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 집 구하기 참 힘드셨죠?
2030의 꿈이 '내집마련'인 시대에서 영원한 숙제는 바로 주거다. 학교나 직장 때문에 정착하지 못하고 거주지를 수차례 옮기는 것은 다반사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져서 비자발적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집은 의식주의 한 가지 축으로서 삶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 자산으로서 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원룸에서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로 갈아탈 수도 있고, 녹물이 나오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소위 '몸테크'를 하며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기다릴 수도 있다. '직방'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 [History] 현실과 가상을 넘나든다.
출처: 직방
자취방을 구하러 발품을 팔아본 사람이라면 집 구하기의 어려움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중개사와 집주인 사이에서 호구당하는 기분이 들고, 입주할 때는 집에 하자가 있을까봐 노심초사하고 퇴거할 때는 손해배상을 청구당할까봐 조마조마하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은 일반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매매가 아니라 전월세라도 수천만 원, 수억 원이 들어가는 계약을 앞두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집을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을까? 아직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일단 실제로 집에 가보기 전에 사진을 많이 보고 가서 후회를 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마음 먹은 한 청년의 손에서 '직방'이라는 유니콘이 탄생했다.
서울대 통계학과 출신의 안성우 대표 역시 자취방을 구해다니는 한 명의 대학생에 불과했다. 어린 시절부터 창업을 꿈꿔왔던 그는 공인회계사, 게임 개발자, 벤처투자 심사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0년 채널브리즈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2012년 직방을 출시한다. 2015년 1000만 앱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사명까지 직방으로 바꾼 뒤에는 M&A를 통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2018년 아파트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호갱노노를 시작으로 2019년 셰어하우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우주'와 상업용 부동산을 중개하는 '슈가힐(네모)'을 차례대로 인수하며 말 그대로 '프롭테크 어벤져스'를 결성한다.
2021년 컬리, 두나무와 함께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직방은 팬데믹 한가운데서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실시한다. 직방의 직원들은 '메타폴리스'라는 자체 개발 가상오피스에서 일하기 때문에 강남이 아닌 제주도나 강릉에서도 로그인만 하면 출근할 수 있다. 2022년 '메타폴리스'를 글로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소마'를 런칭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은 직방은 증시 자금이 마른 상황에서도 1000억 원의 Pre-IPO 투자를 받으며 최대 2조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실물자산인 부동산을 취급하는 직방이 가상오피스를 개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관점 하나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도 있다.
| [Business] 부동산 제국을 만들어보자.
출처: 직방
'프롭테크'라는 말은 'Property(부동산)'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부동산 시장에 접목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프롭테크가 등장하기 전에는 집을 사려면 공인중개사를 찾아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었지만 인터넷이 생기면서 손품을 먼저 팔아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게 되었다. 이를 프롭테크 1.0이라고 한다면 직방 같은 스타트업은 모바일을 통해 새로운 프롭테크의 시대를 열었다. 부동산 개발을 '업스트림', 부동산 중개를 '다운스트림'으로 본다면 프롭테크의 초기 모델은 후자에 가까웠다. 특히 아파트에 비해 정형화 되어있지 않은 원룸, 빌라, 오피스텔 같은 소형 주거 임대차 중개로 시작함으로써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었다.
직방은 광고수수료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실상 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수료 모델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방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직방은 공실제로 서비스, 부동산광고 실명제, 안심중개사 정책, VR홈투어, 빅데이터랩 등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고 2021년 '디지털 복덕방'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기존 공인중개사들은 직방이 플랫폼의 지위를 앞세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직방은 미개업 중개사의 창업을 돕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밥그릇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방이 그리는 부동산 제국은 어떤 모습일까?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원룸, 빌라, 오피스텔에 아파트(호갱노노), 쉐어하우스(우주), 상가(슈가힐)를 장착한 직방은 2020년 청소서비스 업체 '이웃벤처(호텔리브)', 2021년 아파트관리 업체 '모빌'을 인수한 데 이어 2022년 하반기 삼성SDS의 홈 IoT 부문 인수까지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부동산 원스탑 서비스와 스마트홈 생태계가 구현되는 것이다. 게다가 직방은 자체 개발한 가상오피스 플랫폼 '소마'를 다른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B2C를 장악하고 B2B까지 진출했던 아마존의 사례가 떠오른다. 직방이 메타버스를 근간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Performance] 고지는 보인다.
출처: 직방
직방은 앞서 소개했던 유니콘들에 비해 성장성이 약해 보인다. 매출액이 2015년 121억 원에서 2021년 559억 원까지 약 다섯 배 뛰는 동안 영업이익은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직방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초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고 해명했지만 2018년부터 매출액 성장률까지 꺾이면서 시장의 의심은 커지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프롭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며 높은 모바일 보급률과 좁은 국토 면적을 고려할 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자본력이 풍부한 정부 및 건설사와 기술력을 보유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만나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 헛되지 않을 수 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프롭테크가 유망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질로우, 레드핀과 함께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으로 손꼽히는 오픈도어에 투자한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직방에게도 러브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다. 결국 손정의 회장의 선택은 받지 못한 대신 골드만삭스, 알토스벤처스 같은 투자 거물을 등에 업었고 Pre-IPO까지 마쳤다. 2014년 30억 원의 시리즈A를 시작으로 약 8년 만에 3000억 원 이상의 누적투자금을 유치하며 스타트업으로서 마지막 고지를 앞둔 셈이다. 대부분의 투자금을 M&A 자금으로 활용한 직방에게 남은 숙제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서 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 [Competition]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일지도?
출처: 직방
대한민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1세대는 직방과 다방이 양분했다. 광고모델 대결만큼은 혜리에 올인한 다방이 이겼지만 승리의 여신은 직방에 미소를 지었다. 직방은 투자 시리즈를 거듭하며 유니콘이 되었지만 다방은 매출액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스타트업의 핵심가치를 잃어버렸다. 이외에도 부동산 중개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생겨났지만 결국 직방이 승자독식의 행운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실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직방이나 다방보다 많이 사용하는 어플은 네이버부동산이다. 네이버부동산의 최대 강점은 깔끔함이다. 군더더기 없고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웬만한 건설사보다 큰 시가총액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직방을 보면 거대해 보이지만 어쩌면 아직 우물 안 개구리일 수도 있다. 직방의 최대 상대는 다방, 네이버부동산, 혹은 다른 프롭테크 기업이 아니다. 직방이 이겨내야 하는 최종 보스는 바로 공인중개사협회다.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으로서 말도 안 되는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는 혁신을 제외하고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온라인 다이렉트 판매다. 기존에 딜러를 통해 판매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탈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직방이 테슬라처럼 시장과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아예 다른 판을 구상해야 한다.
출처: 직방
직방이 세상에 등장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직방이 제공하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서비스는 분명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고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묻겠다. 당신은 버튼 한 번 눌러서 집을 살 수 있는가? 아무리 그래도 집은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하지 않을까? 부동산 시장은 사람 간 거래이기 때문에 완전히 기술로 대체되기는 어렵다. 즉, 직방이 해야하는 건 기존 부동산 시장을 와해시키는 게 아니라 중개사를 도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정부와 힘을 합쳐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더 나아가 건설사와 금융사와 함께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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