11월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소설 『재혼황후』는 변심한 황제의 곁을 떠나 자신의 삶을 열어가는 황후 ‘나비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재혼황후』는 정실부인임에도 남편과 정부의 불륜에 밀린 황후의 입장에서 서술돼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덕분에 서비스 시작 9개월여 만인 현재 누적 조회 수는 1800만 회, ‘미리 보기’ 등을 통한 누적 매출은 1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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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소설가는 ‘배곯는 직업’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생각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플랫폼을 등에 업은 웹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국내 대표 웹소설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소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인기 웹소설 작가는 한해 4억7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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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함께 ‘스낵 컬처(Snack Cultureㆍ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자투리 문화)’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웹소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4300억원 대를 돌파했다. 2014년에는 200억원 규모에 머물렀더랬다. 불과 5년 만에 20배 넘게 시장이 커졌다. 과거 천리안과 나우누리, 하이텔 같은 PC 통신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시장의 성장은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군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단 웹소설 작가에 대한 시장의 대우가 달라졌다. 한 예로 지난해 네이버 웹소설의 정식 연재 작가 중 한해 1억원 이상을 번 이는 26명에 달했다. 최고 수입을 올린 작가는 미리 보기 수입과 원고료를 합쳐 지난해에만 4억7000만원을 가져갔다. 네이버웹툰에서 받아간 돈만 이 정도다. 네이버웹툰에선 현재 400여 명의 작가가 활동 중이다. 참고로 한국문인협회 등 국내 3대 문인 단체 소속 문인의 연간 수입은 1840만원(2017년 기준)이다.



‘현대판 과거시험’ 웹소설 공모전에는 작품 1만여 점 몰려


웹소설 작가가 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등단 과정 중 하나는 공모전 통과다. 과거 종이책 소설가들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고 이후 소설을 출간해 인기를 얻는 등 전형적인 길을 걸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한 예로 올해 네이버웹툰이 신진 작가 선발을 위해 진행 중인 ‘지상최대 공모전’에는 1만여 점의 웹소설이 몰렸다.


네이버웹툰의 박제연(42) 웹 소설 리더는 “웹소설 작가는 나이도 직업도 매우 다양해 평균적인 작가상(像)을 꼽긴 어렵다”며 “대신 장편 연재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체력은 기본이고, 작품에 달린 댓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을 탄탄한 마음 상태는 필수”라고 소개했다.



로맨스, 판타지가 ‘최애’ 장르


어떤 웹소설이 많이 읽힐까. 24일 네이버웹툰이 8월 현재 연재 중인 107개의 웹소설을 분석한 결과 연재소설 중 56개(52.3%)가 로맨스 장르, 29개(27%)가 로맨스 판타지 류였다. 이는 카카오페이지도 비슷하다. 연재 중인 3628개의 작품 중 1234편(34%)이 판타지 장르, 1019편(28%)이 로맨스 장르다. 이는 지나치게 무거운 내용보단 가볍게 읽고 즐길 거리를 바라는 웹소설 독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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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작가상을 꼽기는 어렵지만, 인기 웹소설에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 카카오페이지 김미정 이사는 ”작품 초반부터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선한 소재나 장치가 있고, 계속해서 후속 화를 보게 하는 기대감을 주는 작품이 잘 읽힌다”며 “게임 판타지 장르라면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화끈한 ‘보상’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이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네이버웹툰의 박제연 리더는 “온통 전형적이기만 하거나, 고정 관념으로만 만들어진 작품은 외면받는다”며 ”문체가 됐든 캐릭터가 됐든 개성이 뚜렷한 게 좋고, 그리고 모바일에서 주로 읽힌다는 걸 고려하면 문장의 흡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기 웹소설인 『오뉘탑: 퇴마사건일지』는 서울 북한산 기슭의 오래된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퇴마사건이란 배경의 참신성에, 독자들에 익숙한 과거 귀신 이야기 등을 잘 풀어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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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웹소설이 대세


웹소설이 인기를 끄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영미권 최대 소설 플랫폼인 ‘왓패드(Wattpad)’는 현재 6500만 명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SNS 메신저처럼 대화 형식으로 소설이 전개되는 단편소설 중심의 플랫폼인 ‘후크드(Hooked)’는 24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정광호 서울대 교수(개방형혁신학회 부회장)는 “미국에서도 후크드(Hooked) 등에서 서비스되는 콘텐트가 과연 소설이고 문학인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콘텐트가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며 “디바이스(Deviceㆍ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의 발달이 웹소설 등 콘텐트의 진화를 이끄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후크드 덕분에 적어도 180만명 이상의 십대가 책을 즐기게 됐다”고 순기능을 강조한 바 있다.



'웹소설의 웹툰화'가 주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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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웹소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관련 창작자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드물다. 웹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일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현재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법정 미스터리물 ‘저스티스’ 역시 웹 소설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다.


최근엔 웹소설을 웹툰으로 옮기는 경우도 활발하다. 이미 상품성이 검증된 웹소설을 웹툰으로 옮겨 다양한 독자를 공략하는 동시에, 한국어가 서툰 해외 이용자에게도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어서다. 웹소설로 출발한『김 비서가 왜 그럴까』 역시 웹툰은 물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이와 관련 네이버웹툰에선 현재 17편의 웹소설이 웹툰으로 연재 중(연재예정 포함)이며, 26개 작품이 웹툰으로 제작 중이다.


판교=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 [판교소식] 한국과총,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 포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정보과학회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 포럼을 연다. 포럼을 통해 가짜뉴스(Fake News) 같은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과 컴퓨터과학 분야에서의 대응 해법 등을 모색한다. 차미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가짜 뉴스를 다루는 전산학 기법 점검’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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