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후의 세계 – 탈중국화 또는 경제 분리 #2
* 이 글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의 세계 – 탈중국화 또는 경제 분리 #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Summary
- 미국의 경제 제재 효과를 둘러싼 Robin Brooks의 의문
-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경제는 침체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음
- 이러한 현상은 중국에 유리할 수 있으나, 오히려 중국의 자금 유출을 야기하기도 함
- 러시아와 중국의 강경한 여론 속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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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못 잡으면 제재 효과 없다 한편 미국의 경제 제재가 과연 러시아에게 소기의 영향을 주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미 장기간 미국 및 서방의 경제 제재 하에 있었고, 정부 재정은 주로 에너지 수출에 기대왔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어도 에너지 수출에 문제가 없으면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유가가 치솟아 러시아의 외화 확보에 어려움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IIF의 수석 경제학자 Robin Brooks는 다음 그래프를 제시하며 경제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에너지 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obin Brooks에 따르면, 미국 및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로 인해 효과를 크게 보지 못 하고 있다. 먼저 이번 제재는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제재보다는 오히려 ‘러시아가 유럽에 에너지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모습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은 미국의 러시아 금융 제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대금을 받는 러시아 은행에 대해서는 달러 제재를 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히려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의 달러 수입이 대폭 늘었다. 즉, 러시아가 호락호락하게 손을 들기에는 국내 여론도 아직 푸틴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있고 달러 확보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Robin Brooks
심상치 않은 러시아의 중국 의존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러시아 경제 제재의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달러 제재로 일반 무역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러시아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더욱 중국에 의존하게 되고 말았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은 국가의 통화로 국민이 금융 계좌를 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위안, 아제르바이잔 마나트, 벨라루스 루블, 카자흐스탄 텡게, UAE 디르함, 터키 리라, 인도 루피, 아르메니아 드람 등이다. 은행 고객은 계좌에서 최대 $1만 달러 상당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다. 이를 초과하는 자금은 발행일의 환율에 따라 루블화로 지급한다. 현재 러시아 국민 입장에서 가장 유력한 외화는 위안이다. (관련링크)
신용 카드 제재의 경우 카드 소유자뿐만 아니라 가맹점 문제도 같이 해결돼야 한다. 이 경우에도 러시아의 선택은 중국의 유니온페이, 은련일 수밖에 없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급속도로 중국의 신용 카드 결제 시스템인 유니온페이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위안화 경제권으로 편입되지 않느냐는 관측들이 나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금융 문제들은 러시아 민간 산업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 러시아 경제가 침체하는 것 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 앞서 Robin Brooks는 러시아의 GDP 성장률을 -15%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0% 감소라는 무시무시한 숫자다. (관련링크)
© Robin Brooks 트위터
러시아 위기, 중국은 울까 웃을까 러시아 경제 침체는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에 비하면 약소한 이슈다. 여러 경제학자들과 중앙은행들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반발하여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Jan Hatzius는 EU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할 경우 생산량이 2.2% 감소하고 유로존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래서 Morgan Stanley의 수석 경제 고문인 Reza Moghadam은 “미국은 과열된 국내 경제에 추가 부양책을 쉽게 제공할 수 없지만 유럽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링크)
Reza Moghadam
뿐만 아니라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병목 현상으로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네온 가스의 70%를 공급하며, 러시아는 촉매 변환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팔라듐의 주요 수출국이다. (관련링크)
러시아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는 세계 네온의 약 40%를, 중국은 30%를 생산해왔다. 중국의 산업용 네온 사인 평균 가격은 이제 거의 9배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반도체 제조용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하면 당연히 반도체 가격도 오르게 된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는 중국에 유리할 수도 있다. 중국 장쑤성의 Hangzhou Naxin Special Gases Co 총괄 책임자인 Chen Zhina에 의하면, 일부 해외 바이어가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지를 중국으로 전환함에 따라 네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30%에서 50%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련링크)
물론 중국이 이렇게 이익만 보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및 금융 제재는 앞에서 보듯 소기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중국이 자금 유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 전문가 윤대원의 포스팅에 의하면 다음 차례는 중국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Robin Brooks 트위터
IIF의 Sergi Lanau는 “외국인이 중국 지방 채권을 투매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중국 제조업에서는 외국 기업이 철수하고 있었지만 금융 자금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유동성 큰 자금들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관련링크)
© Sergi Lanau 트위터
상처만 남을 것이 분명한 전쟁 이제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종전을 맞이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후 어떤 양상이 펼쳐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러시아만 해도 외부에서는 푸틴의 실각을 점치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인 86.6%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을 포함한 유럽 연합 국가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인 공격을 지지하는 편이라고 한다. 러시아인 46%가 러시아 정부가 EU를 공격해야 한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고, 40.6%는 적대 행위를 확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응답자 75%가 자국 정부의 핵무기 사용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술 핵 같은 무기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인 40.3%는 핵 공격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였고, 34.3%는 러시아 당국이 결정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인의 25.5%만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로 안 된다고 응답했다. (관련링크)
중국 내부에도 강경한 태도가 있다. 홍콩의 Asia Times는 “미국이 경제 제재 대상을 러시아에서 중국까지 확대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라며 중국 군사 칼럼니스트 천펑의 칼럼을 실었다. 천펑은 인민해방군이 조국통일을 위한 전쟁을 벌인다면 러시아군처럼 후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민해방군은 1996년부터 양안 전쟁을 대비해 왔고 인민해방군이 대만에 상륙하면 대만은 영원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기세를 올렸다. (관련링크)
우리는 그야말로 이번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에 우크라이나 관련 제재를 가하는 것은 역효과를 일으켜 중국과 러시아를 더 가깝게 만들고, 해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또 CSIS의 에드워드 차우(Edward Chow)는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이해관계는 단기적으로 수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달라질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관련링크)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꼭 맞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행간의 의미를 보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보인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한 논의는 우리 모두 진중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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