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후의 세계 – 탈중국화 또는 경제 분리 #1
Summary
- 최근 러시아의 붕괴를 예견해 중국에서 논란이 된 후웨이의 글
- 후웨이의 주장에는 중국이 러시아와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존재
- 우크라이나 전쟁의 맥락을 중립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파이낸셜 타임즈 리샤오의 글
- 리샤오는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지역주의' 결과물이며, 이에 미국의 '경제주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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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최근 브런치에서 쓴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을 ZUM 투자노트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다. 전쟁, 더구나 유럽에서의 전쟁은 세계 정치·경제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법이라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그 글에 특별한 내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해외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을 흐름대로 정리해 드린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가 집안일로 한국에 잠시 들어온 이후, 이러한 인식에는 크게 두 가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한국에서는 해외 주요 매체들이 그렇게 많이 읽히거나 인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대중이 많이 보는 유튜브 등에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추측성 이야기가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필자 또한 추측성 이야기를 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가능한 한 근거를 밝히려 노력한다는 점이 아마도 호응을 얻게 된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하여 독자 여러분이 뒤이어 궁금해할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주로 전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어떠할 것인지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매일 뉴스를 통해 전해 듣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감동적인 분투를 하고 있고, 러시아군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러시아 장성들의 전사 보도가 간간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장성들이 최전선에 나가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어떤 의지로 전쟁에 임하고 있는지 느끼게 한다.
중국 내 소수 의견의 결말 최근 중국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견한 중국 학자의 글이 이슈가 되고 있다. US-China Perception Monitor에 3월 5일 후웨이(胡伟)가 기고한 내용이다. 이 글은 중국 내에서 광범위한 논의를 일으켰다.
먼저, 후웨이가 국무원 산하 공공정책연구센터 부소장, 상하이 공공정책연구협회 회장, 차하르(Chahar) 학술위원회 의장 등 직함을 가진 권위 있는 학자라는 것이 주목 받았다. 여기에 후웨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를 예측한 내용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후웨이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예상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릴 것으로 봤다. 나아가 서방의 전쟁 개입을 배제할 수 없고, 설령 러시아가 절박한 도박으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더라도 러시아는 그 후 무거운 짐을 지고 압도당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의견과도 동일하다. 그러나 후훼이는 한 발 더 나아가 러시아의 정치 상황은 서방의 손에 의해 바뀌거나 붕괴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후웨이(胡伟)
‘러시아의 붕괴’라는 말은 중국 지도부와 인민의 마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후웨이의 글은 곧바로 중국 인터넷에서 봉쇄되었고, US-China Perception Monitor 웹사이트는 악성 소프트웨어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
악성 소프트웨어 공격으로 사이트 다운되었음을 통보하는 US-China Perception Monitor의 화면
“중국, 이대로라면 고립될 것” 아무튼 후웨이의 글을 계속 인용하자면,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정세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면서 “미국은 서방 세계에서 주도권을 되찾고 서방은 더욱 단결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철의 장막'은 다시 발트해에서 흑해로 넘어가게 되고, 서방 진영과 경쟁자는 최후의 대결까지 닥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구의 힘은 크게 성장할 것이고, NATO는 계속 확장될 것이며, 비서구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증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국은 기존 틀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은 푸틴과 엮일 수 없으며 전략적 선택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항상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을 주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한 최대의 전략적 돌파구를 달성해야 하며 더 이상 고립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은 세계대전과 핵 전쟁의 발발을 방지하고 세계 평화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여를 해야 한다”라며 “푸틴의 모험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그럴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글은 중국 내에서 수백만 명에게 공유됐다. NYT는 다수의 네티즌이 후웨이의 입장에 반대하는 반면, 후웨이를 지지하는 소수 의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 소수에는 시진핑 치하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권위주의·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적 자유주의자를 비롯해 권위 있는 학자와 전문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러시아 바라보는 중국의 불안감 필자가 보기에 이런 현상은 중국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말하고 있어서, 다시 말해 중국 내부의 모순을 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마음을 열고 접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런 기사를 보면 자칫 많은 중국인들이 중국 정부나 중국 공산당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후웨이의 생각 뒤에는 중국이 러시아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불안감을 공유하는 중국인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관련링크)
최근 이뤄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통화를 보면 중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감은 당연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슈퍼 파워의 최종 결정자들이다. 통화에 앞서 이미 설리번 안보 보좌관과 양제츠 위원 간 회담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정상 간 통화 주제야말로 두 나라의 주요 갈등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이 통화에서 미국 측은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중국은 타이완을 거론했다. 통화 후 실무자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하였지만 이렇다 하게 내놓을 결과는 없는 셈이다. 그러니 두 나라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봐야 하겠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이 러시아와 동일한 대접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어 보인다. 이번 통화 결과는 이러한 불안감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필자는 수차례 그 근본적인 이유가 타이완 통합을 도모하려는 중국의 생각 때문임을 지적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에 있어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면 미국과 서방 세계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지역주의’ 전쟁 vs ‘경제주의’ 제재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 미디어들은 자신의 시각에 따른 보도를 하게 된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러시아 미디어 외에는 없다. 파이낸셜 타임즈 중문판은 중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영국과 중국의 협력 미디어로서, 정치적 충돌을 가급적 피하면서 서방과 중국의 권위있고 객관적인 글을 실어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미디어다. 파이낸셜 타임즈 중문판은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배후 맥락에 대한 여러 관점을 보도하고 있다. 그중 파이낸셜 타임즈 중문판에 기고한 리샤오(李晓)의 글은 몇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리샤오는 지린대학 교수이자 광저우 상학원 학장이며 주하이 헝친 스마트금융연구소 소장이다. (관련링크)
리샤오는 먼저 기존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이 ‘지역주의’에서 ‘경제주의’로 바뀌어 왔다고 본다. 영토를 기반으로 국가 파워를 고려하는 ‘지역주의’에서 경제력, 정보력 등을 기반으로 국가 파워를 운영하는 ‘경제주의’, 달리 말하면 달러 경제 구조로 점차 변화되어 왔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리샤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지역주의’ 관점의 결과물이며 미국의 ‘경제주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강력한 글로벌 자원 통제 체제인 미 달러화 체제 아래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만드는 힘의 범위와 깊이가 러시아에 대한 포괄적 제재에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샤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선동하여 ‘약한 러시아’, ‘유럽 통제’, ‘중국 통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보고 있다.
지린대학 리샤오 교수
다른 한 측면인 경제주의 관점에서는 미국이 달러 경제권을 지속하기 위해 이번 러시아 제재에 있어 ‘경제 제재’라는 수단을 관철하려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굴복시킨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감히 달러 체제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이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벗어나려면 근본적으로 달러 경제권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구조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도 된다.
최근 필자는 ‘삼프로TV’에 출연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 대금 일부를 위안화로 받을 것을 고려하는 것은 이번 제재로 인해 달러가 정치적 요인으로 동결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곧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함으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순은 러시아와 중국에 있어 달러 경제권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프로TV 출연 중인 필자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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