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와" 손흥민 드리블 뺏어 골…'깜찍당돌'한 이승우
아시안게임 결승 선제골 뒷이야기
일본 도요타 광고판 밟는 세리머니
축구팬들 깜찍이 이승우에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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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한국축구 주장이자 몸값이 1200억원이 넘는 천하의 손흥민(26·토트넘)에게 이렇게 외친 선수가 있다. 20살 당돌한 공격수 이승우(베로나)다.
손흥민은 1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일본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0-0으로 맞선 연장 전반 3분 페널티 박스에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갔다. 충분히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문전에서 기다리던 이승우가 손흥민을 향해 뭐라고 소리치더니 그대로 왼발슛을 때렸다. 0-0 팽팽한 흐름을 깬 값진 선제골로 연결됐다.
2-1로 승리한 뒤 손흥민은 “제가 드리블을 하고 지나가는데 승우가 ‘나와! 나와!’해서 빨리 비켜줬다. 승우가 슈팅하기 더 좋은 위치에 있었고, 덕분에 내가 도움을 기록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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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는 더 압권이었다. 이승우는 왼쪽 코너킥 부근 광고판을 향해 달려갔다. 팀동료들에게 세리머니 좀 펼치게 다가오지 말라는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곤 양손을 귀에 갖다댔다. 마치 가수가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에게 ‘더 큰 함성을 질러달라’고 외치는듯한 포즈였다. 공교롭게도 이승우가 밟고 올라간 광고판에는 일본 굴지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적혀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 득점 후 광고판에 오르려다 넘어진 적이 있는 최용수 SBS 해설위원은 중계 도중 “하지마! 하지마!”라고 농담을 건넨 뒤 “이승우 선수. 중심이 잘 잡혀있네요”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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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돌연변이’다. 13세였던 2011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자유분방한 환경 속에서 축구를 한 이승우는 한편으로는 솔직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돌하다.
이승우는 2014년 9월 아시아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전을 앞두고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8강전에서 60m를 치고 들어가 일본 수비수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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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선 40m를 질주해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골을 터트렸다. 이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처럼 ‘번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단정한 검정 머리로 참가했지만, 그 전에는 강렬한 황금색이나 회색, 핫핑크색 헤어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이승우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엔 나 같은 캐릭터가 없어서 귀여워 해주시는 것 같다. 당돌한 모습이 사라지면 오히려 재미없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이승우를 응원하는 팬들은 “당당함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런 이승우를 향해 “건방지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작은 키(1m70㎝)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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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승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안티팬의 마음까지도 사로 잡았다. 베트남과 4강전에서는 귀 옆으로 손을 흔든 뒤 카메라에 입을 맞추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 환호소리가 들리냐”는 의미로 내건 세리머니 공약을 지켰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이승우를 향해 “우리 깜찍이가 깜짝 놀라게하네요”라고 칭찬했다. 요즘 많은 축구팬들은 이승우를 ‘한국축구 깜찍이’라고 부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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