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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속의 중국 수출 내수 감당할 수 있는가?

© pixabay

 

BBC는 중국의 전력 난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다. 수출 호조로 인한 생산량 증가로 기업들의 시설 확충이 활발히 일어난 점, 석탄 가격의 상승으로 발전소의 수지가 역전되면서 발전량이 줄어든 점, 그리고 중앙 정부가 탈탄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표 목표치를 압박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이중 기업들의 시설 확충은 실감이 별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중국 통계국의 수출 통계를 보면 2019년, 2020년, 2021년으로 가면서 수출이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 발생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절단되는 노드들이 다수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코로나 19를 잘 통제하고 산업 사슬이 안정적인 중국으로 오더가 몰린 것이다.

 

 

국내 경기는 지속적인 소비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적어도 정부 통계 상으로는 그 정도가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국내 소비품 매출을 보면 수출처럼 큰 성장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큰 감소를 보이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계절 요인이겠지만 4분기가 가장 소비가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크게 보아 중국의 기업 입장에서는 4분기가 수출과 내수가 가장 큰 대목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겨울에 들어서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난방도 전력 수요도 지금부터가 가장 큰 때이다. 그리고 지난 2019년부터 매월 발전량 추이를 보면 의외로 2020년 발전량이 상당히 증가를 했고 2021년에 들어서면서 엄청나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력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산 증가에 비해 에너지 소비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70%가 화력 발전이며 주로 석탄을 사용하고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중국은 호주로부터 대량의 석탄을 수입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19 이슈와 쿼드 등으로 충돌하면서 호주로부터의 수입을 비공식 중단하였다.

 
 

원래 중국은 매년 3월부터 5월까지가 전통적인 석탄 소비의 비수기이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산지 탄광 재고가 적고 수요가 대기하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며 석탄 가격이 계속 치솟았다. 현물 기준 가격은 3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발열량 5500kcal인 화력탄 현물 가격이 571위안/톤에서 865위안/톤으로 51% 이상 상승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전국 원탄 생산량은 3억 2000만 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중국 해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석탄 수입량은 9013만 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9만 t(28.8%) 감소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5월 11일부터 CCTD 발해 석탄 현물 기준 가격을 포함한 여러 석탄 가격 지수 발표를 중단하였다. 사재기가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역으로 중국 당국은 최소한 이 시점부터는 석탄 파동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5월 12일과 5월 19일 국무원은 벌크 상품 가격을 두 번이나 '명령'했다. 즉 석탄과 같은 주요 원자재는 대부분 국유 기업이 공급을 하므로 이들 기업들에게 가격을 올리지 말도록 한 것이다. 이어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5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원자재 가격이 점차 수요와 공급의 기본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고 5월 19일, 원료탄과 화력탄의 주요 계약은 8% 가까이 감소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 시점에서 당국은 석탄 가격의 급등을 주로 석탄의 선물 거래가 과열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가격이 내려간 것도 선물 펀드의 철수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2016 년부터 중국은 석탄의 중장기 계약 시스템을 운영하여 시장에서 "안정제"와 "밸러스트 스톤"의 역할을 하게 하였다. 즉 중장기 기간 동안 거래 가격을 고정하여 석탄 가격이 급등할 경우 중장기 계약 가격이 시장 석탄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지고, 석탄 가격이 급락할 때는 그 반대가 된다. 산시성의 한 석탄 유통 회사(山西焦煤集团煤焦销售公司)의 간부 차오다리(合同部副部长 乔大力)는 중장기 계약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톤당 300위안 이상 낮다고 밝혔다. 그래서 당사의 경우 그룹의 중장기 계약은 공급 보장 요구 사항에 따라 이행되고 기본적으로 비율은 95%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보도는 주요 산지의 석탄 생산 제한이 해제되고 수력 발전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 안정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전망을 하였다. (관련링크)

그리고 정부의 방침에 맞추어서 석탄 공급 업체들도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관련링크)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수 차례 반복되어온 패턴이다. 일단 정부가 가격 안정을 지시하고 국유 기업에 손해를 감수하며 이를 따르면 적어도 시장에서의 효과는 나온다. 정부는 이렇게 시간을 벌은 후에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해결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면 정책 의지를 따라준 국유 기업들에게 그동안의 손실을 어느 정도 보상해 줄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이것이 과거 반복되어왔던 중국의 문제 대처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우선 가격 안정 효과가 있다는 중장기 계약이 전체 석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70% 정도라는 것이다. 즉, 앞서의 95% 사례는 특수한 경우이고 현실적으로는 발전소들이 시장에서 상당 량의 석탄을 구매해야만 했던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석탄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결국 중국 5대 전력 회사를 포함한 12개 발전소가 지난 8월 중앙에 현 상황의 위급성과 가격 조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관련링크) 이렇게 미디어에 보도가 된 것이 8월이니 이들이 비공식적으로 정부 당국에 하소연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일 것이다. 

결국 9월 말 중국 전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동북 3성에서 시작된 정전 사태는 탈 탄소 이행 성과가 미흡하다고 경고를 받은 남방의 주요 경제 지역인 광둥, 장쑤 등으로 이어졌고 이러서 위난 등 주요 전력 생산 지역까지 확산되었다. 적어도 10개 성 이상에서 광범위한 면적의 정전 사태가 발생하였고 애플 등의 부품을 생산하는 타이완의  FOXCONN도 조업 중단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아이폰 13과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글로벌로 퍼져 나갔다. 

전국적인 전력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10월 초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나섰다. 리커창은 석탄 및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를 했고 이어서 10월 8일에는 구체적인 시행 조치도 마련하였다. (관련링크)

주요 탄광에서는 고위급 요청에 따라 공급 유지 및 가격 안정, 석탄 가격 인하 등의 공고를 내렸고, 그동안 오염 및 안전 등의 이유로 조업이 중단되었던 탄광들도 순차적으로 승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갔다. 동시에 중앙 정부는 주로 남방의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안후이성 등 지역에서 탈 탄소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며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기업에 생산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장쑤 성에서는 공장들에 50% 조업 만을 허용하면서 조업할 날짜를 결정하라고 하여 "중국 정부가 드디어 민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조소 어린 농담이 돌기도 했다. 그나마 조업할 날짜를 선정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중국 정부 역사상 최초의 민의 조사 반영 정책이라는 것이다.

남방 수천 개의 기업에 정전이 발생했지만 남부 지역의 전력 부하가 감소함에 따라 북방의 석탄 공급은 증가할 수 있었다. 북부 산지별로 보면 10월 말 네이멍구 오르도스의 중소 탄광들의 생산 부족 현상이 더 심하고, 산시(陝西) 성의 일부 탄광은 오염으로 인해 생산량이 제한돼 있었다. 정책 차원에서 국가는 이미 석탄 생산 능력의 방출을 가속화하고 있고 이 생산 능력 조치가 완전히 정상화되면 월 700만 톤 이상의 생산량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관련링크)

리커창 총리의 지시에 이어 한정 부총리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석탄을 확보하고 전력을 공급할 것을 지시하였다. 여기에는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전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한정이 나선 것은 상당히 예외적이다. 한정은 현재 제도권 내 인물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상하이 방 인물이다. 내년 20대에서 은퇴가 거의 확정적이며 자신의 안전과 은퇴를 교환했다는 설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한정이 정부 재정을 관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지방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로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인물이 나서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전력 공급을 확보하라고 한 것이다. (관련링크)

그러나 예상치 않은 사태가 일어났다. 좀처럼 홍수가 나지 않는 화북 지역의 홍수, 즉 황허에 홍수가 나서 석탄의 산지인 산시성을 덮친 것이다. 1만 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하였다. 문제는 전 세계 석탄의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에서 생산되는 석탄의 50%를 산시성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홍수는 지하로 파내려 가는 탄광에는 극성이다. 탄광은 평소에도 침수를 막기 위하여 대형 양수기를 동원하여 물을 빼내고 대형 압축기를 사용하여 공기를 터널로 불어넣어 지하수가 터널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그런데 지금은 홍수가 밀려오면서 전력은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산시성의 홍수로 인하여 126개의 탄광이 조업을 중단했다고 전한다. 중국 정부도 석탄 수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관련링크)

홍수가 나면 수력 발전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전력으로 수문을 개방하여 방출 가능 최대 수량을 개방해야 되기 때문에 발전을 하지 못한다. 결국 중국 정부가 전력을 다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석탄 공급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렵게 어렵게 석탄 수급을 정상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외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석탄 파동이 퍼져 나가고 있으며 인도 또한 석탄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도 규모의 국가가 석탄이 부족하다면 다른 나라 형편이라고 해서 나을 리 없다. 국제 석탄 가격은 중국을 대상으로 해서만 오르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발개위는 9월 29일 발표를 하여 가구의 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수요의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구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민심을 안정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선양과 같은 대 도시의 교통 신호등이 꺼지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전력이 중단되는 사태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게 하고 있다. 어쩌면 전력 시스템의 분배 체계가 민간 가구와 기업을 구분하여 송전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가구에는 어찌어찌 전력이 공급된다고 해도 기업에 제대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현재 상황에 추가하여 이미 중국 정부는 이미 대기 오염을 감소하기 위한 겨울철 조업 중단 지시(停工令)를 내렸다. 여기에서 6개 성, 65대 도시 즉 베이징, 텐진, 허베이, 허난, 산동, 산시, 섬서 대부분 지역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는 작년의 대상이 26개 도시인데 비해 대폭 증가한 면적이다. (관련링크)

문제는 이러한 석탄 부족, 그리고 석탄 부족이 일으키고 있는 전력 부족이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불경기의 경우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이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통화 방출이 그 하나이다. 그러나 공급망 자체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수요를 자극한다 하더라도 경기가 회복이 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영향을 입고 있는 공급망이 정상화되어야만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 전력 부족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분리, 공급망 분리 정책이 추진 중이다. 이는 상당 기간 동안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번 겨울은 이래 저래 추운 겨울이 될 것이 확실하다. 중국 기상국은 이번 겨울이 추울 것임을 수 차례에 걸쳐 발표를 했다. 그리고 난방이나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고 난방 제한이나 전력 공급 제한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의 제조 생산의 위축으로 인한 파급 효과가 글로벌로 전달되면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즐겁지 않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위로는 필자가 있는 베이징은 춥더라도 조국의 겨울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따뜻한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조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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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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