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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맥북 프로의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필요"

예언을 하나 해볼까 한다. 아마 1~2개월 이내로 애플은 맥OS 하이 시에라를 업데이트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High Sierra 10.13.6 추가 보완 업데이트(Supplemental Update)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이는 애플의 성능 저하 버그만큼 공론화 된 문제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분명히 평범한 버그 픽스나 성능 수정을 넘어서는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 틀림 없다.


필자도 본인의 생각이 틀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애플이 충분한 신뢰를 쌓기 전까지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나 업데이트, 심지어 패치 조차도 버그나 각종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덮어놓고 가정할 수는 없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 중 일부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것들로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이기도 하다. 애플의 지난 12개월 동안의 업데이트 배포 내역들을 보자.


  1. iOS 11: 대문자 I 버그, 12/2 리부트 버그
  2. 맥OS 하이 시에라: 루트 버그(Root bug)
  3. 아이폰 X: 혹한기 화면 어는 현상
  4. 애플 워치 시리즈 3: LTE 연결 문제
  5. 홈팟: 가구에 하얀 고리가 생기는 문제

이는 가장 주요한 문제들만 고르고 고른 것이다. 다행히 애플 같은 대기업으로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다른 중소기업들에서 이 정도의 문제가, 이렇게 다양한 제품 군에 걸쳐 나타났다면 회사가 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고객에게 신뢰를 판매한다고 자부해 온 애플이지만, 요즘의 행보는 과연 그게 사실인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곧 각종 애플 제품들이 출시되는 릴리즈 시즌을 앞두고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새로운 아이폰이나 새롭게 디자인한 애플 워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곤란에 처한 애플

몇 주 전 애플에서 새로운 맥북을 발표했을 때 처음 소비자들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이었다. 처음 나왔던 리뷰들에도 이러한 시각이 다분히 엿보인다. 무려 1년 만에 새롭게 런칭한 맥북에는 RAM 업그레이드, 시리(Siri) 지원, 그리고 키보드 픽스 외에도 맥북 프로 사용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불과 몇 달 전 발표된 새로운 인텔 칩을 사용한 코어 i9 라인을 선보인 것이다. 맥 컴퓨터가 이렇게 신제품 냄새를 풀풀 풍기는 프로세서를 사용 하는 일은 하나지 않다. 때문에 신형 맥북은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애플, 맥북 프로의 급한 불은 껐지만

LEIF JOHNSON/IDG

하지만, 첫 만남의 설레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출시 되고 최소 48 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튜브 리뷰어인 데이브 가 무려 4,000 달러가 넘는 코어 i9 모델이 오랜 시간 이어진 집중적 비디오 렌더링을 견디지 못하고 온도가 너무 높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프로세서가 코어 i7 수준으로 밖에 작동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Macworld 역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주었으며, 지난 주 우리의 리뷰 이후 계속해서 애플 측과 커뮤니케이션 중에 있다. 화요일 나올 맥OS 패치는 “펌웨어에서 빠져있는 디지털 키”를 수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 하겠다고 약속 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애플의 빠른 행동을 촉구 해야 한다.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내에 애플은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일을 복제하여 솔루션을 내놨다. 다른 기업 같았으면 해결하는데 수 개월은 걸렸을 문제이지만, 애플은 문제가 커져 가지를 뻗어 나가기 전에 새싹 단계에서 이를 해결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정도 버그라면, 소비자들이 알아채기 전에 회사측에서 먼저 알고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맥북이나 아이맥 같은 기기들에서는 어느 정도의 과열로 인한 성능 저하 현상은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이들 기기는 보통 사람들이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사용하는 기기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북 프로는 다르다. 애플에서도 최고의 사양을 자랑하는 노트북이다. 코어 i9은 무엇보다 성능을 중요시하는 사용자들이 사용하게 될 옵션이기에 이들은 아마도 맥북을 사용하며 하드웨어를 한계까지 몰아 붙일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의 두 가지다.


A. 애플이 자사의 최고 사양 제품인 맥북 프로를, 시중의 가장 유명한 비디오 편집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조차 하지 않고 출시했을 가능성.


B. 애플 역시 성능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것이 어느 정도 문제가 되고 또 이슈화 될 것인지 지켜 보기로 했을 가능성.


아마도 현실에서는 2가지 시나리오가 적절히 섞여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맥북 프로 모델들에 대해서는 나름의 테스트를 철저하게 진행 하였을 것이나, 초 고가 모델인 코어 i9 모델은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났을 가능성이 있다. 엔지니어들 역시 맥북프로의 슬림한 유니바디 디자인이 과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섀시를 만들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애플은 또 한번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부랴부랴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시 뉴스에 등장하는 싸이클을 겪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대체 애플은 왜 자꾸 이러한 제품들을 결함이 있는 상태로 내보내는 것일까?

질과 양

물론 출시 초기에 이런 저런 문제점들을 보이는 제품은 많다. 어떤 제품이건 1세대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한다거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나오자 마자 앞다투어 이를 다운받는다거나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애플 제품은 비교적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애플, 맥북 프로의 급한 불은 껐지만

DAN MASAOKA/IDG

그랬던 애플이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혹자는 애플이 지나치게 커진 탓이라고 말 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애플은 현재 4개의 메이저 운영체제를 관리하고 있으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5가지 제품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여기에 홈팟이나 에어팟은 들어가지도 않는다. 어쩌면 1년 주기의 업데이트로 인하여 발견 되어야 했을 문제들이 조용히 지나가다가 너무 늦은 시점에서야 발견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게 문제였다면, 지금쯤이면 다 고쳐졌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막대한 자금력과 자원을 가진 기업인 만큼, 인재 부족이 문제라면 더 좋은 인재를 찾아 고용하면 그만이었을 것이고, 체인 상의 약점은 해당 인물을 해고하거나 발령 보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티브 잡스 사후에 애플의 기업 문화자체가 너무 부드러워진 것에 있다고 본다. 그 누구도 팀 쿡이 스티브 잡스 만큼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애플을 혁신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물론 애플 워치와 에어팟은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더라도 자랑스러워 했을 만한 업적들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팀 쿡이 애플에 가져온 부드럽고 친절한 경영 스타일은 왠 일인지 회사와 맞지 않거나, 최소한 예전만큼 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플, 맥북 프로의 급한 불은 껐지만

스티브 잡스의 재능은 비단 엔지니어링이나 디자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그는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두려움이 됐건, 사랑이나 심지어 조종이 되었건, 스티브 잡스는 여러 가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여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완벽을 요구했고 또 그것을 달성하였다. 그 직원이 조니 아이브 이건, 아니면 말단 사원이던 간에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팀 쿡을 몰아내고 새로운 CEO를 데려오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에게는 품질 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사람을 채용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 직원들 중 누군가를 SVP로 승진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업무는 전적으로 커다란 문제의 소지가 되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씨앗 단계에서부터 솎아내는 것이다. 실험실에서만 테스트를 진행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신제품을 집으로 가져가 일상 속에서 사용해 보고, 제품이 가진 한계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실수는 할 수 있다(안테나 게이트를 기억하는가?).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전례 없이 민망할 정도의 버그를 경험한 애플로써는 이제 위에서부터의 변화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Michael Simo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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