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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탈착식 배터리? 유럽 배터리 규정 파헤치기

SUMMARY

-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 중인 유럽 연합 

- 탈착식 배터리가 등장할 수 있으며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

- 재활용 요구사항 등 관련 신규 규제를 살펴보며 수혜 기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음

 

© istock

 

배터리 탈착식 휴대폰은 10년 전에나 쓰였던 제품이죠. 그런데 그 추억의 물건이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유럽의 법안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유럽의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 개정안에는 휴대폰 배터리를 사용자가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확정부터 USB-C 강제화와 함께 이번에는 배터리 탈부착이 나왔습니다. 유럽에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규제가 나왔으니 그에 따른 나비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배터리법이 시행되나? 유럽에 배터리와 관련된 기존 규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차전지, 휴대폰 등과 관련된 법률이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가 된 것입니다. 기존 지침(Directive)을 폐지하고 규정(Regulation)에 통합 및 개정한다는 방침으로 이전보다 상위법으로 격상했습니다.

*Directive 2006/66/EC 폐지 및 Regulation (EU) 2019/1020 개정

 

유럽에서는 법률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 Regulation (규정)

유럽연합(EU)의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는 규범으로 각국에서 관련된 국내법을 별도로 제정하지 않음. 모든 회원국에서 그대로 따라야 하는 법률

  • Directive (지침)

지침이 채택되면 회원국은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나, 지침의 내용은 ‘최저한도의 요구사항’으로 국가별 사정에 따라 상이하게 관리됨.

 

이번에 나온 배터리 규정은 Regulation(규정)으로 유럽의 27개국 모든 회원국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사항이 되었습니다. 발표된 규제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시행방안 등을 포함한 상세 내용은 앞으로 2024년 이후 최종안이 발표된 이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되게 됩니다. (원문보기)

 

Article 11
Removability and replaceability of portable batteries and LMT batteries
휴대용 배터리 및 LMT 배터리의 탈착 및 교체 가능성

1. 휴대용 배터리가 포함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은 해당 배터리를 제품 수명 기간 동안 최종 사용자가 언제든지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무는 배터리 전체에만 적용되며 배터리에 포함된 개별 셀이나 기타 부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밑줄 부분으로 인해 탈부착형 배터리와 관련된 소식이 뉴스로 나오게 된 거죠. 그런데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휴대용 배터리는 제품, 전용 도구, 열에너지 또는 제품 분해용 용제가 제품과 함께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한 특수 도구를 사용할 필요 없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도구를 사용하여 제품에서 제거할 수 있는 경우 최종 사용자가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4. 위원회는 제89조에 따라 위임된 행위를 채택하여 본 조 제1항에 규정된 제거 및 교체 가능 요건에서 면제되는 제품을 추가함으로써 본 조 제2항을 개정할 권한을 가집니다. 이러한 위임 행위는 시장 발전과 기술 및 과학적 진보를 고려하여 최종 사용자가 휴대용 배터리를 제거하거나 교체할 때 안전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우려 또는 최종 사용자의 배터리 제거 또는 교체가 해당 연합 법률에 규정된 제품 안전 요건을 위반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채택되어야 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내용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탈부착이 필수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도구’를 사용해서 배터리를 제거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10년 전처럼 손으로 힘만 주면 열리는 방식은 아닐 테니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애플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겠지만요.

 

이거 말고 더 있다 탈부착형 배터리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 직접적으로 체감이 되다 보니 이것만 부각이 된 경향이 있습니다. 원문을 살펴보면 배터리 사용에 대한 안전과 폐기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 포함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조사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을 제공해야 하며 여기에는 처리, 재활용 및 회수 과정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야만 합니다.

재활용에 관한 부분은 제품뿐만 아니라 원료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Part C: Targets for recovery of materials
원료 회수 대상

늦어도 2027년 12월 31일까지 다음 물질은 아래 목표 이상으로 재활용 회수를 달성해야 함
(a) 코발트 90%
(b) 구리 90%
(c) 납 90%
(d) 리튬 50%
(e) 니켈 90%

 

규제가 시행되고 8년 후에는 배터리 원료에 대한 재활용 의무가 부과됩니다. 코발트 90%, 구리90%, 납90%, 리튬50%, 니켈 90%를 의무적으로 재활용해야 하며, 이 비율은 갈수록 올라가게 됩니다. 당장 2027년부터 적용될 수 있으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재활용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겁니다.

휴대폰 배터리만 생각하면 삼성전자와 애플 말고는 관련 기업이 없을 것 같지만 ‘원료 재활용 의무’라는 부분에서 이전에 살펴본 폐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분하고 재미없지만(?) 성장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알아보기)

이미 유럽은 2014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발표하면서 제조사들의 재활용 책임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이건 배터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기전자제품에 적용되며 계속해서 재활용 단계가 올라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배터리 규제에는 2025년 및 2030년의 재활용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 비율이 상당합니다.

 

파트 B: 재활용 효율성 목표
1. 늦어도 2025년 12월 31일까지 아래 요건 이상을 최소한 재활용해야 합니다.
재활용 효율성 목표:

(a) 납축 배터리의 평균 중량 기준 75% 재활용
(b) 리튬 기반 배터리의 평균 중량 기준 65% 재활용
(c) 니켈 카드뮴 배터리의 평균 중량 기준 80% 재활용
(d) 기타 폐배터리의 평균 중량을 기준으로 50% 재활용.

 

리튬배터리는 최소 65% 이상이라니 제품 생산량만 생각해 봐도 폐배터리 시장은 갈수록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 예상되는군요.

 

에코디자인과 에너지 라벨링 이번 규정이 나오고 이틀 뒤, 유럽의회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에코디자인과 에너지 효율 라벨링 요구사항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 에코디자인(Eco-Design): 제품의 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환경피해 감소와 함께 품질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환경친화적 디자인으로 3R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이 핵심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1. 수리 및 재활용을 위한 설계 2. 신뢰성 설계 3. 플라스틱 부품 표시 4. 재활용성 요구사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자원 효율성 요구사항(Resource efficiency requirement)
1.1 수리 및 재사용을 위한 설계(Design for repair and reuse)
1.2 신뢰성을 위한 설계(Design for reliability)
1.3 플라스틱 부품 표시(Marking of plastic components)
1.4 재활용성 요건(Recyclability requirements)
2. 정보 요구사항(Information requirement)

 

친환경적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적 요건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기에 1밀리미터 이상의 고체 이물질이 침입할 수 없도록 장치를 보호해야 하거나 배터리의 잔용 용량 80%에서 최소 800회 사이클을 달성해야 하는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품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부분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배터리 규정과 유사하게 원자재 및 환경 관련 물질의 중량을 표기해야 하며 재활용성 요건을 홈페이지에 최소 15년 공개해야만 합니다. 

 

(b) 다음과 같은 중요 원자재 및 환경 관련 물질의 표시 중량 범위:
(i) 배터리의 코발트(무게 범위: 2g 미만, 2g~10g 사이, 10g 초과);
(ii) 커패시터의 탄탈륨(무게 범위: 0.01g 미만, 0.01g~0.1g 사이, 0.1g 초과);
(iii) 스피커, 진동 모터 및 기타 자석의 네오디뮴(무게 범위: 0.05g 미만, 0.05g ~ 0.2g 사이, 0.2g 초과);
(iv) 모든 구성품의 금(무게 범위: 0.02g 미만, 0.02g~0.05g 사이, 0.05g 초과).
(c) 재활용 가능성 비율 Rcyc의 표시 값

 

이번 배터리 규정과 함께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에 붙어있는 바로 그 에너지효율 등급 라벨입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도 적용된다고 하니 유럽에서는 신제품 언박싱과 함께 에너지 효율 라벨까지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스마트폰/태블릿 에너지라벨 (초안)

 

유럽에서는 스마트폰/태블릿의 에너지효율 등급을 총 7단계(A~G)로 구분하며 기존 제품들을 포함하여 대부분 A, B등급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에너지효율 등급

에너지효율 지수(EEI)

(스마트폰)

에너지효율 지수(EEI)

(태블릿)

A (Most Efficient)

EEI > 2.70

EEI > 7.90

B

2.30 < EEI ≤ 2.70

6.32 < EEI ≤ 7.90

C

1.95 < EEI ≤ 2.30

5.06 < EEI ≤ 6.32

D

1.66 < EEI ≤ 1.95

4.04 < EEI ≤ 5.06

E

1.41 < EEI ≤ 1.66

3.24 < EEI ≤ 4.04

F

1.20 < EEI ≤ 1.41

2.59 < EEI ≤ 3.24

G (Least efficient)

EEI ≤ 1.20

EEI ≤ 2.59

 

매년 새로운 규제가 생긴다 유럽연합은 순환 경제, 지속가능성을 위해 10년 이상의 중장기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flashbattery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하여 리튬 및 코발트의 수요는 2030년까지 각각 18배, 5배씩 성장, 2050년에는 무려 60배, 15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만큼 재활용되는 절대량도 비례해서 증가할 겁니다.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되면서 갈수록 환경적 요인까지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관련 기업 휴대폰 제조사라고 하면 이제는 한국에서 삼성전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개발은 오로지 삼성과 애플의 몫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터리 탈착식 휴대폰이 아니라 유럽의 환경규제를 맞춘 배터리 개발과 재활용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 SK이노베이션

2021년 ‘카본투그린’이라는 발표를 통해 탄소기업에서 친환경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개발 완료가 예상됩니다. 우선 2025년까지 그린자산 비중을 2배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관련링크)

 

© 구글 파이낸스

 

다만 최근 1.2조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고 있으니,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투자금을 친환경 신사업에 대부분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시가총액: 15조 811억원
· PER/PBR: 23.73 / 0.69
· 배당수익률: N/A (22년 미지급)

 

  •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2021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배터리 재활용업체인 Li-Cycle에 600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2.6%)를 진행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코프로씨엔지와 협업하여 연간 2만 톤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계획을 수립 중이죠.

 

© 구글 파이낸스

 

주가는 최근 1년간 30%씩 상승 중입니다.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20%, LG화학은 +11%로 양호한 흐름을 보입니다.

또한 LG화학은 작년,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재영텍과 240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는 북미지역에서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LG화학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사업 전반을 계획하고 재영텍은 공장설계를 포함한 기술을 담당합니다.

 

LG화학
· 시가총액: 46조 1674억원
· PER/PBR: 31.38 / 1.62
· 배당수익률: 1.53%

 

LG에너지솔루션
· 시가총액: 128조 7000억원
· PER/PBR: 123.60 / 6.55
· 배당수익률: N/A

 

우리 정부는 “특정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우리 기업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항은 없어, 동 법 시행으로 우리 기업들의 EU 내 시장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이어서 배터리 친환경 정책은 글로벌 스탠다드인 만큼 이 법을 계기로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유럽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은 모든 휴대폰 제조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입니다. 차별로 인한 손해를 보는 기업은 없겠지만 재활용으로 인해 수혜를 입는 기업은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가장 먼저 적응하여 승리하는 기업은 과연 어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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