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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더 맛있게 마시려면 잔부터 바꿔라

수제 맥주 인기에 전용 잔도 눈길

머그 잔엔 벌컥벌컥 마시는 라거

튤립 잔은 향이 강한 벨지안 에일

끝이 넓게 벌어진 와인 잔엔 IPA


서울 안국동에 자리한 맥주 다이닝 펍 ‘비어셰프’. 메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국내 수제 맥주를 취향대로 주문하면 각각 다른 모양의 맥주 잔을 함께 제공한다. 익숙한 머그 잔부터 와인 잔 모양의 맥주 잔까지, 주문한 맥주 종류에 따라 잔의 모양도 제각각. 커다란 피처에 가득 담겨 나온 생맥주를 알아서 따라 마시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국내 최초의 미국 공인 인증 맥주 전문가이자 비어 셰프의 오너 셰프인 손봉균씨는 “라거·페일에일·스타우트·IPA 등 맥주 종류에 따라 맥주 본연의 맛과 풍미를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는 잔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제 맥주 인기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국내 수제 맥주 업체 수는 100곳을 훌쩍 넘어섰다. 개성 있는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어온 이들은 요즘 맥주 맛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전용 잔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제주맥주는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을 잇따라 출시하며 특유의 감귤 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단부가 볼록한 전용 잔을 함께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제 맥주 펍 ‘데블스 도어’의 오진영 브루마스터는 “국내 수제 맥주 업체가 다양해지면서 요즘은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잔까지 만들어 함께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는 맥주 맛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양조장의 로고나 브랜드 이름을 새긴 디자인 때문에 홍보 효과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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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균씨가 많이 쓰이면서 맥주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의 6가지 맥주잔을 선정해 이에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했다. 먼저 머그 잔. 가장 익숙한 잔으로 손잡이가 달려 마시는 사람이나 서비스하는 사람 모두 들기 편하다. 요즘도 을지로의 대다수 술집에서 머그 잔을 사용하는 이유다. 이 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는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라거다. 탄산이 풍부해 청량감이 뛰어난 라거는 머그 잔에 담으면 한 손으로 들고 먹기 편리하다. 또한 손잡이가 있어 사람의 체온이 맥주 잔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막아줘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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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은 가늘고 위는 볼록한 모양의 바이젠 글래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밀맥주인 바이젠에 잘 어울린다. 밀맥주 특유의 색깔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밑은 가늘지만 거품이 모이는 위쪽은 반경이 넓어 풍성한 거품을 뽐내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밀맥주 역시 탄산이 풍부한데 바이젠 글래스 특유의 기다란 모양은 탄산이 올라오는 모습도 부각돼 보이도록 하고, 넓은 상부는 밀맥주의 과일 향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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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의 꽃봉오리를 닮은 튤립 잔은 벨지안 에일에 잘 어울린다. 벨기에는 전통적으로 향이 강한 맥주가 많은데 이들을 튤립 모양의 잔에 담아 마셨다. 튤립 잔 특유의 곡선이 향을 보존하고 거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 향이 강한 벨기에 맥주 맛을 가장 잘 담아내기 때문이다. 또한 입술이 닿는 부분의 굴곡은 맥주를 마실 때 거품을 밀어내 거품이 오랫동안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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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중적인 잔은 역시 파인트다.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잔으로 페일에일이나 IPA 등 어떤 맥주를 담아도 잘 어울린다. 입이 닿는 주입구가 넓어 머그 잔처럼 벌컥벌컥 마시기 좋아 탄산이 풍부하고 가벼운 맛의 페일 에일이 잘 어울린다. 최근엔 파인트의 상단부를 볼록하게 만든 노닉 파인트가 많이 쓰인다. 이 잔은 잔끼리 부딪칠 때 입이 닿는 부위가 아니라 주입구 바로 아래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맞닿기 때문에 위생적일 뿐 아니라 잔 끝부분이 깨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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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안된 맥주 잔도 있다. 맥주 대회에서 사용하는 테쿠(TEKU)다. 와인 잔과 닮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입가에 닿는 부분이 동그랗게 우묵한 와인 잔과 달리 바깥으로 벌어져 있어서 입에 대고 마시기에 좋다. 범용 잔으로 디자인한 만큼 어떤 맥주를 담아도 특유의 풍미를 잘 표현하지만 특히 IPA(인디안 페일에일)와 가장 잘 어울린다. 홉을 일반 에일보다 2배 이상 넣은 IPA는 수제 맥주 특유의 맛을 즐기기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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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가 들어간 스타우트는 필스너 글래스처럼 길이가 긴 잔이 어울린다. 질소가 잔을 따라 올라오면서 폭포수처럼 보이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부츠 모양의 잔이나 테이블에 내려놓을 수 없도록 디자인해 ‘원샷 잔’으로 불리는 뿔고둥 잔, 얇고 기다란 두루미의 목을 닮은 두루미 잔 처럼 맛의 차별화보다 재미에 무게를 두고 디자인한 잔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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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전용 잔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청결이다. 잔에 이물질이나 먼지가 붙어있으면 기포가 달라붙어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봉균 대표는 “맥주 잔을 사용하기 전 찬물로 헹궈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간혹 펍에서 맥주 잔을 냉동실에 넣어뒀다 사용할 때가 있는데 이는 맥주 맛을 해친다. 맥주 잔 표면에 생긴 얼음이 녹으면서 맥주에서 물맛이 날 수 있고, 맥주가 잔에 닿으면 낮은 온도 때문에 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맥주는 잔에 따른 후 거품이 모두 사라지는 15분 안에 마실 것을 권한다. 맥주 거품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15분이 지나면 외부의 영향으로 맥주 맛이 변하기 시작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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