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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지각변동, 업계 순위가 바뀔까?

Summary

- 시장 파이가 한정된 식품업계에서 경쟁사의 움직임은 파이싸움에 영향을 미침

- 식품업계 지각변동을 몰고 온 푸르밀 사업 종료와 SPC 불매 운동

- 미래 성장을 고민하며 새 길 찾는 오뚜기와 롯데제과

- 투자한 기업의 경쟁상대와 업계 변화를 주시해야 함

 

© iStock

 

식품업계는 대표적으로 완성된 산업분야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식품들은 대부분 10년, 20년 전에도 먹고 있던 것들이고 미래를 생각해 보더라도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이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90세가 넘어서도 콜라를 마시는 워런 버핏을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최근 국내 식품업계에서 큰 소식들이 연달아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식품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까요? 영원할 것 같던 식품업계들의 순위가 뒤바뀔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각 기업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관련 업종의 미래를 예상해 볼까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푸르밀? 1978년 롯데우유에서 시작해 2007년부터 푸르밀 법인으로 신설되었던 푸르밀이 15년 만에 갑자기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12년까지만 해도 3,13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그 이후 매출은 계속 하향세였습니다. 2018년부터 적자가 지속되면서 작년 기준 240억 원의 결손금이 쌓여 사실상의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습니다.(총 자산 865억 원, 부채 723억 원) 올해 매각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LG생활건강이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하면서 10월 17일 사업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370명 전 직원은 갑자기 해고를 통보 받았습니다.

 

 

푸르밀은 기업 규모에 비해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들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요. 푸르밀의 사업 철수로 인해 앞으로 마트에선 비피더스, 바나나킥 우유, 검은콩 우유 등 푸르밀 제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푸르밀은 유업계 3위 기업입니다. 몇 년 전부터 유업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2015년 영남우유 폐업부터 낙농업계의 우유 버리기 퍼포먼스, 불매운동 아이콘이 된 기업의 등장 등 업계가 크게 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영향을 받을 기업은?

푸르밀은 유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유제품을 만드는 유가공업계가 푸르밀의 매출 일부를 나눠 가지게 될 겁니다. 하지만 동종업계는 기뻐하기보다 자신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 큰 듯합니다.

우선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 1위(40%)인 서울우유는 작년 매출 1조 8천억 원, 영업이익 58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대비 매출은 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 감소하면서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최근 우유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분야에도 진출하면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 1조 5500억 원, 영업이익 878억 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6%, 1.5% 증가한 상황입니다. 다만 올해는 작년처럼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16% 이상 감소하여 730억 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화제 기업인 남양유업은 몇 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전년대비 무려 95%나 감소한 4억 원의 영업이익만을 낸 이후, 2020년 -767억 원, 2021년 -779억 원을 기록 중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적자가 421억 원으로 연말까지 이 상태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구글 파이낸스

 

최근 1년간 주가를 보면 유제품 관련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매일유업과 빙그레는 -33%, 남양유업은 -13% 수준입니다. 남양유업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건 최근 1년보다는 그 이전인 2019년부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5년 기준 -45%)  

게다가 폐업한 푸르밀의 매출을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최근 들어 저렴한 해외 유제품의 수입량이 늘고 있습니다. 또 FTA 협정으로 인해 2026년이면 미국과 유럽의 유제품 관세율이 제로가 될 전망입니다. 관세율 제로는 가격차이를 만들어내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우유보다 해외 멸균우유를 찾는 비중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산 유제품 관세율은 2022년 9.6%, 2023년 7.2%, 2024년 4.8%, 2025년 2.4%, 2026년 0%로 줄어듦)

단순히 푸르밀이 문을 닫으니, 동종업계의 매출이 증가할 것을 노려 투자하기에는 향후 전망이 녹녹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주방용품 매출 넘보는 오뚜기 식품업계 중에서 여기보다 소비자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이 있을까요? 롯데, 남양, SPC 등 많은 식품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받는 곳이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지만 ‘어쩔 수 없이’ 혹은 ‘그 기업 제품인지 몰라서’ 그냥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불매운동의 여파는 오래가는 편입니다.

반면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생기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죠. 3년 전 자료이긴 하지만 주요 식품기업 중에서 국민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오뚜기’였습니다.

 

© 글로벌 빅데이터 연구소스

 

1971년 설립된 오뚜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오뚜기카레에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양념소스, 레트로 식품으로 유명한 ‘식품’기업입니다. 오래된 회사라서 그런지 오뚜기하면 ‘미묘하게 촌스러운 디자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뚜기는 제품명에 무려 바탕체 폰트를 사용하는 등 노란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미묘하게 촌스러운 로고에서 탈피하겠다는 계획인지 얼마 전 새로운 브랜드인 ‘오뛰르’를 론칭했습니다. 심지어 로고도 바꿨고, 제품도 식품이 아닌 세제입니다.

 

© 오뛰르 홈페이지

 

주황색과 초록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는 이 브랜드에는 노란색이 없습니다. I’m from food라는 문장과 오뚜기 메인 로고에서 파생된 캐릭터로 인해 오뚜기에서 만든 브랜드라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주방 세제와 핸드워시 단 두 제품밖에 없지만, 만약 이 브랜드가 성장한다면 기존 주방용품 브랜드 매출을 일부 넘볼 수 있을 것을 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콜라보가 중요한 시대에 식품기업의 ‘친환경 라이프’ 콘셉트은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성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향을 받을 기업은?

국내 최대 생활용품 및 화장품 업체인 LG생활건강은 최근 들어 주가 하락이 가장 심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작년까지 꾸준하게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10년 이상 무난하게 주가가 성장했지만, 올해에만 -48%(YTD)라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면서 미래 성장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매출 절반 이상은 물론 화장품이지만, 샴푸(닥터그루트), 치약(히말라야 핑크솔트), 로션(피지오겔) 등을 보유한 Home Care and Daily Beauty 사업부도 작년 매출 2조 원을 기록하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13년 연속으로 세탁세제 분야 판매량 1위인 테크와 ‘부드러운 머릿결’로 유명한 엘라스틴은 무려 18년 연속으로 샴푸 분야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오뛰르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주방 세제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용품 분야를 넘보게 된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기업은 국내 1위인 LG생활건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 업계 1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쟁기업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이겨냈으니 LG생활건강이 앞으로도 큰 매출을 낼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다만 올해부터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의 매출 급감으로 주가가 하락 과정에서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무려 58%의 하락 과정에서 2022년 상반기 영업이익(3,922억 원)이 전년대비 44%나 감소했습니다. (21년 상반기 영업이익 7,604억 원)

 

SPC 빵 안 사요 가장 최근 불매운동 타깃이 된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SPC일 겁니다. 10월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의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2인 1조 공정을 혼자 근무하게 하여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게다가 장례식에 상조용품으로 빵을 보내고, 시신을 직접 수습한 직원들을 바로 다음날 현장에 투입시키는 등 소비자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들기 충분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SPC에서는 허영인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각 그룹사 현장의 안전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여론은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는 제2의 남양사태로 커질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영향을 받을 기업은?

SPC는 베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도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빵을 생산하는 국내 제빵업계 NO.1 기업입니다. 파리바게트뿐만 아니라 파리크라상, 샤니 등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빵은 SPC계열사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샤니, 삼립, 파리크라상, 파리바게트가 같은 회사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연합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강

 

사실상 국내 빵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니 엄청난 수준이죠. 만약 이번 불매가 지속된다면 반대급부로 빵을 만드는 타기업의 실적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파리바게트의 거의 유일한 경쟁상대는 뚜레쥬르겠죠? 뚜레쥬르는 CJ계열사 중 하나인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 가게로 지금은 많이 축소된 규모이지만 여전히 파리바게트 다음의 2인자입니다. 한때는 강남대로에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가 나란히 있었지만 이제는 2개 모두 사라진 상태죠.

뚜레쥬르를 보유한 CJ푸드빌이 상장기업은 아닙니다. 다만 최대주주가 (주)CJ로 96.02%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주가 영향을 받는 건 (주)CJ가 될 수 있습니다.

곧 있으면 연말입니다. 제빵업계의 연말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이 시즌을 놓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합니다. 이 시즌이 되면 케이크 판매로 인해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의 매출이 평소의 2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크라스마스 시즌에 경쟁상대에게 매출을 빼앗기면 SPC 주가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숨에 2위! 롯데제과 합병이 호재로 올해 초에는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푸드가 합병하여 연 매출 3조 7천억 원 규모의 종합식품회사가 되었습니다.

올해 7월 합병이 완료되면서 순식간에 국내 2위로 올라선 상태입니다. (1위는 CJ제일제당)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했는데요. 작년 기준 롯데제과의 영업이익은 250억, 롯데푸드는 124억이었습니다.

 

© 롯데제과 IR자료

 

합병으로 인해 영업, 생산, 구매, 물류 등 동일 업종의 비용 감소와 고효율 작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전망입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회사가 아니라 동일기업 롯데의 계열사이자 식품 제조사였던 만큼 합병 과정에서의 문제도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번 합병으로 올해 연말에 있을 코스피200 지수 변경에 롯데제과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많은 증권사에서 올해 12월 지수 변경에 롯데제과가 포함되는 것을 전망하고 있어 이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편출 예상은 현대홈쇼핑, 삼양홀딩스 등)

3년 전인 2020년 롯데제과는 오리온에 제과 분야 1위를 뺏겼습니다. 마찬가지로 롯데푸드도 수익성이 악화되던 차에 이번 합병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제과 및 빙과 분야에서는 다시 1위가 된 상태입니다. 연말 코스피200 편입까지 성공한다면 해외투자자의 관심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향을 받을 기업은?

계열사 간의 합병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겁니다. 기존 경쟁상대인 오리온은 롯데제과의 합병보다는 해외 진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제과 분야의 내수시장 성장은 끝났으니,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겠다는 목적이죠. 실제로 앞으로 5년간 국내 제과 분야의 연평균 성장률은 고작 1.47%로 5년 뒤에도 4조 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미 오리온은 작년 실적 중 60% 이상이 해외법인 매출일 정도로 해외 비중이 큽니다. 롯데제과는 해외 비중이 30% 미만입니다. 오리온은 특히 중국, 베트남, 러시아를 공략하면서 해외 생산공장도 9개나 보유한 상태입니다. 신시장 개척에 더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오리온의 핵심 품목인 초코파이는 망고 맛 등 한국에 없는 제품들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외에서는 ‘한국의 유명한 과자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누가 왕이 될 상인가 식품업계가 크게 성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시장 상황에 맞추어 업계 순위가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밀키트가 성장하면서 지각변동이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때입니다. 거기다 타사업과 연계하여 실적 확대를 노리는 기업들도 많아지면서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곰표맥주에서 시작된 이색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이 이제는 업계 전체의 유행이 됐습니다.

물론 식품업계 전체를 보면 시장 파이가 한정되어 있는건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인구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고, 하루 세끼를 먹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네끼씩 먹지도 않을 겁니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누가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느냐의 싸움입니다.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이색 아이템이 등장하면, 경쟁상대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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