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원의 심스틸러]백반부터 피맥까지…백종원의 절대미각
‘골목식당’서 맞춤형 솔루션 제공
‘고수외전’ 해박한 음식 지식 빛나
‘마리텔’로 예능 입문, 전천후 활동
본인 장사도 엄격한 언행일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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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세 시즌에 걸쳐 방영된 tvN ‘집밥 백선생’(2015~2017)에선 따라 하기 쉬운 요리법으로 전국의 모든 요리 초보를 구원했고, SBS ‘백종원의 3대 천왕’(2015~2017)으로 팔도강산에 소문난 맛집을 샅샅이 훑으면서 보다 맛있게 먹는 팁을 전수했다. TV에 출연하는 여느 요리사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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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닥칠 때마다 탁월한 돌파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막 넘어온 방송 초반에는 “왜 연예인 장사 도와주는 걸 봐야 하냐”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고, 최근에는 푸드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제기한 막걸리 방송 조작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백종원 한 사람의 입맛이 대중을 대표할 수 없다는 지적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주변 상인을 초청하고 다수가 참여한 투표 결과를 통해 자기 생각을 입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음식 장사는 통계의 싸움”이라는 지론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장사를 시작한 청년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백종원. 대중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SBS] |
‘골목식당’과 ‘고수외전’을 병행하면서 그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졌다. ‘골목식당’이 그가 지난 25년간 쌓아온 장사 노하우와 실전 팁을 방출하는 시간이라면, ‘고수외전’은 세계 유명 셰프들이 한식에 자신들의 노하우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그 또한 새로운 배움을 채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전통 장’을 주제로 대결하는 5회에서 강원도 팀이 들고나온 버섯을 보고 백종원은 “설마 까치버섯이냐”고 놀라워하며 “참싸리ㆍ까치ㆍ밤버섯은 양식이 안 돼서 강원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고 부연했다. 이란 샤프란이나 멕시코 몰레 등 낯선 재료가 나와도 척척 설명하며 참신한 조리법에 감탄하곤 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미국·캐나다·멕시코·이탈리아·벨기에 등 해외 셰프들과 한식의 가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본인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한식대첩-고수외전'에서 해외 셰프들의 레시피에 감탄하고 있는 백종원. [사진 올리브] |
2년 전 국정감사에서 문어발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는 자신의 장사 터전인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을 떠나 종로ㆍ건대ㆍ이수 등 새로운 상권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지역 상인의 경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만큼의 활기를 잃은 상권을 찾아 나서고 작은 골목보다는 먹자골목에서 새 판을 벌림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달 다시 국정감사에 참석한 그는 “프랜차이즈는 학원 같은 곳”이라며 “자유경쟁 시대에 가맹비 들여서 과외받고 독학하는 게 뭐가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전국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무료 과외를 제공하고 있는 그이기에 가능한 발언이다. ‘골목식당’과 ‘고수외전’ 다음은 무엇일까. 뭐가 될진 몰라도 뼈가 되고 살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예의 슈가보이를 넘어 쓴소리 작렬하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진화하고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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