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Versa. 김충재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도전
사진제공 : 에스팀 |
김충재를 만나기 전, 떠올랐던 그의 이미지는 MBC <나혼자산다>의 ‘잘생긴 만인의(?) 미대 오빠’였다. 하지만 김충재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ERD(이알디)에서 만난 그는 첫 개인전의 설렘으로 가득찬 '제품 디자이너'였다.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직선과 곡선
평면과 입체
아날로그와 디지털
고전과 현대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느린 것과 빠른 것
Vice Versa: the other way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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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재 작가를 만나러 가기 전, 먼저 전시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전시 명이 인상 깊었다. 'Vice Versa. 거꾸로, 반대로 해도 똑같다'라는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삶에서 상반된 개념들의 양립 공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굉장히 느리고 비효율적이고 아날로그적이지만 (그 반대인) 빠르고, 가볍고, 효율적이고, 디지털적인 것을 배제하고 살 수 없으니까요. 자고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먼저 보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진솔하게 전달하고 싶었고, 실제로 이런 모습이 현 사회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해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충재 작가는 이번 전시와 작품들을 통해서 각자의 삶을 조금은 낯설게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덧붙여 이번 전시가 개인적으로 예술과 디자인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원동력과 의미를 준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낯설게 보기’를 실천하고 있다.
“‘낯설게 보기’는 디자이너를 포함한 아티스트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새로운 것에 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아티스로서 또는 디자이너로서 적절하게 낯선 요소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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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김충재 작가의 고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CNC로 가공한 작품과 페인팅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가공은 사전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공장도구와 기계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제조 프로세스로 CNC가공을 사용하면 3차원 절단 작업을 단일 프롬프트 세트(프로그래밍 명령어를 입력)에서 수행할 수 있다. 관람객 중 공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는 CNC가공으로 만든 작품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 예술이고, 예술가라는 입장으로 제 전시를 바라봐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하는 김충재 작가는 앞으로 CNC 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법론과 아날로그 방법론을 병행해나가면서 낯설지만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전시장 어디에서도 캡션과 텍스트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것보다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제가 만든 의자에 앉아서 작품 하나하나 느긋하게 감상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캡션과 텍스트 배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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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은 인간에게 속하고, 곡선은 신에게 속한다 – 안토니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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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충재 작가 개인전의 시작은 2016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개인전 전에 김충재 작가는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오늘을 준비했다.
“첫 개인전인 만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해 온 작품들을 하나로 엮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시 준비를 시작해보니 그 안에서 또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이번 전시에) 평면, 환조, 부조와 같은 신작들도 함께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가우디의 말에서 전시의 시작을 찾을 수 있었다.
직선은 인간에게 속하고, 곡선은 신에게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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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재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던 초기에는 직선(기하학)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직선과 상반된 곡선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이를 상반된 영역에 대한 자연스러운 갈증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MBC <나 혼자 산다>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김충재 작가를 봤다면 그의 색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층마다 다른 테마로 찾아온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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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 Versa’ 전시가 우리에게 주는 재미는 끝이 없다. 먼저 그는 층별로 다른 테마의 전시장을 꾸몄다.
“갤러리 ERD 공간을 보자마자 층별로 나뉜 구조를 극대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층별로 나눠 제 얘기를 하면 재밌겠더라고요. 결과적으로 1층은 ‘신작=평면’, 2층은 ‘입체’ 그리고 3층은 ‘개념’이라는 테마로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죠.”
김충재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시기간동안 3층에 또 다른 작업실을 만들었다. 전시장을 더 많이 찾기 위해서 그는 이 공간에서 직접 페인팅을 하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지구 반대편의 김충재 작가의 팬들도 그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전시 관람 전에 빈 캔버스를 미리 구매할 수 있는데요. 전시기간동안 전시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완성이 되면 보내고 있어요. 이 과정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되니까, 자신이 가진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알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을 소장할 수도 있게 되는 거죠.”
우리가 기존의 전시를 관람하고, 작품을 구매했던 과정과는 조금은 달라서 낯선 모습이다. 김충재 작가는 이 역시 ‘vice versa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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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색, 기능을 어떤 식으로 낯설게 우리의 눈에서 가슴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하면서 이번 전시를, 작품들을 구상했던 것 같습니다.
2019년 김충재 작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7,8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이제 입주작가 생활을 정리하고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인터뷰가 있었던 날, 그는 새로운 작업실로 이사를 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김충재 작가의 다음 작품, 다음 전시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충재 작가의 첫 개인전 [Vice Versa : the other way around]는 갤러리 ERD에서 1월 19일까지 열린다. 수시로 3층에서 작가의 작업이 진행되고, 그 과정들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니 김충재 작가만의 ‘낯설게 보기’가 궁금하다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 장은희, 편집 허보나, 디자인 이한솔, 사진제공 에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