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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 혹시 당근이세요?

©당근마켓

 

급속한 현대화로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조차 없다. 윗집과 아랫집은 층간소음으로 원수지간이 되는 마당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 사람과는 절친이 되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요즘 것들은 정이 없다며 혀를 차지만, 나는 옛날 동네 감성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뉴트로처럼 되살아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하철 개찰구 앞에 뻘쭘하게 서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쭈뼛쭈뼛 다가가 '혹시 당근이세요?'라고 묻자 '아, 네네'라고 답하며 물건을 주고받는 광경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오늘은 모두가 세계화를 외칠 때 홀로 지역화에 집중해서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당근마켓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History] 사내 벤처에서 국민 어플로.

©당근마켓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에서는 물건을 샀더니 벽돌이 오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당근마켓의 공동대표인 김용현 재표와 김재현 대표는 당시 카카오에서 근무하고 있던 판교 직장인이었다. 그들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지는 중고거래를 보고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회사라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중고거래의 핵심인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2015년 7월, 그들은 '판교장터' 어플을 출시했고, 그해 10월 '당근마켓'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컨셉으로 출발한 당근마켓은 많은 현대인들이 그동안 무시하고 있던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당근마켓은 업력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 막내뻘 유니콘으로 단기간에 급속 성장했다. 판교에 뿌리를 둔 사내 벤처로 출발한 당근마켓은 2018년 가입자 수와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각각 100만 명을 돌파했고, 2021년 기준으로는 각각 2000만 명, 1500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어플이 되었다. 이는 마치 하버드대학교에서 시작된 페이스북이 글로벌 소셜미디어가 된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2020년 당근마켓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인테리어 열풍이 불자 누군가는 집을 단장하고 누군가는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급부상했다. 저렴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사람들, 쓰지 않는 잡동사니가 많은 사람들이 당근마켓으로 몰려든 것이다.

2020년 당근마켓은 어플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했는데, 이는 당근마켓의 향후 비전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다. 중고거래를 위해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이지만, 일부는 당근마켓을 SNS로 활용한다. 남는 물건을 무료로 나누고, 지역 행사를 홍보하고, 심지어 초면에 떡볶이를 같이 먹으러 가기도 한다. 현대사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2020년 9월, 당근마켓은 '동네생활'이라는 탭을 신설하여 동네 주민들끼리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여기서는 맛집 소개나 과외 구인이 이루어지는데 팬데믹으로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답게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Business] 지역의 공동체여, 단결하라!

©당근마켓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근마켓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앞서 살펴봤던 쿠팡과 배달의민족의 플랫폼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고객들은 판매자가 되기도 하고 구매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중고거래는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있다. 다시 말해, 당근마켓에는 중고거래를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 고객'과 가게 홍보와 제품 판매가 주목적인 '기업 고객'이 있다. 현재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 고객이 아닌 기업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내는 구조다.

당근마켓의 주수익원은 광고다. 기업 고객은 '당근마켓 광고주센터'를 통해 동네 주민들에게 가게를 홍보하고 광고비를 지불한다. GPS 기술을 통해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당근마켓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광고 채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근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주로 홍보가 되기 때문에 무작위로 홍보되는 다른 매체보다 방문 및 구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광고비만으로 기업체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발 인력이 핵심인 테크 기업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를 광고비만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당근마켓은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수익 모델이 절실하다.

혹자는 일반 고객에게 중고거래 수수료를 부과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근마켓은 일반 고객에게 비용 부담을 안기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대한민국 전국민을 끌어모으고 난 뒤에야 돈 되는 서비스를 하나씩 얹기 시작했듯, 당근마켓에게 중고거래는 꽃이 아닌 뿌리 같은 사업이다. 일반 고객은 당근마켓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영양분이므로 돈이 되지 않는다고 버려서는 안 되는 존재인 셈이다. 2022년 2월, 당근마켓은 '당근페이'를 전격 출시하면서도 경쟁사와 달리 자체결제 시스템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카카오 DNA를 바탕으로 탄생한 당근마켓은 과연 언제쯤 큰 그림의 밑바탕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Performance] 꿈과 고객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당근마켓

 

2021년 당근마켓은 시리즈 D에서 18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무려 3조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다. 2019년 시리즈 C에서 4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2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것보다 15배 성장한 것이다. 당근마켓이 이렇게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단연 확장성이다. 1500만 명 이상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당근마켓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소셜 카테고리 랭킹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영업이익을 잣대로 평가하지만,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고객이 있는 한 무슨 사업이든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당근마켓이다.

어느 스타트업이나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지만 당근마켓은 특히 심하다. 왜냐하면 2020년 기준 매출액은 겨우 117억 원에 불과하고 적자는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반전될만한 기대가 희미하다는 것이다. 고객이 있기에 무슨 사업이든 할 수 있지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기업이 아닌 자선단체가 되는 것이다. 일단 고객부터 모으고 수익화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마인드는 꿈만 가득한 스타트업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다. 업계에서는 통념에 반하는 전략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당근마켓이 허울만 남은 조랑말로 주저앉을지, 아니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실속을 갖춘 유니콘으로 날아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Competition] 집도 중고거래 되나요?

©당근마켓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의 과점 체제다. 원래 중고거래의 대명사는 중고나라였다. 사기 위험이 있었지만 사실상 유일한 중고거래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대안이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중고나라가 웹에서 앱으로 전환을 주춤하는 사이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이 빠르게 침투했다. 번개장터는 '취향'과 '필요'를, 당근마켓은 '지역'과 '재미'를 중심으로 말이다. 그렇게 당근마켓이 모바일에서 압도적 선두로 올라서는 동안 중고나라의 위상은 많이 떨어졌다. 요즘 세대에서는 '중고거래한다'는 말을 '당근한다'고 표현하고, 중고거래로 수익을 내는 '당테크(당근마켓+재테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을 장악한 당근마켓은 과연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일까? 지역, 동네, 주민, 신뢰를 키워드로 하는 당근마켓은 여타 플랫폼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업까지 깊게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사업은 수요가 탄탄한 노다지 땅이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적 확장이 어렵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신뢰와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넥스트도어는 부동산 중개 사업에 진출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근마켓에서 중고차를 거래하거나 구인구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근마켓이 건드릴 수 있는 시장은 인생 최대 쇼핑인 집과 차, 그리고 인생을 바꿀 직장을 넘어 무궁무진하다.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출발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지도가 높고 유망한 유니콘 중 하나로 꼽힌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네카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에도 포함되어 있다.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하고 실적 퍼포먼스는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는 이유는 훌륭한 팀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와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팀은 당근 캐릭터, 당근 이모티콘, 그리고 눈에 확 튀는 당근 장바구니까지 탄생시켰다. 덕분에 이제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혹시 당근일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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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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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반도체사 인사팀 다양한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라잡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