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유니콘 #13 버킷플레이스&리디
K-스타트업 입학생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가 일깨운 IT 벤처 1세대의 정신은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비바리퍼플리카(토스)라는 스타트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들이 키워낸 유니콘이라는 꿈은 또 다른 창업가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세상에 혁신을 일으켜보겠다는 패기와 도전을 정부도 장려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가치 1천억 원 미만의 스타트업 중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기유니콘'을 선발하여 기업가치 1조 원 미만의 '예비유니콘'을 넘어 어엿한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다. 오늘은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스타트업 세계에 입학한 '버킷플레이스'와 '리디'를 소개한다.
|[History] 누군가에게 위기가 누군가에겐 기회.
© 리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사람과 대면하여 업무를 해야만 하는 강사, 상담사와 요식업 종사자들일 것이다. 기약 없는 업무 마비에 직업을 바꾼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손실만 입은 사람들도 상당했다. 그런데 이처럼 누군가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로 들이닥쳤던 사건이 누군가에겐 일생일대의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팬데믹 기간에 사람과 만나지 않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집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소비가 증가했다. 그렇게 오늘의집이라는 인테리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와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디가 뜻밖의 수혜를 입었다.
버킷플레이스는 2014년 법인을 설립하고 2016년부터 오늘의집 플랫폼을 런칭했다. 2017년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에 그쳤던 오늘의집이 2020년 1000만 건을 돌파하고 2021년 2000만 건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버킷플레이스가 팬데믹을 발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오늘의집이 다른 인테리어 플랫폼에 비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를 결합한 원스탑 서비스에서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집은 2019년 시공, 2021년 배송과 이사 서비스까지 직접 진출하는 한편 집 수리 업체 '집다'와 싱가포르 가구 플랫폼 '힙밴'을 인수하며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리디는 2008년 법인을 설립해서 2009년부터 리디북스 서비스를 런칭했다. 2019년까지 리디북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전자책이 무려 5억 건을 넘어섰음에도 10년 넘게 적자를 탈출하지 못했지만 리디 역시 코로나19 특수로 2020년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리디북스는 자체 전자책 리더기를 판매하는데 2015년 페이퍼, 2017년 페이퍼프로, 2019년 리디페이퍼, 2022년 리디페이퍼4까지 내놓으며 소비자경험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리디북스는 2018년 리디셀렉트라는 정액요금제를 운영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쉘터' 투자,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 출시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언택트가 세상을 지배하며 버킷플레이스와 리디는 인테리어와 전자책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첫번째 유니콘이 되었다. 리오프닝,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더라도 온라인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2023년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업종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 말은 즉슨 이번에는 버킷플레이스와 리디가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팬데믹이 씌워준 유니콘의 뿔을 엔데믹으로 바뀌는 세상에서도 지켜낼 수 있을지가 스타트업 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History] [Business] 버티컬 플랫폼의 딜레마.
© 버킷플레이스
버킷플레이스의 비즈니스모델은 중개 수수료가 메인이다. 오늘의집은 제품 거래가 발생하면 중간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인테리어 버티컬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에 그치지 않기 위해 온라인 집들이, 인테리어 노하우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자랑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여 집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했다. 덕분에 오늘의집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만 접속하는 앱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집을 구경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앱이 될 수 있었다. 작년부터는 자체 브랜드 사업 진출도 예고하고 있고 시공, 배송, 이사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인테리어 밸류체인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버킷플레이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다졌고 글로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오늘의집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커머스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의집에서 구경하고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제품 거래가 발생해야 선순환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버티컬 플랫폼의 첫번째 성공 방정식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해도 배부를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덩치를 키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리디의 비즈니스모델은 서비스 이용료가 메인이고 제품 판매료가 서브이다. 리디북스도 처음에는 전자책과 리더기를 판매하는 전자책 버티컬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전자책은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고 사람들이 문자 대신 영상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자 시각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추가된 웹툰과 웹소설 사업으로 확장했다. 비록 리디북스는 여전히 리디에게 소중한 근간이지만 확장 가능성이 보다 열려 있는 IP에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재작년에 설립한 자회사에서 인기 웹소설을 웹툰, 영화, 드라마로 재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하고 웹툰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며 전자책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리디가 풀어야 하는 숙제는 무엇일까? 리디북스는 전자책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만타는 500만 다운로드를 넘어 전세계에 K-웹툰을 알리고 있다. 또한 투디씨라는 게임 퍼블리셔를 설립하여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돈이 안 되는 자회사를 정리하는 데 급급하다. 상반기에 IT 미디어 아웃스탠딩을 매각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OTT 서비스 라프텔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버티컬 플랫폼의 두번째 성공 방정식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하지만 큰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발을 빼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Performance]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현금.
© 리디
버킷플레이스는 코로나19 특수로 2020년 어마어마한 성장을 보여줬다. 2019년 매출액 243억 원, 영업손실 50억 원에서 2020년 매출액 759억 원, 영업손실 101억 원으로 약 2-3배 성장했다. 2021년에도 매출액 1176억 원, 영업손실 385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비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으려는 계획된 적자로 해석하고 있다. 2020년 본드캐피털 주도 하에 77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버킷플레이스는 유동성이 경색된 시장 환경에서도 2022년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기관들로부터 23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2조 원의 유니콘이 되었다.
리디도 팬데믹 수혜주답게 2020년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두었다. 2019년 매출액 1151억 원, 영업손실 59억 원에서 2020년 매출액 1556억 원, 영업이익 26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매출액 2038억 원, 영업손실 192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아직 실적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불안한 자금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2020년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2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5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리디는 IPO 시장의 자금이 마르기 전인 2021년 싱가포르투자청을 포함한 기관들로부터 3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5000억 원의 유니콘이 되었다.
버킷플레이스와 리디의 실적을 보면 의문이 생길 것이다. 매출액은 리디가 2배 정도 크고 영업손실은 버킷플레이스가 2배 정도 큰데 기업가치는 버킷플레이스가 더 높다. 수익성이 중요하다더니 어떻게 된 일일까? 답은 현금흐름표에 있다. 버킷플레이스는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인 반면 리디는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다. 이는 현금이 흐르는 방향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인데, 버킷플레이스는 가구 판매 수익이 비용보다 먼저 현금으로 들어오는 반면 리디는 판권 구입 비용이 수익보다 먼저 현금으로 나가는 구조이다. 회계적인 수익성이 아닌 실질적인 수익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영업현금흐름이 꺾이는지 아닌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Competition] 상생과 공존이 필요한 생태계.
© 버킷플레이스
버킷플레이스는 인테리어 플랫폼 중에서는 1위 자리를 굳혔다. 집꾸미기, 집닥과 인테리어 3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커머스에 재빠르게 진출한 오늘의집이 앞서나갔다. 백화점 계열 가구업체(한샘, 까사미아, 현대리바트)도 넓게 보면 경쟁사이지만,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플랫폼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다. 오히려 백화점과 가구 시장의 성장성이 모두 주춤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산업군 내에서 치킨게임을 하는 것보다 온라인의 강점과 오프라인의 강점을 조화하는 상생 전략을 쓰는 것이 더욱 현명할 수도 있다. 버킷플레이스가 라이프스타일 생태계를 주도하게 된다면 보다 높은 밸류에이션도 받게 될 것이다.
리디는 전자책 서비스에서는 밀리의서재, 예스24와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고, 웹툰과 웹소설 서비스에서는 네이버, 카카오라는 콘텐츠 공룡과 맞붙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조차 고전하는 OTT 시장에서는 과감하게 물러났지만, 리디가 전자책 서비스 이상의 콘텐츠 서비스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쩌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본력으로 웹툰과 웹소설 시장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에 빅테크 앞에서 맞불작전을 놓는 것보다 그들에게 없는 특정한 장르나 포맷을 보완하는 공존 전략을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 리디가 콘텐츠 생태계에서 핵심 축을 맡게 된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떠오르는 스타트업에서는 기업문화를 실리콘밸리처럼 만드는 것에도 앞장서고 있다. 예를 들어 버킷플레이스는 고객에 대한 집착, 열린 소통 등 7가지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임직원 정서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리디도 의사결정이나 업무 등을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임직원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물론 임직원이 성과를 내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지만, 과연 그 비용을 투입해서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임직원으로서 일하기 좋은 회사와 주주로서 투자하기 좋은 기업은 분명히 다르다. 고객 뿐만 아니라 임직원과 주주가 모두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발굴해야 한다.
© 리디
스타트업 빙하기에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 덕분에 올해 유니콘 숫자가 23 개로 늘었다.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때문에 비용 관리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도 늘었다. 앞으로 벤처캐피탈에서는 스타트업의 양 뿐만 아니라 질 또한 평가하며 옥석 가리기를 시작할 것이므로 개인투자자도 비상장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 공모주 투자 시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편 대기업 CVC, 스타트업 M&A 등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렇게 한 차례 커다란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위기 속에서 기회가 피어날 것이다. 스타트업 빙하기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빙하가 녹으면 어디에서 가장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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