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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면 머리카락 난다" 믿기 어려운 쇼닥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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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이다. ‘쇼닥터(Show Doctor)’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쇼닥터는 방송을 뜻하는 쇼(Show)와 닥터(Doctor)의 합성어다. 방송 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일부 의사를 뜻한다.


엉터리 같은 행동을 할 때 “쇼하고 있네!”라고 하는 바로 그 쇼다. 한때는 의사나 의료진을 두고 한 말이었으나 지금은 교수, 한의사, 영양사 등 건강 관련 프로에 나와 엉터리 유사과학을 전파하는 이들 모두를 지칭한다.


10여 년 전 종편이 생기고 나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편성되고 몸에 좋다는 식품이 끝도 없이 등장했다. 쇼닥터들은 현대의 신약이 아니라 민간요법과 동의보감의 처방을 들먹이면서 우리가 늘 먹던 식품의 효능을 과장해 마치 약처럼 방영했다.







방송에서 활개 치는 쇼닥터들

암·고혈압·당뇨에 좋다는 식품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이 등장하고, 체험담을 곁들인 암 치유 민간요법이 사실인 양 방송됐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 암에 좋다는 음식이나 식재 섭취로 5년 후 암을 극복했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식품에 항산화 물질, 유산균, 식이섬유, 오메가3, 비타민, 미네랄 등이 많이 들어 있으면 만병통치로 통한다. 마치 음식으로 고치지 못할 병이 없는 듯 보였다.

당시 의사협회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방송 출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를 어기는 문제 의사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자율규제보다는 강제성이 필요하다며 쇼닥터를 강력하게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변죽만 쳤지 개선된 게 뭐가 있나. 쇼닥터들은 의사협회와 복지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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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제는 방송사들이다. 요즘은 종편뿐만 아니라 지상파마저도 이와 같은 왜곡방송에 경쟁적으로 참여한다. 공익성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저버리고 시청률에만 목을 맨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에 ‘본 방송국의 의도와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면피성 자막을 내보내 비난을 피해 가는 꼼수를 두기도 한다.


시청자를 우민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도 아니면 말고라고? 허위나 왜곡보도가 매스컴을 타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방송 다음 날부터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번진다. 그 피해는 오롯이 시청자들 몫이다.


문제의 핵심은 방송에 출연하는 일부 사람들이 유사과학을 교묘하게 위장해 시청자를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현란한 입담으로 믿게 하고 사실인 양 버젓이 통용시키는 것이다. 출연진이 의사고, 박사고, 교수니까 당연히 믿을 수 있는 사실만 말할 거라고 시청자는 착각한다.


한 자칭 자연치유 전문의라는 사람은 “유산균을 먹으면 혈당이 조절되고, 고혈압, 류머티스에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5년 불임 환자가 유산균을 먹고 한 달 만에 임신이 됐다. 밀가루를 먹으면 뼈가 녹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수입한 해독주스를 만병통치 급으로 선전하면서 홈쇼핑에서 유산균과 함께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어떤 내과 의사는 “물구나무를 서면 머리카락이 난다. 반신욕을 하면 머리가 검어진다, 탈모는 나이가 많을수록 고치기 쉽다”라고 했다. 또 우리가 늘 먹는 몇 가지 채소나 과일을 섞어 만든 주스가 ‘혈관의 때를 청소한다’는 방송을 타고는 대박을 쳤다는 후문이다.


건강식품들은 대부분 동의보감이나 국내외의 논문 등을 근거로 해 자생하기도 하지만 대개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 많다. 콜라겐, 글루코사민, 수소수, 해독주스, 오메가 지방산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국내의 쇼닥터들이 있지도 않은 효능을 침소봉대해 종편과 홈쇼핑에 유포하면서 소비자를 유혹했다.







미세먼지 효능 추가하다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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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 콜라겐과 글루코사민은 사기성이 탄로 나 이미 자연소멸단계에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식약처가 단속 대상으로 삼은 수소수는 7~8년 전 일본에서 수입돼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다 이번에 딱 걸린 케이스다. 처음 수입될 당시 효능으로 활성산소 소거, 항암, 아토피 치료 등이 거론됐으나 미세먼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가 큰 사회문제가 되니까 이를 근거도 없이 수소수의 효능에 추가하는 자충수를 뒀다. 식약처도 인내에 한계를 느꼈던지 며칠 전 행동을 개시해 단속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수소수, 미세먼지 제거·질병 치료 효과 근거 없어”라면서.


예는 또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해독주스, 즉 ‘클렌즈 주스(Cleanse Juice)’이다. 이도 6~7년 전 미국으로부터 수입돼 쇼닥터들에 의해 반짝했던 건강식품이다. 소비자의 반응이 시들해지고 효과 없음이 탄로 나자 식약처가 작년 10월 비로소 허위 과대선전이라 단속한다고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TV에 출연하는 전문가라는 일부 사람들이 관련 제품에 관계있거나 홈쇼핑 등에 출연해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에 나가며 홈쇼핑에서 판매에 열을 올리는 건 적절치 못하다. 효과를 침소봉대하며 선전을 일삼는 것은 돈을 위해 양심을 파는 행위일 수 있다.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행정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소비자들이 행동에 나설 때가 됐다. 비판 글을 게시판 혹은 댓글로 달아 그들의 무책임을 따지는 운동 같은 것 말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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