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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중앙일보

색다른 홈파티 메뉴가 필요할 땐 프랑스식 부대찌개 어때요

윤지아의 저탄수 균형식 ④ 카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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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부대찌개라 불리는 카술레. 사진 윤지아

카술레(Cassoulet)는 프랑스 남서부 랑독(Langeudoc)을 대표하는 콩 요리로 흰 강낭콩과 소시지, 여러 가지 고기를 푹 끓여서 만든 스튜입니다. 이 요리는 백년전쟁 때 프랑스 군인들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카솔(Cassole)이라는 전통 식기에 콩과 고기를 넣고 푹 끓여 만든 음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요, 그래서 ‘프랑스를 지켜낸 음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다소 투박한 외형에 국밥이나 부대찌개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를 가진 이 냄비 요리는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기에서 나온 육즙과 기름, 허브, 채소의 풍미가 부드러운 콩 안에 묵직하게 담겨있다가 씹는 순간 입안을 꽉 채우거든요. 고기보다 콩이 더 맛있다는 말을, 이 카술레를 먹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


카술레를 정통 레시피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재료와 시간이 필요해요. 오리지널 레시피에서는 오리다리 콩피나 툴루즈식 소시지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잖아요. 각종 허브와 돼지껍데기로 육수를 내는 과정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 지역색이 담겨있는 요리를 타지에서 완벽하게 따라 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집집마다 갈비찜이나 김치찌개의 맛이 조금씩 다르듯이 카술레도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어요. 이때 저탄수화물 레시피로 변화를 준다면 당뇨나 체중 감량으로 식이조절을 하는 가족도 모두 둘러앉아 먹기 좋겠죠? 그래서 오늘은 카술레 위에 토핑처럼 올리는 빵가루와 오리다리 콩피 과정을 생략하고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저탄수화물 카술레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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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술레는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데우기만 하면 돼 여러 요리를 준비하는 홈파티에 제격이다. 사진 윤지아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생 오리다리를 준비합니다. 오리다리가 없다면 통오리에서 다리를 떼어내어 준비해주세요. 오늘은 콩피를 하지 않으니 달군 팬에 오리다리를 껍질 쪽부터 올려 노릇하게 구워 줄 건데요. 굽기 전 포크로 두툼한 살 부분을 콕콕 찔러 넣어주면 빠른 시간 내에 열이 오리다리 안쪽까지 잘 전달되어 조리시간도 단축되고 맛도 잘 우러나옵니다.


카술레에 넣는 원육의 질감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좋은 툴루즈 지방의 소시지가 좋은데, 구하기 쉽지 않다면 시판 소시지 중에 원육 함량이 높은 것이나 고기 맛이 많이 나는 것으로 준비해주세요. 만약 주변에 소시지를 만들어 파는 샤퀴테리가 있다면 다양한 소시지를 활용해보길 추천합니다. 이 요리의 별명이 프랑스 부대찌개인 만큼, 소시지의 퀄리티에 따라 맛도 훨씬 좋아지거든요. 그리고 소시지의 염도에 따라 간이 달라지니 조리가 끝나고 오븐에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 간을 맞춰주세요.


카술레의 조리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으나 끓이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총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요리이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요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손님이 오셨을 때 데우기만 하면 되는 요리라서 준비해야 할 음식 가짓수가 많을 때 아주 요긴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콩과 채소, 고기가 재료의 전부라서 탄수화물 함량은 낮은 편이지만 칼로리가 높은 요리이니 드실 때 빵이나 밥보다는 샐러드나 채소와 함께 드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 만큼 각종 모임이나 회식, 많으시죠? 식단 관리 중이신 분들은 이런 자리가 마냥 즐겁진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이 카술레를 먹는 날만큼은 식단 걱정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세요.

Today's Recipe 카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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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다리는 포크로 콕콕 찔러두면 맛이 더 좋아질 뿐만 아니라 조리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사진 윤지아

재료


불리지 않은 흰 강낭콩 2컵(불린 후 무게 700g), 물 1.5L, 오리다리 2개(500g), 킬바사소시지 1개 (270g), 베이컨 2줄, 양파 1개 (150g), 당근 1/2개(80g), 셀러리 1줄기(40g), 깐 마늘 3톨(30g), 대파 흰 부분 10cm, 로즈메리 2줄기, 타임 2줄기, 월계수잎 1장, 이탈리안파슬리 1줄기, 화이트와인 1/2컵, 토마토페이스트 2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흰 강낭콩은 깨끗이 씻어서 물을 충분히 부어서 하룻밤 불린다.


2. 오리다리의 살이 도톰한 쪽에 소금을 뿌려 밑간하고 포크로 콕콕 찔러 열이 잘 전달되도록 준비한다. 통오리를 사용할 경우 오리다리만 떼어내 사용한다.


3. 베이컨은 1cm 크기로 썰고, 소시지는 한입 크기로 자른다.


4. 양파와 당근, 셀러리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썰고 깐 마늘과 이탈리안파슬리는 다진다.


5. 냄비에 불린 콩과 물 500mL를 부어서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어오르면 중불을 유지하며 5분 정도 익힌다.


6. 큰 무쇠솥을 달군 뒤 기름을 두르지 않고 중불에서 5~10분간 베이컨과 오리다리, 소시지를 굽는다. 오리다리는 껍질이 냄비 바닥 쪽에 닿도록 하여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꺼내고 소시지도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운 뒤 꺼낸다.


7. 솥에 썰어둔 채소들과 마늘을 넣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중불로 3~5분 볶는다.


8. ⑦에 토마토페이스트를 넣고 약불로 1분 정도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넣고 바닥에 눌어붙은 재료들을 긁어가며 중불로 1분 정도 조리한다.


9. ⑧의 솥에 삶은 콩과 콩 삶은 물, 물 500mL 추가로 넣고 그 위에 구워둔 오리다리와 소시지, 대파로 감싼 허브(이탈리안파슬리 제외)를 골고루 얹은 후 뚜껑을 덮고 약불로 80분 동안 뭉근하게 끓인다. 중간중간 500mL 정도의 물을 나눠 넣어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지고 콩이 무르게 익도록 한다.


10. 테이블에 올릴 오븐용기나 내열 그릇에 요리를 옮겨 담고 160도 오븐에서 오리다리의 껍질이 노릇해지도록 30분 정도 구운 뒤 통후추 간 것과 다진 파슬리를 뿌려 완성한다.

윤지아 요리연구가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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