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4시에 중단된 '난장판 국회'…'밤샘 몸싸움' 9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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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주 격렬한 몸싸움 도중 기진맥진해 병원에 실려 간 사람도 있고, 상당히 놀라운 부상을 입은 일도 있는 것 같다"며 "원내대표와 협의해 더는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오전 9시 의원총회에서 여러 의원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세우겠다"며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한국당에 단호히 맞서 패스트트랙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제가 현장에 있다가 아무래도 여당이니까 어떤 사고가 발생할까 결단을 내려 (몸싸움을) 중단시켰다"며 "국민의 뜻을 받는 것이 이렇게 힘든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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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오후 7시 35분쯤 2차 충돌이 일어났다. 2차 충돌에서 몸싸움은 더 격렬했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국회 직원들까지 200여명이 뒤섞여 몸싸움을 벌였다. 고성과 멱살잡이가 오갔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까지 출동해 대기했다. 1시간 뒤인 오후 8시 30분쯤 3차 충돌이 발생했고, 결국 민주당은 법안을 이메일로 접수했다.
법안 처리를 두고 맞붙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사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등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한국당 '인간띠'가 이들을 막아섰다.
이 자리에서는 의원들의 반말 설전이 오갔다. 이 대표는 "내 이름으로 다 고발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심 위원장을 향해 "이해찬 대표, 심상정 의원님, 이렇게 국회 운영해도 돼? 이게 국회냐"로 항의했다. 이에 이 대표는 "너 나한테 혼나볼래"라고 응수했고, 심 위원장은 "비겁하게 들 뒤에 있지 말고 앞으로 나와"라고 소리쳤다.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오후 11시 15분쯤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4당이 밀어붙이는 패스트트랙 처리는 불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특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각각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선거제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쓰는 칼'"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는 양당제에서 견제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사개특위는 회의장을 막아선 한국당 측과 대치 중 법사위 회의실이 비어있는 틈을 노렸다. 회의에는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과 박범계·박주민·백혜련·송기헌·표창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만 참석했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면 사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가운데 5분의 3인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회의 방해를 성토했다. 박범계 의원은 "동물 국회를 막고자 하는 국회선진화법은 종일 완전히 무력화됐다"며 "저희가 5∼6차례에 걸쳐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격렬한 몸싸움으로 막고 심지어 폭력을 방불케 하는 여러 장면이 펼쳐졌다"고 비판했다.
백혜련 의원도 "국회의 정상적인 회의 절차가 이렇게 방해받은 사태는 없었다"며 "국회가 무법천지였던 적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의 일시와 장소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회의는 원천 무효"라며 반발했다. 이 자리에는 패스트트랙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쫓아와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공지하지 않고 회의를 여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인편 접수를 한국당이 원천봉쇄하려고 해서 팩스와 이메일을 동봉했다. 법안이 접수됐음을 위원장으로서 선언한다"면서 "사개특위 위원 모두에게 회의 장소 변경을 공지하지 않은 것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응수했다.
이날 회의는 결국 40여분 만에 정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나머지 사개특위 위원인 민주당 의원(2명)과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이 더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우면 회의를 재개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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