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니’가 서빙로봇 아닌 ‘물류로봇’에 집중하는 이유
물류로봇 시장,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7년여 동안 자율주행 물류로봇 기술 개발에 힘써온 곳이 있는데요. ‘트위니’입니다. 자사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자신하고 있죠. 이유가 뭘까요. 천영석 대표에게 들어봤습니다.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서빙로봇보다 물류로봇에 집중한 이유
- 트위니 자율주행 로봇 기술의 핵심
- 왜 국내 자율주행 로봇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걸까
- 오더피킹 시장을 타깃으로 한 로봇을 내놓은 이유
- 자율주행 로봇과 대상추종 로봇의 차이점
- 아파트에서 주목하는 물류로봇은?
- 트위니의 상장 시기, 해외 진출 계획
천영석 트위니 대표.©황금빛 기자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트위니’는 2015년 설립됐는데요. 자율주행 로봇과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7년여 동안 기술 개발에 힘써왔는데요. 특히 트위니는 서빙로봇이 아닌 ‘물류로봇’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류로봇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입니다. 시장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기술력은 축적돼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제 트위니는 물류로봇의 활용처를 넓히는 데 매진하려 하는데요. ‘2022 로보월드’에서 천영석 트위니 대표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01. 서빙로봇보다 ‘물류로봇’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 경쟁력’
“자율주행 로봇 기업이 20곳 있다면, 19곳은 자율주행이 실제로 잘 안 돼요. 서빙로봇 기업은 20곳 있으면 18곳은 잘하죠. 서빙로봇 시장에선 기술이 강점이 될 수 없어요. 그런데 트위니는 넓고 복잡해 자율주행이 어려운 공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을 만드는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국내 서빙로봇 시장을 중국이 점령하고 있다는 기사, 많이 보셨을 텐데요. 업계에 따르면 음식점 등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서빙로봇의 70~90%가 중국 제품으로 전해집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으로 꼽히죠.
가격이 경쟁력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빙로봇은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이용되기 때문에 기술적 요구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격이나 사용성, 디자인 등이 더 고려될 수밖에 없다고 하고요. 이 가운데 가격 측면에서 중국 제품이 주목받는 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넓고 복잡한 공간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니려면 기술이 중요해집니다. 대표적인 공간이 공장이나 물류센터입니다.
“공장이나 물류센터용 자율주행 로봇은 기술적 장벽이 높아요. 고객의 니즈에 따라 이런 저런 동선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자체도 현재 있는 자율주행 로봇 기업들에게 허들이에요. 마치 전화기가 만들어졌는데 10km 떨어진 곳에선 전화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것처럼요. 자율주행 로봇은 아직 기술적 장벽 때문에 고객의 니즈나 추가적인 사용성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트위니가 물류로봇 기술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온 이유입니다. 트위니는 자사 자율주행 로봇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자신하는데요.
|02. 트위니의 기술 경쟁력은?
그렇다면 트위니의 기술 경쟁력은 어디서 올까요. 트위니 자율주행 로봇 기술의 핵심은 ‘3D(3차원) 라이다(LiDAR) 기반 자기위치추정 기술’입니다.
자율주행 로봇은 주행 전 자신이 이동할 공간에 대한 지도를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이라는 기술이 활용됩니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공간의 구조와 현재 눈에 보이는 정보를 매칭해서 자신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거죠. 자율주행 로봇도 SLAM으로 만든 지도와 센서 데이터를 매칭해 자기 위치를 인식해 이동합니다.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도 중요하겠죠. 주변 환경을 잘 파악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실외의 경우 특히 고층빌딩이 밀집해 있는 도심에선 GPS(위성항법시스템) 수신이 어려운데요. 이에 트위니는 3D 라이다 센서와 GNSS RTK(실시간 이동 정밀 측위), IMU(관성 측정 장치)등 다양한 센서의 융합을 통해 로봇이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추정하고 목적지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 들어가보면, 라이다는 빛으로 주변 거리를 측정하는데요. 2D(2차원) 센서와 3D 센서로 구분됩니다. 차이는 2D 라이다는 특정 높이의 단면을 인식할 수 있고, 3D 라이다는 사람처럼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3D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요. 이는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더 정확히 추정하고 지도상에서 다양한 지형·지물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단 뜻인데요. 장애물도 더 잘 피할 수 있는 셈이죠.
문제는 좋은 눈을 가지고 모든 것을 잘 인식하다 보니, 지도와 센서 데이터의 매칭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3D 라이다 센서를 탑재하면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그 안에서 노이즈가 차지하는 양도 덩달아 늘어나는데요.
노이즈란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지만 로봇 센서가 인식하는 사물이나 사람 등을 말합니다. 이 노이즈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로봇이 지도와 센서 데이터를 매칭해 자기 위치를 파악하는데, 지도에 없는 사물이나 사람이 센서에 인식되면 곤란하니까요. 그래서 트위니는 노이즈를 제거하고 데이터 양을 줄일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트위니 로봇 종류.©트위니
그리고 이러한 기술력은 트위니의 ‘우수한 인력’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는데요. 트위니에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 30여명이 있습니다.
천홍석 공동대표와 김태형 연구소장이 주요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최근 전기전자기기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IEEE Transactions on Industrial Electronics’에 게재가 승인되기도 했습니다. (대전대 김홍준 교수, 세계적 권위 IEEE 저널에 논문 게재)
논문에 담긴 연구 내용은 이동로봇의 주행 시 주어진 전역 경로에서 미처 고려되지 않은 장애물, 동적 장애물에 의해 수시로 변경되는 경유점과 그 경로를 계획하는 알고리즘인데요. 결과적으로 기존 경로계획방법 대비 계산 시간과 메모리 사용량을 10배 이상 대폭 줄여, 실제 상용 로봇에 쓰일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서 활용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네요.
현재 트위니는 또 국내외 총 51건(국내 36 + 해외 15)의 특허를 출원하고, 29건(국내 27 + 해외 2)의 특허를 등록한 상태입니다.
이는 자율주행 로봇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일단 하드웨어의 경우 국내에서 제작한다 해도 외국산 부품 비중이 50%는 넘는다고 하고요. 공장이나 물류센터 같은 공간에서 쓰이는 자율주행 로봇 가운데 대표적 브랜드로 미르(MiR, 덴마크), 오므론(OMRON,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결국 외국산 제품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도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공장이나 물류센터 같은 공간에서 쓰이는 자율주행 로봇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술적으로 어려운 분야고요.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일반적으로 그런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해요. 그래서 트위니가 들어가면 국산으로 대체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해외서도 트위니가 선두주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인프라없이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는 트위니의 기술력도 실제 국내외 현장에서 놀라는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원래 기존에 넓고 복잡한 공장이나 물류센터 등의 환경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하기 위해선 QR코드, 비콘(beacon)과 같은 인프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장이나 창고 등의 구조를 변경해야 하죠.
|03. 물류로봇, 그 가운데서도 ‘오더피킹’ 시장에 주목
이처럼 트위니는 기술적 요구 수준이 높고 시장 규모가 큰 공장이나 물류센터 등에서 물건을 옮기는 물류로봇 시장에서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물류 시장이 빠르게 커가고 있어요. 시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고요. 일본 후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물류·배송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대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이 물류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죠. 생활물류의 경우 정확한 시장 규모는 아직 잘 알지 못하지만, 택배나 배달·중고거래 등 향후 자율주행 로봇의 수요가 높아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물류 쪽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영역이라, 물류로봇을 이용한 비용 절감 니즈가 크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3000만원대 중반인 ‘나르고60’과 연봉 3000만원대 ‘사람’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사람은 주당 40시간 정도 일해야 하는데 로봇은 일주일 내내 18시간씩 일할 수 있죠. 로봇이 주당 120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도입 4개월 후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구연한 5년을 감안하면 인력 대비 비용은 15분의 1 수준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엔 ‘오더피킹(Order Picking)’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더피킹은 고객의 주문에 맞춰 필요 물품을 찾은 후 배송처별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인데요. 오더피킹 로봇은 물류센터 안에서도 오더피킹을 위한 시장에 더 세분화해 들어가 시장의 입맛에 맞게 선보이게 된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봇의 쓰임새가 클 거라 기대하고 있죠.
“오더피킹에 창고 운영 비용 55%가 쓰이는데요. 막대한 인력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자율주행 오더피킹 로봇을 개발했고요. 신뢰성을 높이고자 수도권 소재 쇼핑몰 물류대행 서비스업체와 기술검증을 진행 중입니다. 물류 이송 편의성 제고, 창고 관리시스템(WMS) 연계 및 적정 운용 규모 산출을 통한 물류 시스템 생산성 최적화 서비스 구축이 목적입니다.”
트위니 오더피킹 로봇.©황금빛 기자
트위니는 올해 말까지 누적 150대 가량의 로봇 판매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트위니 제품은 크게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 △대상추종 로봇 ‘따르고’ △복합 로봇 ‘더하고’ 등으로 나뉩니다. 이들 가운데 나르고와 따르고는 공장 등에서 실제 쓰이고 있고요. 더하고는 호텔과 물류센터 등에서 실증을 진행 중입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자율주행 로봇과 대상추종 로봇의 차이점은요. 자율주행은 로봇이 현재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면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거고요. 대상추종은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모르고, 앞에 있는 사람을 인지한 후 그 대상만을 따라다니는 겁니다. 복합 로봇은 자율주행과 대상추종을 한데 담은 제품인데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개발하게 됐습니다.
트위니 자율주행 로봇이 장애물(사람)을 만났을 때©황금빛 기자
트위니 대상추종 로봇. 앞 사람을 인식 후 따라 다니는 모습.©황금빛 기자
공원 배달용 실외 주행로봇도 ‘세종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실증특례’ 일환으로 실증을 진행 중이고요. 택배용 로봇은 ‘우정사업본부’ 과제로 대학캠퍼스와 세종시에 위치한 아파트단지 등에서 실증한 바 있습니다. 물류 대기업 ‘한진’과도 협력해 로봇을 활용한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세종시 규제자유특구 일환으로 진행 중인 실외 주행로봇은 올해 음식점과 연계해 냉온장 배달 서비스를 할 예정이고요. 대학병원, 대형 리조트를 대상으로 한 실증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트위니의 기술 경쟁력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다음 단계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 사용성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시장의 니즈에 맞춰 로봇 활용도를 높이려 합니다.”
©트위니
|04. 트위니의 또 다른 시장 확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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