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될 뻔한 멸치…'만찢남' 조규성 머리로만 2골 찢었다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남자) 스트라이커’ 조규성(24·전북)이 헤딩슛 2방으로 골망을 2차례 찢었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61위)에 2-3으로 졌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조규성이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은 1무1패에 그치며 16강행이 불투명해졌지만,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0-2로 뒤진 후반 13분 이강인(마요르카)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몸을 던지는 헤딩슛으로 1-2 만회골을 뽑아냈다.
이어 후반 16분 같은팀 전북 왼쪽 수비수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조규성이 또 한번 타점 높은 헤딩슛으로 연결해 2-2를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의 회심의 왼발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앞서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황의조(올림피아코스) 대신 조규성이 가나전에 선발출전했다. 조규성은 우루과이전 후반 29분 교체투입돼 23분간 뛰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가 전 세계 팬들의 마음, 특히 여심을 사로 잡았다. 중계카메라가 조규성의 잘생긴 얼굴을 클로즈업하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쭉쭉 늘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가나전 이전까지 팔로워는 기존의 2만명에서 73만명으로 35배 이상 늘었다. 영어와 스페인어는 물론 아랍어로 “한국의 등번호 9번 선수 누구야?”, “너무 잘생겼다”, “얼굴도 잘생기고 축구도 잘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조규성 신드롬’이었다. 그러나 1차전이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얼굴 잘생기면 뭐하나. 축구를 잘해야지”란 비판도 있었다. 조규성 우루과이전 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경기장에서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조규성은 가나전 2골로 얼굴 만큼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조규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 MBC 해설위원 외모에 비견되고 있다. 앞서 이동국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중거리슛을 날리며 혜성처럼 등장해 화제가 된 것을 떠올리게 한다.
K리그1 전북 현대 소속인 조규성은 이미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축구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유명했다. 그는 훤칠한 키(1m88㎝)에 정진운(2AM)과 황민현(워너원), 배우 박서준을 닮은 외모로 소녀 팬을 몰고 다닌다. 축구장에는 ‘그’만 보고 싶다는 등의 기발한 플래카드가 붙는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깔끔한데 포인트를 주는 패션을 선보여 ‘패션 피플’로 통한다.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완주군 봉동읍)에 BTS를 합해 ‘BDS(봉동소년단)’이라 불리기도 한다. 조규성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17골을 터트려 득점왕에 등극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조규성과 가나 아마티가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
고교 시절 체중이 76㎏에 불과해 ‘멸치’라 불렸던 조규성은 작년에 군팀 김천 상무에 입대 근육량을 늘려 84㎏를 만들었다.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축구선수는 연장에 추가시간까지 130분을 소화할 체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실천에 옮겼다. ‘벌크 업’에 열중하다보니 오히려 몸이 뒤뚱거리고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들어 1.5㎏ 가량 줄이고 밸런스 코어를 맞췄다.
해리 케인(토트넘), 로브레토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 등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의 영상을 인강(인터넷 강의)처럼 챙겨봤다. 2020년 전북에서 함께 뛰었던 이동국에게 등지는 법을 배웠다. 반듯한 스트라이커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거듭났다.
사실 조규성은 고교 시절 축구를 그만 둘뻔 했다. 올해 1월 서울 합정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조규성은 “중학생 때 키가 1m60㎝대였다. 안양공고 2학년 때 ‘축구로 대학 진학이 힘들겠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 받았다. 실업배구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겨울까지만 마지막으로 해보고 안되면 공무원 준비 할게요’고 말씀드렸다. 요즘 말로 ‘대가리 쳐박고’ 했다. 새벽 5시부터 나가서 훈련했고, 갑자기 키도 1m80㎝대(현재 1m88㎝)로 컸다”고 고백했었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대 1학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조규성은 대학교 2학년 때 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조규성은 “애들은 비웃었는데 골 넣는 재미가 있더라. 미드필더 경험을 살려 맨 앞부터 수비하고 더 뛰었다. 최전방에서 골도 넣고 연계해주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영상을 보며 배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규성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보며 ‘2026년 월드컵은 꼭 나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작년 여름에는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탈락했다. 사람 앞 날은 모르는거다. 축구를 포기하고 공무원이 될 수도 있었던 조규성이 월드컵 무대에서 한 경기 2골을 몰아쳤다.
알라이안(카타르)=박린·송지훈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