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3편): 노칭 공정에 레이저가 도입되면 수혜보는 기업들
|레이저가 번쩍하면 주가도 번쩍?
안녕하세요 호돌이입니다.
2차전지 제조 공정의 특징이라면 2차전지가 고부가가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조 공정은 비교적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배터리 제조 공정의 종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거니와 공정의 기술적 장벽이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현금이 넘쳐 흐르는 기업들 입장에선 '우리도 한번 돈으로 밀어 붙여서 배터리나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가져볼 법도 합니다. 특히 근래 많은 자동차 기업들 또한 이러한 생각을 품고 있죠.
하지만 배터리 공정이 앞으로도 늘 같지는 않을겁니다. 배터리의 기술력이 날로 발전하는만큼 배터리 제조 기술도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을텐데요, 노칭공정 또한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레이저 노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이번 글 핵심 질문
- 노칭공정에는 왜 레이저가 쓰이려 할까?
- 기술 변화가 발생하며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을까?
지난 산업 시리즈 살펴보기
이번 글을 시작하기 앞서 지금까지 작성했던 여타 산업 글들도 함께 링크를 걸어두니 함께 살펴보시면 산업 공부에 도움이 되어드리리라 생각합니다.
▼ 지난 포스팅: 2차전지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2편): 축전지와 납축전지란? (세방전지)
▼ 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9편) : MCU란? (어보브반도체)
▼ 디스플레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4편): LG디스플레이(034220)는 왜 바닥까지 내려오게 되었나?
▼ 모바일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편): 스마트폰 부품주는 왜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되었을까?
▼ 음식료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 : 아셉틱에 대한 모든 것 (삼양패키징)
2차전지산업 쉽게 이해하기 3편, 유튜브 영상으로 살펴보기
이번 포스팅도 여타 산업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영상을 함께 제작해 봤습니다. 구독, 좋아요 버튼을 함께 눌러주신다면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노칭공정이 뭐길래?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배터리 내부를 살펴보면 양극과 음극은 각각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있죠. 정확히는 집전체라 불리는 기판의 모양을 따라 양극과 음극이 고유한 모양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양은 대략 아래와 같죠.
물론 양극과 음극의 정확한 모양은 배터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이냐 아니면 LG엔솔이 만든 배터리이냐에 따라서도 모양이 달라지죠. 삼성이 만든 배터리 중에서도 BMW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냐, 아니면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냐에 따라 양극과 음극의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어찌됐든 대략적으로는 양극과 음극이 위의 그림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발로 그렸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렇다면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양극과 음극이 고유의 모양을 가졌다면, 이처럼 각기 제각각의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공정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고유의 모양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는데, 요즘에는 노칭 공정이 매우 활발히 쓰이고 있습니다. 노칭 공정은 쉽게 이야기하여 양극과 음극의 일부를 잘라내는 공정입니다. 일부를 절단해내어 양극, 음극 각각 고유의 모양대로 만들어주는 공정이지요.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죠.
참고로 '노칭'이란 단어는 어디서 한번쯤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근래 출시되는 아이폰 일부 제품을 보면 디스플레이 화면 일부가 패여있는 모양인데요, 이를 가리켜 노치 디스플레이라 부르죠.
노칭공정, 이름은 어려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매우 쉽습니다. 어릴 적 색종이를 잘라내던 것과 비슷하지요. 그런데 색종이를 자르던 시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색종이를 자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가위로 자를 수 있겠습니다. 또 칼을 이용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종이를 접어 손톱으로 꾹꾹 눌러 접은 선을 낸 뒤 다시 펴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찢어주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노칭공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칭공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극이나 음극을 절단하는 방법이 비단 한 가지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칼이나 가위와 같은 절단 도구를 이용해 잘라낼 수도 있겠고, 보다 어려운 방법으로 잘라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태껏 가장 널리 이용되어 온 절단 방법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습니다. 날카로운 금형 절단기를 이용하여 잘라내는 방식이었죠.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집에서 쓰는 칼과 흡사한 칼날로 힘을 주어 잘라내는 것입니다. 절단기를 눌러 잘라낸다 하여 프레스를 이용한 노칭 공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배터리 공장에서는 칼날이 활발히 이용되어 왔습니다. 양극과 음극 고유의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말이지요. 이처럼 금형 절단기를 이용해 잘라내는 프레스 기반의 노칭 공정은 전 세계 배터리 기업들이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채택해온 공법입니다. 그저 힘을 주어 칼날로 찍어내면 양극과 음극이 탁탁 잘려나가기 때문에 비용도 매우 저렴하고 기술에 별다른 어려움이 있지도 않습니다.
|노칭공정에서 왜 레이저를 쓰려 할까?
그런데 이처럼 칼날을 이용해 양극과 음극의 일부를 잘라내며 배터리를 만들자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터리의 성능이 더욱 높아지며 양극과 음극의 모양이 더욱 정교하게 잘려 나가야 하는데, 칼날을 이용해 잘라내다보니 칼날 자체의 치명적인 단점들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가 문구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커터칼을 자세히 살펴보면 칼날 중간 중간에 마디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들 잘 아실겁니다. 칼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점점 칼날이 무뎌지기 때문에 종이나 박스테이프가 잘 잘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칼날의 마디를 한개 툭 잘라내어주면 새로운 칼날이 가장 겉으로 나오게 되고, 다시금 칼은 날카로워집니다.
바로 이 부분이 프레스 노칭 방식의 문제점입니다. 기존의 절단기를 이용한 방식은 공정이 진행될수록 점점 절단기가 무뎌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뛰어난 칼날이라도 한결같이 날카로울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절단기의 날이 점점 무뎌지면 왜 문제가 되는가? 어차피 배터리 기업들이 돈 한푼 없는 것도 아니고 칼날이야 새로 사서 바꿔주면 될텐데요? 이유는 날이 무뎌질수록 배터리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절단기의 날이 가장 날카로울 때 만들어진 양극과 음극은 정교하게 잘려 나가며 원하는 모양 그대로 정확히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칼날이 무뎌질수록 양극과 음극의 모양은 점차 삐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배터리의 품질 균일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배터리 업체들은 근래 전기차로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터리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절단기의 날을 빈번히 교체해주고 있습니다. 통상 배터리 장비의 수명은 5~10년에 달하고 어지간한 소모품도 6개월~24개월정도는 사용하는 편입니다만, 유독 노칭장비에 사용하는 금형만큼은 수명이 불과 1주일도 되지 못합니다. 많은 공장은 사실상 3일에 한번꼴로 절단기의 날을 갈아주는 실정입니다. 그 말인즉 노칭장비의 공정 균일도가 3일을 못 간다는 뜻입니다. 장비를 쉴틈 없이 이용해 배터리를 찍어내면 첫날 만든 배터리와 1주일 뒤 만든 배터리의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레스 방식은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이 햄버거를 정확히 반으로 쪼개어 친구와 나누어 먹으려 합니다. 그런데 칼을 이용해 햄버거를 자르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칼을 썼으니 당연히 잘리기는 잘릴텐데, 칼에 힘을 주는 순간 햄버거가 움푹 들어가면서 모양이 흐뜨러지며 반으로 잘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햄버거의 모양이 망가지죠. 굳이 칼을 상상하지 않아도 우리가 햄버거를 먹을 때 햄버거를 계속 배어 먹다 보면 햄버거의 모양이 망가지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겪어봤을 것입니다. 노칭공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칼날을 들이 대며 양극과 음극을 자르게 되면 양극과 음극이 움푹 들어가며 잘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양극과 음극의 모양이 더욱 원치 않는 모양으로 변형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늘어납니다. 기다란 식빵을 계속해서 일정 간격으로 자르다 보면 예쁘게 잘리는 빵들도 많겠지만, 몇개는 칼이 움푹 들어가는 과정에서 모양이 망가지는 식빵도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배터리의 불량률 증가, 생산성 저하, 불필요한 원재료 소모, 교체 또는 검사 작업의 증가를 유발합니다. 골치 아픈 일이 너무나 많아지네요.
이로 인해 배터리 업체들은 새로운 노칭 공정을 꾸준히 고안해 왔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이 변함 없이 양극과 음극을 예쁘게 찍어내는 방법을 말이지요. 그 결과 배터리 기업들은 레이저 노칭을 꾸준히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칼날과 같은 절단기가 아니라 강한 레이저를 조사하여 양극과 음극 일부를 태워 잘라내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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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공정은 반드시 좋을까?
제가 주식시장에서 오래 머물러 오며 느낀점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개인투자자께서 '레이저'란 단어를 들으시면 굉장히 설레시고 엄청난 새로운 성장 동력인 것처럼 여기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걸 여러 차례 느껴왔습니다. 사실 레이저란 녀석이 제조 산업 내에서도 여러 첨단 공법에 접목되어 이용되기 때문에 '레이저'란 단어만 들어도 무언가 좋아보이는 반응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레이저란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녀석입니다.
먼저 레이저란 녀석은 가격의 장벽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기존 칼날을 이용하는 프레스 노칭 장비는 장비 단가가 약 10~20억 수준에서 형성됩니다. 그러나 레이저 노칭 장비는 훨씬 비쌉니다. 강력한 빛을 쬐어줄 광원 물질, 구동 반도체, 정교한 집광 장치까지 부속품이 한가득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장비 단가가 20~30억원으로 크게 뛰어버립니다. 통상 레이저 방식의 장비가 50~10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업체들은 이정도 비용은 무리 없이 감당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배터리 품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죠. 특히 더욱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교한 품질이 중요합니다. 수도 없이 팔릴 배터리에 비하면 이정도 장비 가격은 감당 가능할 것입니다. 참고로 프레스 노칭 장비는 지속적으로 칼날을 바꾸어주어야 하므로 꾸준한 비용이 발생하며, 레이저 노칭 장비도 레이저 빛을 만들어주기 위한 원재료 소재를 교체해야 하므로 꾸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다음으로는 시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칼날을 이용한 절단기는 길쭉하게 생겼습니다. 즉, 선 단위로 절단이 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칼날로 한 차례만 탕 하고 쳐내면 양극과 음극이 원하는 모양대로 한번에 쭉쭉쭉 잘려 나옵니다. 그러나 레이저는 점 단위로 조사됩니다. 이로 인해 잘라내고자 하는 모양을 따라서 레이저 장비를 이동하며 빛을 쭈우욱 조사해주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배터리 기업들에게 절단 시간은 곧 생산성입니다. 무조건 빠르게 잘라내야 배터리를 더욱 빠르게 많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레이저는 칼날에 비해 확실히 불리한 측면이 있어보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근래 레이저 기술이 지속 발달함에 따라서 이와 같은 시간 문제는 꽤나 해결된 모양입니다. 지금도 여러 글들을 살펴보면 레이저 노칭은 전형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여럿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 레이저 장비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장이 사뭇 다릅니다. 레이저 절단 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시키며 프레스 방식을 꽤나 따라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배터리 업체들이 수행해줄 것입니다. 공정 시간이 충분히 단축되었다고 판단되면 레이저 장비를 더욱 확대하여 도입할 것이며, 더 이상 시간이 문제되지 않음을 의미할겁니다.
|레이저 공정의 더욱 큰 문제
그러나 여전히 갈길이 남았습니다. 레이저 노칭을 도입하자니 골칫거리가 또 있습니다. 레이저를 조사하며 양극과 음극을 각각 잘라낼 때 양극과 음극 표면에는 여러가지 물질들이 발라져 있습니다. 양극에는 도전재와 바인더라는 요상한 물질 외에도 니켈, 코발트와 같은 금속들이 버무려 발라져 있으며, 음극에는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 소재들이 한가득 들어갑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레이저가 번쩍하며 양극과 음극을 잘라내는데 양극과 음극에 발라진 일부 소재와 잘못 닿으면 불꽃이 튀며 불이 나기 때문입니다. 완성된 배터리도 활활 잘 타오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터리도 불에 잘 탑니다. 또한 일부 영역이 불에 타 그을리게 되면 당연히 배터리를 올바르게 완성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레이저 노칭 장비 업체들은 양극 및 음극에 발라진 각종 소재들에 레이저 빛이 닿아도 문제가 없을 새로운 레이저를 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레이저의 강도와 파장을 조절하고 소스물질을 바꾸어가며 적합한 레이저를 구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컷팅 효율이 떨어지므로 효율을 끌어 올리며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문제가 하나 더 남았습니다. 양극과 음극을 자르기 위해 레이저 빛을 쬐자니 이 빛이 자꾸만 반사되어 돌아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양극과 음극은 각각 고유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양극은 가장 아래쪽에 알루미늄 기판이 자리잡고 있고, 음극은 구리 기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알루미늄이란 녀석이 참 기특하게도 빛을 받으면 대부분의 빛을 그대로 반사시켜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루미늄은 아주 반짝반짝하죠. 과거에 핸드폰의 껍데기를 반짝반짝하게 예쁘게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이 활발히 쓰이기도 했었습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알루미늄이 빛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레이저를 쬐면 알루미늄이 에너지를 받아 원자간의 결합이 쪼개지거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러한 에너지를 몽땅 반사시켜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양극은 유독 레이저를 쬐어도 잘 잘려나가지 않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구리도 빛을 일부 반사하므로 레이저 공정이 쉽지 않습니다만, 근래 많은 레이저 장비 기업들이 구리 정도는 손쉽게 잘라내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더욱 두껍습니다. 배터리의 양극은 음극보다 더욱 두꺼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알루미늄 집전체의 제조 방식상 두께가 20㎛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음극을 구성하는 구리 집전체는 근래 10㎛ 이하 한자리수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즉, 레이저를 이용해 잘라내려면 양극은 단순히 두께 때문만에라도 음극 대비 최소 두세배 이상의 공을 들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레이저의 특성이 중요해집니다. 여러 소재들에 불이 붙지 않는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해서, 알루미늄도 쉽게 잘라낼 수 있는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해서 레이저의 파장을 바꾸기도 하고, 레이저의 세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광원 소스 물질의 종류를 또 바꿔야 하고 레이저 장비의 구성품도 바꿔야 합니다. 레이저 장비사들은 이처럼 아직 미완성된 레이저 장비를 찔끔찔끔 수정해 나가며 배터리 업체들이 정확히 원하는 그 레이저 장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때 레이저 장비 업체들 혼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레이저 광원 소스 소재를 공급하는 해외 레이저 광원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연구해야 하며, 레이저 모듈을 공급하는 기업들과도 손잡아야 합니다. 국내 레이저 장비사인 디이엔티가 전략적 파트너사인 미국 코히어런트와 함께 손을 잡고 배터리용 레이저 장비를 개발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레이저 노칭 도입과 디이엔티의 성장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극복하며 레이저 노칭 장비를 열심히 개발해온 기업들이 몇 있습니다. 배터리 업체들이 어떻게든 레이저 노칭을 도입하고 싶어하는 관계로 레이저 장비를 잘만 개발한다면 장비사들이 떼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 그런데 잠시.
배터리 업체들이 정말로 이러한 레이저 노칭 공정을 원하기는 한걸까요? 자세하게 들어가면 다소 복잡하기는 한데, 우선 배터리 기업들이 이러한 노칭 공정으로의 전환을 원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배터리사들이 서둘러 이러한 레이저 공정을 도입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배터리 공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점진적으로 레이저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도 레이저 노칭 공정을 가장 공격적으로 먼저 도입하려 한 배터리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입니다. 그 중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각종 화재사건을 일으키면서도 배터리 제조 공법을 늘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온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 LG화학시절부터 레이저 노칭 공정 도입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기업은 디이엔티였습니다. 디이엔티는 사실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된 기업은 아닙니다. 과거에 디스플레이 장비를 꾸역꾸역 제조하며 잘 팔리지도 않을 패널 검사 장비를 주로 만들어온 기업입니다. 그런데 사실 디이엔티는 굉장히 유명한 기업과 한가족입니다. 바로 상장사 AP시스템과 APS홀딩스의 계열사인 것이죠. 디이엔티는 몰라도 AP시스템을 아시는 투자자는 많을겁니다. AP시스템은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레이저 기업이고,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수많은 레이저 장비를 제조하며 갤럭시와 아이폰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을 찍어낼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기도 하죠.
디이엔티는 이처럼 화려한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이엔티는 기존 AP시스템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공급하던 레이저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음극을 레이저로 잘라주는 레이저 노칭장비를 먼저 손쉽게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장비를 과거 LG화학에 성공적으로 공급한 이력까지 남겼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음극보다 양극이 잘라내기 훨씬 어렵다 했죠. 그런데 디이엔티는 양극을 잘라내기 위한 노칭장비도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당연히 LG화학에게 팔 요령이었죠. 물론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LG가 레이저 노칭 장비를 공급 받고 보니 디이엔티의 장비가 생각보다 잘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로 인해 디이엔티에게 장비를 다시 되가져가고 프레스 방식으로 장비를 다시 공급하라는 오더를 내렸다는 루머도 돌았었습니다. 정확한 내막이 알려진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실제로 디이엔티는 LG와의 공급 계약이 변경되며 레이저 노칭 장비 대신 프레스 장비를 공급한 사례가 있습니다. 참고로 디이엔티는 레이저 노칭 전문 기업입니다. 프레스 장비는 디에엔티의 사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프레스 노칭 장비로 제품군을 강제로 다각화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을 다시 공급했던 것이죠. 당시 디이엔티는 프레스 노칭 장비를 급히 외주 생산을 통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 디이엔티는 지속 장비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디이엔티는 양극 노칭 장비를 개발하기 위하여 빛의 파장을 바꾸어 장비를 개발하였습니다. 기존의 레이저 장비들은 적색 레이저가 주를 이루지만, 디이엔티는 파장이 더욱 짧은 녹색 레이저를 이용해 장비를 구현했습니다. 물론 색깔만 바꾼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레이저를 극도로 짧게 여러 차례 조사하는 방식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알루미늄 노칭 효율을 향상시켰습니다. 디이엔티만 노력한 것이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함께 노력했습니다. 양극의 레이저 절단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특수한 보호 소재 코팅 공정을 도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레이저 노칭 공정을 폴란드 및 미국 신공장을 중심으로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누가 레이저 노칭장비를 공급할까?
이처럼 디이엔티는 다른 레이저 장비사들이 상용화하지 못한 제품을 먼저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며 앞서가는 노칭 장비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디이엔티는 기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아가 삼성SDI와 SK온에게도 활발히 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2차전지 산업 강의 기본편>에서도 디이엔티는 LG향이라 비교적 제한적으로 언급드리고 있습니다.
삼성SDI와 SK온은 레이저노칭공정에 대해 훨씬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해왔습니다. 사실 삼성SDI도 LG화학과 함께 레이저노칭공정을 이미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라인에서만 레이저 장비를 시도했을 뿐, 이후 차세대 배터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재차 레이저 노칭 기술을 제외하였습니다. 특히, 삼성SDI는 Gen5라 불리는 5세대 배터리를 시장에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이들 삼성SDI의 최신제품에도 레이저 노칭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되려 프레스 기반의 노칭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 평가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삼성SDI는 지속적으로 레이저 노칭을 고려하고 있으며, 조만간 선보일 신공장 또는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는 레이저 노칭이 도입될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다만 급하게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삼성SDI가 레이저 노칭공정을 도입한다면 장비는 누가 공급하게 될까요?
유력한 후보군은 필에너지입니다. 그리고 다음 후보군은 피엔티입니다. 삼성SDI가 레이저 노칭을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 장비사의 장비 기술력이 아직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만약 삼성SDI가 노칭장비를 급하게 필요로 했다면 당연히 디이엔티의 문을 일찍이 두들겼을 것입니다. 디이엔티가 LG와 먼저 손잡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어차피 디이엔티의 계열사는 삼성과 활발히 협력관계를 맺어오기도 했었기에 삼성 입장에서 거리낄 정도는 아닐겁니다. 그럼에도 문을 두들기지 않았던 이유는 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레이저 노칭이 삼성SDI에겐 그리 시급한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죠.
SK온은 한술 더 뜹니다. LG와 삼성보다도 레이저 노칭에 더욱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해왔고, 레이저 노칭 장비 협력사 몰색도 가장 늦게 시작했습니다. 우리 투자자에겐 제 아무리 레이저가 번쩍번쩍 좋아보여도 배터리 기업들에겐 유인이 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에너지는 삼성SDI와 손을 잡고 레이저 노칭 장비를 일찍이부터 함께 개발해왔습니다. 그런데 필에너지가 누구인가? 좀 재밌는게 있습니다. 필에너지의 모기업은 필옵틱스입니다. 필옵틱스는 AP시스템 다음으로 국내 레이저 장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죠. 그리고 AP시스템과 화려한 경쟁을 펼쳐온 기업이기도 합니다. 즉, LG에 레이저 장비를 공급하는 디이엔티 일가와 삼성에 레이저 장비를 공급하는 필에너지 일가는 치열한 경쟁관계입니다. 필에너지 또한 디이엔티와 유사하게 가족의 힘을 빌려 레이저 장비를 빠르게 내재화해왔고, 삼성SDI와 유럽향 레퍼런스도 쌓았습니다. 물론 필에너지도 여전히 음극용 노칭 장비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양극 레이저 노칭 장비를 꾸준히 개발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양극 장비까지 완성도 높은 장비를 출시하면 삼성SDI는 재차 레이저 노칭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필에너지가 레이저 장비를 앞서 개발해나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이 있습니다. 피엔티죠. 피엔티는 기존 삼성SDI에 프레스 기반의 노칭 장비를 공급하던 기업입니다. 즉, 칼날을 이용한 장비는 꾸준히 잘 개발해 공급까지 해왔는데, 추후 삼성SDI가 레이저 노칭을 도입하기 시작하면 피엔티 입장에서는 장비를 팔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피엔티도 공격적으로 레이저 노칭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근래 음극용 장비는 완성이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피엔티는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경쟁사인 디이엔티와 필에너지는 본래 레이저 장비 전문 집안입니다. 계열사인 AP시스템과 필옵틱스가 모두 레이저 장비에서 독보적인 역사를 일궈낸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엔티는 아쉽게도 레이저 기술이 전무했습니다. 물론 인력 확충과 협력 강화를 통해 레이저 장비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삼성SDI가 레이저 노칭 공정을 도입할 경우 수혜 기업으로는 필에너지가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분위기입니다.
|공급사 지위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LG에너지솔루션 벤더로는 디이엔티가 자리잡고, 삼성SDI 벤더로는 필에너지와 피엔티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SK온은 어떨까요?
SK온은 다른 업체들보다 늦게 레이저 노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시절 2020년대 들어서부터였죠. 물론 내부적으로는 프로세스 팀이 있었겠지만, 본격적으로 레이저 장비를 공급해 줄 파트너사를 찾아나선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파트너사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SK온도 레이저 노칭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따금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도입할지, 어떤 장비사가 성과를 내어 SK온에 진입할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 개의 기업이 후보군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하나기술이죠. 하나기술은 국내 배터리 3사에 모두 장비를 활발히 공급해왔습니다. 그리고 과거부터 레이저 노칭 장비의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장비 스펙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LG와 삼성의 공급사가 윤곽이 그려진 가운데, 하나기술은 SK온으로의 적극적인 구애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하나기술은 조립공정과 활성화공정 장비를 중심으로 SK온으로의 매출처를 꾸준히 확대해온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전극공정 장비는 아직 성과가 미비합니다. 하나기술 외에도 후보가 더 있습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에 장비를 활발히 공급해온 디에이테크놀로지도 레이저 노칭 장비를 활발히 개발해 왔습니다. 비록 이들 장비사의 레이저 노칭 장비가 국내 배터리사에 본격 도입된 것은 아니며, 아직은 음극 레이저 노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나 SK온의 빈 틈을 찾아나서기에는 아직 시간 여력이 충분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레이저 노칭 장비사들의 근황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공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빠르게 많은 장비사들이 레이저 장비 개발에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또 예상치 못한 경쟁사가 빠르게 진입하며 경쟁 구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장비 사업에서 경쟁력을 꾸준히 잃어 왔던 이미지가, 피엔티는 다른 장비사와 다소 다른 고유의 영역에서 고유의 장비를 만드는 이미지가 강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들 기업이 레이저 노칭사업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이들 기업만의 고유한 이미지도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이들 기업들은 굳이 노칭이 아니어도 다른 영역에서 돈벌이를 활발히 만들어 왔습니다. 즉, 자금 여력이 충분하므로 레이저 노칭 장비 공급에 한두번 실패해도 더 좋은 장비를 얼마든지 들고 나오며 경쟁사와의 경쟁을 끈질기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이엔티, 필에너지, 피엔티 모두 고유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시장 지배력을 갖추어 온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레이저 노칭 장비에 있어선 이들 기업에 투자할 때 기술력만이 주요한 변수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기술적 장벽이 그리 높은 영역도 아니거니와 그 장벽을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이 2~3년 수준으로 짧아보입니다. 또한, 레이저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며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원천 봉쇄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물론 디이엔티와 필에너지는 가장 뛰어난 레이저 장비사 출신이라는 강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업체들의 눈높이가 디스플레이 산업만큼 높지 않은 가운데 추후 경쟁구도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장기적인 시각은 되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비사의 개발 진척도나 경쟁 구도를 꾸준히 업데이트 해야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는 노칭공정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2차전지 제조 공정은 노칭공정 외에도 여러 공정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공정에 걸쳐 비슷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글이 길어진 관계로 상세한 이야기는 별도로 풀어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비사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장비사에 대해 하고싶은 이야기가 몇 가지 더 남았는데요, 다음편에서 또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짧게 작성하려 했습니다만, 하고싶은 말을 마구 넣다보니 2차전지 시리즈 3편이 되었습니다. 4편에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
저의 인기 강의인 <2차전지 산업강의>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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