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인투자자에게 드리는 제언
Summary
- 2023년 국내증시는 순환매와 더불어 지지부진한 지수 움직임을 보일 전망
- 인사이트를 위해 ‘성장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회귀’를 곁들여 시장을 바라봐야
- 연초 강한 증시 반등은 시장의 기대심리를 선반영한 결과
-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순환매에 주의하여 매매에 임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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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유동성 과잉공급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KOSPI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고점을 달성하고 빠르게 조정 받았다.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호황 국면에서 FOMO(Fear of Missing Out)의 영향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한 주식 비중 확대에 치중했다. 이는 최근 들어 큰 규모의 손절 또는 강제적인 장기투자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해당 칼럼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투자전략은 세 요소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주요국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와 이에 대응한 시장의 반응, 그리고 과거 유사 국면을 통해 참고할 수 있는 시장 심리다.
시장 인사이트를 위한 전제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경제와 금융시장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움직인다. 때문에 주식과 환율 등 금융시장과 기타 통계자료를 이용한 실물경제의 움직임을 살펴 경제를 전망하고 주식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시나리오 제시라는 측면 외에 큰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필자가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은 ‘성장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회귀(regression)’이다.
‘성장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꽃피우는 원동력이자, 우리 모두가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자본소득을 증진시키기 위한 투자에 시간을 할애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수많은 경제주체들은 ‘내가, 우리 가족이, 내 회사가’ 오늘보다 내일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꿈꾸며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 행동한다. 이는 사실상 기업의 실적을 경유해 투자 성과로 나타나는 대부분의 기업 활동과도 관계가 깊다. 기업들의 수익 추구, 시대를 앞서는 연구개발, 규제 회피 노력, 독과점 시도 등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당면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제조업 전반의 원가부담이 가중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탈세계화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불러올지 모른다. 한편,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로 채권 발행이 부담스러워졌으며, 급여소득으로 생활하는 대다수의 가계 또한 경기침체 우려와 임금동결 가능성, 부동산 경기 둔화를 이유로 지갑을 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회사는 기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투자를 계획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코자 고군분투한다. 바닥은 반드시 존재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세는 우상향이라는 시장의 특성이 발현되는 지점이다. 물론 이러한 국면에서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선 회사의 재무적인 안정성을 꼼꼼히 살피고 개별 기업 대비 지수투자가 유리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주가 예측 알고리즘의 핵심을 이루는 ‘회귀’다. 최근 각광받는 계량적 접근(Quantitative Analysis)이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서 시장의 무작위성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하는 개념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수단을 통한 유의미한 주가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계학습조차도 지수의 급등락 이후 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급락을 좇는 반대매수나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 출회, 많이 빠졌으니 산다 등 설명을 위한 설명이나 다소 비합리적인 접근으로 보였던 회귀를 접근 방법만 제대로 안다면 올바르게 쓸 수 있다는 의미다.
|2023년 KOSPI
증시의 상승잠재력에 드리워진 그림자 KOSPI의 지난 20여 년을 좌우해 봤을 때 개인투자자가 수급을 주도한 경험은 단 두 번 존재한다. 닷컴버블과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자산 인플레이션 국면이다. 국내외 경제 호황이나 침체를 불문하고 국내증시의 양대 수급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그에 반해 다수의 종목으로 자금력이 분산되고 상충되는 포지션을 구축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동학개미가 이끌었던 시장은 다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 주도로 재편성됐다. 이들은 경제지표와 환율, 실적에 근거해 투자할 것이다. 또한 지수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이전에 중장기 저가매수를 염두에 두고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수차례의 순환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장을 둘러싼 매크로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12월 발표된 미국의 11월 CPI는 전월대비 0.1%, 전년대비 7.1% 상승했으며, 엊저녁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전월대비 0.1% 하락, 전년대비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며 11월의 수치를 밑돌았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의 완화 가능성을 보았으며 미국 주요지수의 상승세가 닷새째 이어졌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추세 예측에 실패했다고 보며 향후 가파른 금리인하에 베팅한 상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FOMC 의사록을 통해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기 흐름과 다소 완만하게 하락하는 물가상승률로 인해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필자는 과거와 같이 CPI뿐만 아니라 주요 물가지표가 Target Rate인 2%를 하회하고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되기 이전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유인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결국 가장 이르게는 2월 FOMC에서의 미국 금리인상폭과 성명서를 통해 연준의 분위기를 가늠해야 할 듯하다. 다만 기타 지표들에 의하면 미국은 가격인상 인플레이션에 이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구간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미국 기준금리로 대표되는 상반기 매크로 환경이 지금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다고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탈세계화와 지역별 블록화, G2 패권다툼으로 인플레이션이라는 매크로 팩터의 양상이 과거와 대비되는 변곡점을 지나는 만큼, 국내증시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증시의 상승잠재력(upside potential)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한 번의 큰 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와중 파생된 작은 위기들이 국내증시 변동성을 주기적으로 심화했던 바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후 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2013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테이퍼 텐트럼 등이 불거졌던 2010~2016년 기간이다.
과거와 유사하게 국내증시의 장기 박스권 행보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칼럼에서 종종 사용할 지수의 국면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20일 이동평균선*은 6개월간의 영업일을 포함하며 주가지수에 대해 사용될 경우 경기선이라 불린다. 통상적으로 주가지수가 실물경기에 대해 6개월 선행함을 고려할 때 경기선은 실물경기 흐름과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간주한다. 경기선과 주가지수의 차분을 이격도*로 계산할 수 있으며 주가지수의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구간을 나눌 수 있다. 즉, 주가지수의 움직임은 결국 6개월 평균 주가지수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앞서 언급한 ‘회귀’의 개념을 필요로 한다.
*이동평균선
: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를 산술 평균한 값인 주가이동평균을 차례로 연결해 만든 선이다.
*이격도
: 주가와 이동평균선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괴리율)를 나타낸다. 당일의 주가를 이동평균치로 나눠 구하며 단기 투자시점을 포착하는 기술적 지표다.
© 시사상식사전
과거 2010~2016년의 지수 박스권 구간에서 관찰됐던 수치를 기준으로 2011년 유럽 재정위기는 -2SD(표준편차), 기타 이벤트들은 -1SD 수준의 지수 변동성을 촉발했다. 현재 KOSPI 120일(경기선) 이격도는 -1표준편차(SD)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직전 최대 -2SD 수준의 지수 변동성 구간을 통과해왔다.
|개인투자자 유의사항
연초 증시 반등으로 인한 방심은 금물! 연초 반도체 업종은 실적과 주가 움직임이 다른 방향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에서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으로 4.3조 원을 발표하며 증권사 전망치인 6.28조 원을 크게 밑돌았다. 쇼크에 준한 실적 발표였으나 반도체 업종은 감산 가능성을 근거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큰 규모의 설비투자를 약속했던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감산 및 설비투자 규모 축소 의사를 나타낼 경우, 재고가 감소하고 물량 확보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시장은 우선적으로 반도체 업종의 감산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반영은 기타 업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배당 확대 및 부동산 규제 대규모 완화 기대감에 상승한 은행주와 이에 더해 중동 진출 가능성을 첨가한 중소형 건설주, 로봇과 AI 및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중국 간 패권 다툼에 따른 인플레이션, 한국 산업의 경쟁력 훼손 등을 감안하면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할 유인은 크지 않다.
필자는 연초 발생한 강한 반등의 흐름이 업종별 단기 순환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매크로 경기의 6~12개월 이후 전망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유동성 공급 국면과 유사하게 나타나는 단기 랠리에 개인투자자들의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뉴스에 따른 업종 주가지수의 부침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 단기 악재가 불거지더라도 재료가 살아있는 업종을 선택함이 바람직하다. 기대감이 아닌 펀더멘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별 종목 선정에 있어서는 앞서 언급한 재무적 안정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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