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아닌데 '오픈런' 뛴다…"포켓몬빵, 이 시간에 사러 오세요"
포켓몬빵. [SPC삼립] |
요새 어른이(어른+어린이) 사이에 급부상한 아이템이 있다. 띠었다(떼었다)가 붙였다가 다시 띠었다가 붙일 수 있는 스티커인 ‘띠부띠부씰’이다. 동심을 간직하고 있지만 구매력은 우수해진 어른이들은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해당 제품을 대량 구매한다. 식품업계 입장에서 매력적인 구매 수요층으로 부상한 이유다.
띠부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업체가 SPC삼립이다. 지난달 24일 SPC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인기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포켓몬빵을 판매하는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점포 앞에는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포켓몬빵이 점포에 입고되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구매에 나서는 현상이다. SPC삼립은 지난 3일 포켓몬빵 출시 이주 일만에 350만개가 팔렸다고 밝혔다. SPC삼립 관계자는 “SPC삼립 베이커리 신제품 출시 일주일 매출보다 600% 많이 팔리고 있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켓몬빵의 인기 이유로는 단연 띠부씰이 꼽힌다. 1998년 포켓몬빵 첫 출시 이후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는 다양해졌지만 SPC삼립은 첫 출시 당시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스터 캐릭터 띠부씰을 그대로 살렸다. 이 때문에 당시 초등학교에 다녔던 20~30대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평이다. 포켓몬빵은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을 포함해 ‘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 ‘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팡’ ‘디그다의 딸기 카스타드빵’ ‘꼬부기의 달콤파삭 꼬부기빵’ ‘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 등 7가지 종류가 있다.
이들 빵 안에는 159종의 포켓몬스터 캐릭터 띠부씰이 동봉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작 빵 맛은 별반 차별화 요소가 없지만, 1200원짜리 빵을 사서 띠부씰을 모으는 재미에 구매한다”며 “구매 대상이 구매력이 있는 20~30대 성인이라 대량구매가 매출 증대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브레다움. [사진 세븐일레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 밖 외출이 쉽지 않아 지면서 걱정 없이 뛰놀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당시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포켓몬빵 띠부씰의 인기는 중고거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희귀템’인 띠부띠부씰은 최대 5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기 있는 캐릭터의 경우 포켓몬빵 가격(1200원)보다 비싼 3000~4000원에 거래된다.
편의점 점포당 종류별 1개씩만 공급
공급 부족도 포켓몬빵 인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편의점 3사에는 점포당 포켓몬빵 종류별 1개씩만 발주할 수 있도록 발주 제한이 걸려있다. 시스템상으로는 포켓몬빵 7종류를 1개씩, 총 7개를 주문할 수 있지만, 실제 배송은 2~3개뿐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모(48)씨는 “발주는 종류별로 7개를 하는데 입고는 2개뿐이라 포켓몬빵이 있는지 묻는 고객에게 없다고 답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라며 “대개 오후 9~10시에 입고되니 정말 필요하다면 입고 시간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자 띠부씰을 동봉한 다른 제품도 잘 팔린다. 14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PB(자체 브랜드) 베이커리 브랜드인 ‘브레다움’ 매출이 쑥 올랐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남자 주인공이 브레다움 빵의 띠부씰을 모아서 여주인공에게 선물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해당 장면이 방영된 후 일주일(7~13일) 간 브레다움 매출은 전주 대비 3배 늘었다. 황일주 세븐일레븐 마케팅팀 판촉담당은 “띠부씰을 모으는 것이 어른이들에게는 추억을,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며 “코로나19로 퍽퍽해진 일상에서 작은 재미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