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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중, 혐한, 그리고 산업 가치 사슬

요즘 한중 관계는 어떠한가? 퓨 리서치가 2022년 발표한 중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비호감도에서 한국은 무려 80%대의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동일한 조사에서 한국은 2020년에 75%, 2002년에는 31%였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가장 민감할 터이다. 서울 신문에 따르면 중국인은 조사를 시작한 첫 3년간에는 2.9%만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나 최근 3년간은 16.2%로 치솟았다.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잘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시레 차별 경험은 더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단독] 혐중 정서, 혐일 앞섰다… 가장 차별 느낀 건 베트남인 © 서울신문


이런 현상은 중국 본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인들의 한국이나 한국인들에 대한 호감도 또한 계속 하강하고 있다. 2007년 신화통신이 발행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은 12,000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싫어하는 나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한국'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0.1%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당시 이유는 아마도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선포한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이런 축제가 있다는 것도 잘 모를 수 있으나 단오와 용선 전통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한국의 이런 행사가 중국의 전통과 문화를 훔치려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이다.

 

© 문화재청

 

동북공정 등으로 중국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려 한다는 한국인들의 시각과 매우 유사하게 중국인들은 단오, 설날, 공자, 만주 등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점을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훔치려 하는 파렴치한 짓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혐한 감정은 사드 사태와 더불어 폭발하면서 이제까지 7년이 되도록 혐한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중국의 검색 엔진에 '한중관계(中韩关系)'라는 말을 넣어 보았는데 여기서 얻은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내용은 한중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해양 분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두 번째는 어느 중국 학자가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를 원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중국은 넓은 마음으로 원만한 관계를 가져가려 하나 눈앞의 이익과 미국의 눈치를 보는 한국이 잘 응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드에 대해 한 첫마디를 들으니 중한 관계는 험난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사드를 들어 한국이 중국의 안보를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일곱 번째는 리잔수 전인대 의장의 한국 방문을 보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한국이 사드를 위해 토지를 미국에 할양했다는 내용이다. 이상과 같이 중국의 대한 관계는 지금까지도 대부분 사드 이슈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반면 한중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언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중국의 경제학자인 청신쉔(成新轩)의 글로 "이성적으로 한중 무역 관계의 변화를 보자/理性看待中韩贸易关系的变化"라는 내용이다. 그(아마도 여성으로 생각되지만 그라고 칭한다)는 이 글에서 한중 무역 규모가 1992년 50억 2800만 달러에서 2021년 3623억 5100만 달러로 72배 증가했음을 강조하면서 중국 해관총서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한중 무역에서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으며 적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최근 수개월의 무역 적자에 주목하는 반면 그는 보다 장기간에 걸쳐 중국이 무역 적자를 보아 왔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링크)

그러면서 그는 중한 무역 수지의 변화는 일차적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러시아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광물 자산 가격의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중국의 제조업 역량이 높아지면서 한중 무역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를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대규모 시장과 정부 정책의 뒷받침을 받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향후 한중 무역 관계가 경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인가인데 그는 한중 간의 무역 관계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도 "이성을 가지고 보라"는 것인데 그 의미는 중국인들의 혐한 감정이 드높은 가운데에서 "여러분들이 한국인들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런 감정에 휩싸이지 말고 이성을 가지고 보라"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가 한중 무역 관계가 상호 보완적 관계로 나가야 한다는 이유는 물론 감정적이거나 정서적인 원인이 아니며 냉정한 계산에 기초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 우위 산업은 이미 중국이 따라잡았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반도체는 중국과 한국의 주요 수출입 제품으로 제품 내 서로 다른 부품 제조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즉, 중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한국이 잘 공급해 왔다는 뜻이다. 그는 또 한국은 전자 정보 통신과 기계공학 제조분야에서 기술 선도적 위치에 있고, 중국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기술 선도적 수준에 있으며, 이에 더해 전자정보 통신과 기계 공학 제조분야에서 강력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니 한중이 서로의 강점 분야에서 서로가 미흡한 산업 가치 사슬 역할을 해 주자고 주장한다.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중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을 하는 제품이 많은데 이를 전략적으로 두 나라가 산업 가치 사슬을 조정하여 두 나라가 시너지를 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즉, 한중이 서로 박 터지게 경쟁할 것이 아니라 '깜부'를 맺고 글로벌 시장을 같이 공략하자는 의미이다. 아시아 지역 시장에서도 한중이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한국의 고급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이전을 적극 수용하고 정책 배당금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유치하자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 보유한 상류 산업 가치 사슬로부터의 기술유출 성과를 충분히 학습하고 활용하며 중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학습하여 한국과의 수직형 산업 내 무역을 수평형 산업 내 무역으로 전환하려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제 미국과 유럽 등의 서방이 기술과 경험을 주지 않으니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적극적인 투자 유치책으로 도입하여 배우고 배운 후에는 그 분야를 대체해 나가려는 전략이다. 옳고 그리고를 떠나 중국 정부가 화끈한 유치 조건을 내세우면 진입하는 한국 기업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세안의 경우 중국은 두 가지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서 점차 투자를 전환하여 소위 "중국+1"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및 EU의 영향력이 적은 중국 최대의 무역 상대 경제 블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일부 노동집약적이고 저부가가치 산업을 아세안 국가로 이전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반면 한국이 투자와 생산을 동남아로의 전환하는 것을 최소화하자고 한다. 중국의 아세안 국가로의 산업 이전으로 아세안 국가의 중국 원자재 및 중간재 공급 의존도가 높아지면 아세안 국가의 대 서방 수출에 따라 중국의 수출 규모도 확대되고 수출 제품의 중국 내 부가가치가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한국을 중국의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업스트림의 산업 가치 사슬로서 파트너십이 이루어지면 전체 산업 사슬을 최적화하여 아시아 지역 전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는 RCEP에서 중국과 한국의 상품 무역은 차이가 크고 상호 보완성이 강하다고 본다. 동시에 중국의 고급 제조업으로의 전환은 RCEP 지역 내 중국과 한국 간의 치열한 무역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RCEP의 우대 정책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역 내 다른 회원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아세안 지역 산업 가치 사슬을 구축해 나간다. 그러면 지역 회원국 간의 분업이 정교해지면서 상호의존도가 심화되어 궁극적으로 아시아 태평양의 경제력과 중국에게 유리한 지역 정치 안정을 향상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쪽에서도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네거티브 리스트 모델을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서비스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추진한다. 2017년 12월 양국 정상이 공동 선언한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중국이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시작한 첫 서비스 무역 및 투자 자유화 협상이라고 한다. 시쳇말로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되는' 네거티브 리스트 말이다. 이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의료, 문화, IT 및 R&D와 같은 고 수준의 개방을 포함하는 서비스 무역 개방 확대에 중점이 있다. 중국의 서비스 무역 카테고리는 관광, 운송 등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보험, 금융, IT와 같은 지식 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은 상대적으로 적어 한국에게 유리하다. 그러니 한국은 FTA 2단계에 응할 것이다. 

 

이런 사고는 이 사람 혼자의 생각일까? 수많은 혐한 중국인들의 무리 속에 외로이 한국과 협력하고 이용하자고 주장하는 이 생각 말이다.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가 설하고 있는 이 한국과의 산업 가치 사슬 상호 보완론은 그동안 중국의 지도자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하던 말이다.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왔을 때 "양국 간 발전 전략 연계 강화", "핵심 분야와 제삼자 시장의 협력 심화", "양국 협력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촉진" 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리잔수 전인대 의장의 한국 방문 시에는 "발전 전략의 对接(매칭)을 강화"하고 "중한 FTA 제2단계 담판을 매듭" 짓고, "산업망 및 공급망의 안보와 안정을 확보"하자고 했다. 결국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며 중국의 싱크탱크가 고안해 낸 전략임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계적인 환경의 변화이니 본질적인 답은 없다" 라며 그냥 어제처럼 오늘, 오늘처럼 내일을 보내면 되는 걸까? 필자는 지금 우리나라는 큰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고 오늘의 판단이 내일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큰 시기라고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백 년에 보기 힘든 큰 변화"는 중국에만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도 오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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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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