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융합하는 블록체인의 서사, 몇 가지 관전포인트
SUMMARY
- AI 열풍 속에 AI와 블록체인 융합 시도가 활발해지는 중
- 블록체인서 AI를 직접 구현하긴 어려운 상황, 우회로 찾으려는 프로젝트들 주목
- 단순히 대세를 추종하는지, 혹은 의미 있는 도전인지 구분할 필요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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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 행보가 활발하다. 살짝 오버하면 주력 제품에 생성AI를 통합하는 것은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혁신과 진화를 상징하는 공식처럼 통할 정도. 크립토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블록체인과 AI 간 융합을 강조하는 '서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실제로 생성AI를 활용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늘면서 AI는 메타버스나 플레이 투 언(e play-to-earn model: P2E) 등에 이어 블록체인 판을 흔들 키워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AI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ML) 같은 기술을 블록체인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AI 모델을 블록체인 상에서 실행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도 이같은 인식에 한몫했다. 챗GPT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 AI도 마찬가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들을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등에서 직접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다. 필자 입장에선 블록체인과 AI가 찰떡궁합이라고 하는 서사에는 여전히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AI라는 바람에 묻어가기 위해 AI를 전진 배치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AI와 블록체인 간 연결고리를 찾아보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한 사례들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도 흔들 수 있을까 블록체인 분야 전문 벤처 투자 회사(VC)인 멀티코인캐피탈에 따르면 블록체인과 AI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은 현재로선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그래픽카드용 에어비앤비 모델(The AirBnB for Graphics Cards Model)이다. 생성AI가 확산되면서 개인과 기업들이 쓰지 않은 GPU 자원을 빌려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AI에 필요한 GPU 공급난을 해결하는데 블록체인이 나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생성AI를 둘러싸고 빅테크 기업과 유력 스타트업들 간 레이스가 고조되면서 생성AI 훈련 및 추론에 필요한 GPU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생산량을 확대하겠다고 나섰고 AI칩을 주특기로 하는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GPU 공급난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카드용 에어비앤비 모델은 현재까지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GPU를 생성AI에 필요한 추론 및 훈련에 쓸 수 있도록 한다면 공급난은 해결 가능하다는 시나리오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풀어야할 기술적인 숙제들도 있다.
우선 모든 GPU들이 모든 워크로드들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상에 있는 GPU는 다양한 형태, 크기, 사양으로 돼 있고 일부 GPU들은 특정 AI 작업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그래픽카드용 에어비앤비 모델이 성공하려면 적절한 GPU 리소스를 활용해 AI 워크로드와 알맞게 매칭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GPU가 좀 더 긴 레이턴시(Latency, 대기 시간)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대부분 LLM 기본 모델(foundation models)들은 레이턴시가 매우 짧은 GPU들에서 학습된다. GPU가 여저저기 흩어져 있는 분산 환경에서는 레이턴시가 길어지기 마련인 만큼, 그래픽카드용 에어비앤비 모델은 이 같은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면?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은 블록체인 없이 해볼 만한 것들이다. 멀티코인캐피탈에 따르면 블록체인이 그래픽카드용 에어비앤비 모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분산돼 있는 GPU들에 대한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 물리적으로 흩어져 있고 주인도 제각각인 GPU 환경에선 신뢰할 수 없는 컴퓨터의 특정 코드 실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암호자산 스테이킹과 결합된 평판 시스템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멀티코인캐피탈은 보고 있다.
토큰 인센티브를 활용한 인간 피드백형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도 AI와 블록체인 간 교차로 중 하나로 꼽힌다. RLHF는 AI 모델이 생성한 결과에 대해 사람이 피드백을 주고 이를 기반으로 모델을 최적화하는 방법이다. 오픈AI가 챗GPT 구현할 때도 RLHF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티코인캐피탈은 토큰 인센티브화 방식이 RLHF 모든 사례들에 적용은 어렵겠지만, 일부 영역에선 시너지가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챗GPT 같은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는 것과 달리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AI 모델들에서 RLHF와 토큰 인센티브 모델 궁합이 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 개발자는 고도로 훈련된 인력들의 참여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토큰 인센티브 방식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분산형 지도 프로젝트인 하이브매퍼(Hivemapper)는 토큰 인센티브 기반 RLHF가 실전에 투입된 사례로 꼽힌다. 하이브매퍼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매핑 데이터를 편집하고 큐레이팅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지도 편집자에게도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안과 밖의 연결 영지식(Zero-knowledge: zk) 기술과 머신러닝을 결합한 영지식 머신러닝(zkML)도 요즘 블록체인 분야에서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다. 블록체인은 현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밖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들을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고, 이는 보다 다양한 서비스들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오라클(Oracle)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현실 세계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전달하는 오라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전달되기 전에 계산될 필요가 있다. 이 부문에서 머신러닝은 유용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블록체인 상에서 머신러닝을 돌리는 것은 비용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초기 단계 크립토 스타트업 투자 회사 1kx에 따르면 영지식 기술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AI 모델 추론 단계, 즉 실제 데이터 예측에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영지식을 활용해 이 모델이 실제로 특정 결과를 생성했음을 증명한 뒤 이를 블록체인에 올린다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보다 인텔리전스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로 영상이나 사진을 합성하거나 조작하는 기술인 딥페이크(Deepfake)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블록체인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딥 페이크가 점점 더 정교해짐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신뢰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멀티코인캐피탈은 공개키 암호화, 실제 세계 신원 확인 및 블록체인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딥페이크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개키를 검증된 신원과 연결하면 누군가가 딥페이크 이미지나 동영상에 서명하는 등 키를 오용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피드백 및 처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NSIGHT AI와 블록체인을 연결 지으려는 서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약세장이 이어지고, 암호화폐 가격에 서사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블록체인 분야 종사자들에게 AI는 외면하기 힘든 키워드다. 하지만 현재로선 블록체인과 AI의 융합이라는 서사가 중량감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다양한 쪽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인 만큼 실전에서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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