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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바닥, 아직도 모른다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이후 찾아올 변화

Keywords
-상반기 점검
-감산 효과
-수요 회복
-기술 개발
-하반기 전망


이번 주 금요일 삼성전자가 2023년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6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5.7%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도 6402억 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기 때문에 2023년 상반기 실적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어떤 증권사에서는 9000억 원 가까운 흑자를 예상한 반면 또 다른 증권사에서는 8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예상했던 만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서는 벗어났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어디까지 다시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는 한편 앞으로 주목해야 할 변화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1. 감산 효과.

작년까지만 해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삼성전자는 결국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감산에 동참했다. 웨이퍼가 생산 공정에 투입되어 칩이라는 결과물로 산출되기까지는 대략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2분기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3분기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2분기 영업이익 자체보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폭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출하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메모리 고객사의 재고도 정상화되었기 때문에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공급사가 가격 협상 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계약가격 협상에서 인상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P 성장에 대한 우려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감산 전략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대응이 늦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곤두박칠쳤고, 이로 인해 AI 모멘텀으로 살아나고 있는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없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AI가 시장의 방향을 바꿀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는 결과론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혈 경쟁을 감수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의 추격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DRAM과 NAND의 원가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이용할 수도 있다.

 

|2. 수요 회복.

과거의 사이클을 참고하면 반도체 업황은 두 번의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 바닥은 메모리 공급사의 감산 효과가 반영되면서 나타나고 두 번째 바닥은 메모리 고객사의 수요 회복이 반영되면서 나타난다. 앞바닥이 지나갔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뒷바닥이 다가오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코로나19 시기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던 PC와 스마트폰 교체수요가 정상화되고 있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서버 쪽에서는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가 기대했던 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파이어래피즈의 버그 때문에 출하가 일부 중단되었기 때문에 DDR5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수요처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구조적인 성장이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야만 한다.

 

올해 상반기 최악의 성적표에서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키워드는 HBM이다. HBM의 판매량은 전체 DRAM 대비 미미한 수준이지만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에는 큰 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HBM은 여러 개의 DRAM을 쌓은 것이기 때문에 기본 가격도 DDR5보다 몇 배 이상 높은데 HBM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높은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로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HBM 점유율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아직 시장은 개화기에 불과하고 결국에는 두 업체가 동반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은 자율주행과 확장현실이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AI로 불붙은 HBM 수요를 연장하고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기술 개발.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뉴스가 있었다. 바로 삼성전자가 부사장급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HBM 시장을 실기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고 하지만 이를 본보기로 기술 개발의 고삐를 바짝 당기라는 분위기 쇄신의 목적도 있을 것이다. 전쟁 중 장수 교체는 병사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본질적인 변화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황상준 부사장이 임명된 DRAM 개발실장 자리는 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이 거쳐 온 요직으로 삼성전자가 본업에서 구긴 자존심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황상준 부사장이 향후 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HBM3P의 개발과 양산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한편 SFF 2023이 끝나자마자 파운드리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로 임명된 정기태 부사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3나노 2세대 공정의 수율을 안정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GAA 기반 3나노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엔비디아, AMD 같은 업체들이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세컨드 파운드리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H100이나 MI300 같은 최첨단 칩을 수주받지 못하더라도 하위 버전 칩 생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GAA 공정을 시작하지 못한 TSMC에게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인사 이동의 결과가 성공적인 결말을 맺기를 기대한다.

 

한 분기에 10조 원씩 벌어들이던 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으로 LG전자에게 영업이익 기준으로 역전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상반기 TAI(목표달성장려금)은 작년에는 기본급의 100%였지만 올해는 기본급의 25%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동안 반도체 호황 속에 성과급 잔치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임직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하반기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경기 사이클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지만 삼성전자는 수십 년 동안 위기를 극복하는 경영 노하우를 터득했고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가 위기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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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반도체사 인사팀 다양한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라잡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